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살이/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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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살이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박병욱
휴식은 재충전의 사이클이다. 한 해를 보내고 맞으면서 나는 어제와 오늘의 징검다리를 어떻게 건너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신묘년 새해를 시작하면서 주민센터에서 운동을 하며 건강부터 다지고 있다.
예전부터 문학성이 깃든 글을 쓰고자 했다. 하루 일과 중 거의 대부분을 독서에 치중하면서 글쓰기 분야에 관한 책을 집중적으로 읽었다. 책에 따라 20~50쪽 분량으로 요점을 정리해가며 요약본을 엮는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글쓰기 요령을 터득한다.
낮에 도서관에서 대여해온 피천득의 《인연》이란 수필집을 펼쳤다. 오랜만에 운동을 한 탓인지 피곤이 밀려와서 몸의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 오늘따라 글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책 내용도 그저 그렇다. 책을 덮는다.
그리고는 시내버스가 파업 중이어서 교통사정이 여의치 않아 불편을 겪는 막내딸을 데리러 갔다.
“피천득 수필을 몇 편 읽어 보았는데 생각보다 글이 별로인 것 같다.”고 차속에서 딸아이에게 말했다.
“그건 아빠가 잘못 안 거야. 그 분은 우리나라 수필계의 대가이셔. 그럴 리가 없어.”하고 대꾸한다.
좋은 글도 제대로 이해를 못하는 것을 보니 나의 글 읽는 안목이 아직도 멀었나 보다. 오늘은 일찌감치 잠이나 자야겠다.
새벽 4시쯤 일어나 책상에 앉아서 다시 수필집을 펼쳤다. 읽을수록 점점 글속으로 매료되어 간다. 글의 의미들을 머리에 새기면서 부지런히 읽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필을 쓸 때 무엇인가 의미 있는 주제를 선정하여 글을 쓴다. 그런데 피천득의 수필은 그게 아니다.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주제들이 가끔 나온다.
“너무 많다. 보기에 따라서는”등이다.
도대체 이런 주제로 어떻게 글을 쓸까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그 글을 유심히 읽어 보았다.
먼저“너무 많다.”를 읽어 보았다. ‘청첩장이 많이 쌓였다.’ ‘책이 종류별로 많다.’ 또는 ‘전시장에 그림들이 많다.’ 는 식으로 많은 것에 대한 예를 들어가며 그 많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서술하는 형식이었다.
다음은“보기에 따라서는”이다. 이 글은 쓸려고 하는 주제의 대상 하나를 정해놓는다. 보이는 각도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관찰한다. 이것들을 다양한 각도로 분류하고 서술하며 글을 이끌어 간다. 대체적으로 이런 글들은 내용이 짧은 것이 특징이다.
책을 읽다보니 글을 쓰는 방향이 참 다양하다는 것을 느꼈다. 법정 스님의 산문에서는 은유법이 자주 등장한다. 매끄럽고 아기자기한 멋을 풍기는 나름대로의 유연한 문체를 볼 수 있다.
거기에 비해, 피천득 시인은 글의 내용에 따라서 약간 딱딱한 면도 있다. 그러면서 대체로 직설적인 표현과 자유분방한 문체들이 주류를 이룬다. 대