나의 수필쓰기/김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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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수필쓰기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김길남
1. 들어가는 말
누구나 수필을 쓰는 사람이라면 명작을 한 편쯤 남기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그게 보편적인 생각이다. 그렇지만 좋은 수필은 쉽게 빚어지지 않는다. 나도 180여 편을 썼는데 아직도 마음에 드는 수필 한 편이 없다. 평생을 써야 한 편이나 건지지 않으려는지 모르겠다.
내가 수필에 입문하게 된 동기는 후배의 권유에 의해서였다. 수필은 신문사의 신춘문예에서 당선되어야만 작가로 인정을 받는 줄 알았다. 문예지에서 책을 발행할 때마다 신인작가가 나오는 줄을 몰랐다. 그래서 나와는 거리가 먼 걸로 알고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관심 밖의 일이라 전주에서 수필 강의가 있는 것도 몰랐다. 친구가 수필로 등단하여 수필집을 여러 권 낼 때도 축하는 해 주었지만 나도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후배가 권유하여 참여하게 되었고 오늘에 이르렀다.
2. 준비단계
2008년부터 안골노인복지관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강의를 들었다. 재미를 붙이고 글도 쓰기 시작하였으며 기초가 되는 책을 구입하여 읽었다. 정주환 교수가 쓴 《현대수필 창작입문》을 메모를 해가며 읽고 작법을 조금이나마 익혔다. 다음에 김학 교수가 권하여 《손광성의 수필쓰기》를 구하여 밑줄을 그어가며 정독했다. 초보자도 글을 쓸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가며 안내하고 있었다. 크게 도움이 되었다.
김학 교수의 불광불급(不狂不及), 삼다설(三多說) 강의를 듣고 실천해 보려는 의지를 가지고 임했다. 이왕 시작했으니 미쳐보려고 했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려고 굳게 다짐했다. 시간이 있으면 수필집을 읽고 인터넷에 들어가 올라오는 글은 모두 읽었다. 수필 거리를 쉴 새 없이 생각하고 떠오르는 글감을 메모했다.
3. 수필쓰기
1). 수필 감 찾기
어떤 내용을 글감으로 선정하여 쓸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글감의 선택이 좋은 수필을 쓰는데 중추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수마발(牛溲馬勃)이 수필감이라고 하지만 내가 쓰고 싶어야 글감으로 선택된다. 글감은 우연히 찾아진다. 차를 타고 가다가도 생각이 나고 새벽에 잠이 깨었을 때 떠오르기도 한다.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전광석화 같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번뜩이기도 한다. 이걸 놓치면 안 된다. 바로 적어 놓아야 잊지 않는다. 떠오르는 생각을 죽 써내려간다. 글감과 주제, 소재를 생각나는 대로 적는다. 나는 수필은행이라는 공책에 써 놓고 필요할 때에 꺼내본다. 모악산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밖의 경치를 보고 수필감이 생각났었는데 메모를 하지 않은 탓으로 놓친 일이 있었다. 그 뒤에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2). 제목 붙이기
모든 물체에는 이름이 있다. 수필도 이름을 잘 지어야 독자들의 관심을 끌게 된다. 읽어보려는 호기심이 나도록 지어야 하는데 그게 매우 어렵다. 미리 임시 이름을 짓고 수필을 쓴다. 대부분 주제를 임시 제목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야 흔들리지 않고 수필을 쓸 수가 있다. 다 쓰고 나서 본 이름을 여러 가지로 지어보고 마음에 드는 것으로 정한다.
이름을 잘 짓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수필 제목을 많이 보아야한다. 수필집을 받으면 목차를 보고 수필 이름을 먼저 읽는다. 그 중에서 잘 된 이름을 찾아 참고한다.
*요즘 쓴 수필 가운데 <어울려 사는 아이>라는 제목으로 쓴 수필이 있다. 이 수필의 목적을 제목으로 정했는데 많은 동료들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내용이 어울려 사는 아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울려 살려면>으로 고쳤다. 그래야 독자가 ‘어떻게 해야 어울려 살까’라는 의문이 생겨 읽을 것 같아서다.
3). 서두
첫머리를 어떻게 써야 읽을 맛이 날까. 이끄는 글이 중요하다. 사람을 대할 때 첫인상이 좋아야 하듯이 서두가 독자를 끌어들이는 열쇠다. 고심을 많이 하는 부분이다. 수필감을 찾아놓고 맨 처음 고민하는 것이 서두다. 연역법으로 쓸 때와 귀납법으로 쓸 때의 서두가 다르다. 연역법으로 쓸 때는 결론 부분이나 강조하고 싶은 것을 먼저 던진다. 묵직한 말이 대부분이다. 귀납법으로 쓸 때는 가벼운 내용으로 시작한다. 계절, 날씨, 장소, 분위기, 자연 등을 묘사한다.
*연역법 - <내가 먼저 내야지> - “한창 점심을 먹고 있는데 벌써 값을 치렀다는 말을 들었다.”
*귀납법 - <자연이 주는 선물> - “공기가 맑고 바람이 시원하여 상쾌했다.”
4). 본문
주제를 나타내는 글이다. 말하려고 하는 주제를 알맞은 소재로 표현한다. 체험이나 사상, 감정, 지식을 총동원하여 소재를 찾는다. 색다른 소재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맛깔스런 수필을 빚을 수 있다. 남이 다 아는 사실, 누구나 체험하는 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사건 등은 소재에서 제외해야 한다. 나만의 경험, 꼭 하나밖에 없는 사실,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일, 특별한 사건 등이 소재로서 알맞다.
소재는 주제를 표현하는데 알맞아야 한다. 코끼리를 만들고자 하는데 개다리를 붙여서는 코끼리가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데 사람의 코가 아니라 돼지 코를 그려 넣으면 어떻게 될까.
소재는 참신하고 신기하며 질이 좋아야 한다. 김치 담그는 일을 예로 들면 보잘 것 없는 채소나 양념을 가지고는 맛있는 김치를 담글 수 없다. 배추나 무가 품질이 좋아야하고, 기본양념인 고춧가루와 마늘, 젓갈, 파, 양파, 찹쌀 죽, 소금 등이 상급이라야 보기만 해도 침이 저절로 넘어가는 김치를 담글 수 있다.
소재 찾기에 수필의 수준이 달려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문장이 아무리 우수해도 소재가 시원치 않으면 좋은 수필이 될 수 없다. 아무리 구성을 잘하고 아름다운 말로 잘 꾸며도 우수한 소재가 아니면 독자의 시선을 끌 수 없다.
소재의 배열은 가벼운 것에서 무거운 것으로 하거나 무거운 것에서 시작하여 가볍게 빠져나가는 것으로 하는 게 좋다. 현재에서 시작하여 과거로 끝나거나,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오게 하기도 한다. 현재와 과거가 왔다 갔다 하기도 한다.
*1. 소재창고
수필을 쓰려고 소재창고를 만들었다. 신문, 방송, 독서, 대화, 방문, 견학, 탐방, 강의, 영화, 음악 감상 등에서 새로운 자료를 찾으면 모두 기록한다. 언제 쓰일지 모르나 창고에 넣어 두면 꼭 쓸 때가 온다. 또 컴퓨터에도 저장해 둔다. 나의 방을 만들어 넣어둔다. 얼마든지 넣어놓고 쓴다.
*2. 수필쓰기의 실제
선택한 소재는 문학성이 있고 예술성이 있는 글이 되게 하려고 노력한다. 문학성이 있는 글이 되도록 하려면 낯설게 표현해야 한다. 강의를 들으면 낯설게 하라고 하는데 이 말은 다른 말로 친숙하지 않게 하기, 또는 익숙하지 않게 하기라 한다. 유병근은 구름을 보고 ‘수증기의 덩어리다’ 하면 과학적이기는 하지만 너무 다 아는 사실이다. ‘구름은 하늘이 보낸 문자 메시지다.’ 또는 ‘구름은 하늘이 그린 추상화다.’ 이렇게 써야 문학성을 갖게 된다고 했다.
졸작 <달걀 한 개>라는 글에 한국전쟁이 한창일 때 ‘돈이 없어 공책을 사려고 달걀 한 개를 호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갔다. 시장에서 팔려고 하니 깨져 있었다.’ 는 소재는 나 혼자만의 체험이다.
산 벚꽃을 먼데서 보고 “하늘이 꽃을 한 아름 안고 와서 쏟아 놓았다.” “벚꽃이 바짓가랑이를 끌어 당겼다.”라고 표현했다.
유의 점
* 간결한 문장으로 썼다.
* 수식어를 쓰지 않았다.
* 내 문제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문제가 되도록 의미화 하려 했다.
* 긴 글로 쓰지 않았다.
* 한 문장이나 문단에 같은 말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했다.
* 우리말을 되살리려고 했다.
* 내 자랑이 되지 않도록 했다.
5). 결미
용을 그리고 눈을 그리지 않으면 용이 아니듯이 글을 쓰고 마지막 마무리가 잘못되면 그 글을 망치게 된다. 글의 서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글의 마무리다. 많은 고심을 한 것이 결미다. 쓰고 고치고 또 쓰고 고치고 하는 부분이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것은 드물다. 마지막은 교수님 지도를 기대하며 끝마쳤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긴 여운을 남기라고 교수님은 강조하는데 그게 실제로는 쉽지가 않다. 번듯하면 주제를 강조하는 꼴이 되고 직업의 버릇인 듯 교훈적인 내용이 되기도 한다.
* “저승에서도 백구와 같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시겠지.”
“내년에는 더 많은 향을 뿜게 하고 싶다.”
4. 퇴고
쓴 글은 며칠을 놓아두고 기다린다. 마음이 안정되고 한가로울 때 다시 꺼내 읽는다. 읽다 보면 걸리는 곳이 많다. 즉시 수정하여 매끄럽게 다듬는다. 한 번 시작하면 여러 번 되풀이하여 읽고 고친다. 문장의 퇴고를 마치면 글의 구성을 본다. 소재는 잘 배열되었는가, 순서를 바꿔야할 문단은 없는가, 의미화는 적절한가, 과장되지는 않았는가, 군더더기 문장이 붙어있지는 않는가를 살핀다. 마지막으로 맞춤법에 어긋난 낱말은 없는가, 사투리가 튀어나오지는 않았는가를 세밀하게 분석하여 다듬는다. 또 며칠을 두고 기다렸다가 손질을 하고 송고한다. 적어도 10회 이상 퇴고를 한다.
5. 점검 저장
수필원고를 송고하고 원본을 복사해 놓는다. 교수님이 첨삭 지도하여 되돌려 주면 원본과 비교하여 수정된 곳을 붉은 펜으로 고쳐 쓰고 다시는 실수하지 않으려고 한다. 원본은 순서를 쓰고 봉투에 보관한다. 쓴 수필은 내문서와 마로니에샘가의 내 방에 올린다. 그리고 편지이동으로 서고에 보낸다.
6. 나오는 말
지금까지 내가 수필을 공부하며 써온 방식대로 여기에 옮겨 보았다. 어떻게 보면 자랑 같기도 하여 쑥스럽다.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썼으니 이해해 주면 좋겠다. 구양수의 삼다설을 지키고 또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려고 꾸준히 1주에 한 편의 수필을 썼다. 그 결과 지금까지 180여 편의 수필을 쓴 셈이다. 설익은 글이고 부끄럽지만 버릴 수 없어 《논두렁 밭두렁》 《계영배를 곁에 두고》라는 두 권의 수필집을 냈다. 남은 글은 올가을에 제3집으로 엮으려고 한다. 지금도 수필감을 찾고 소재를 모으려고 노력중이다. 내게 전해온 수필집과 문예지는 한 페이지도 빼놓지 않고 읽는다. 200권쯤 읽었으니 아마 1만 편의 수필을 읽은 셈이다. 여기에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신변잡기에서 벗어난 수필을 쓰려고 노력한다. 나는 지금 수필과 깊은 사랑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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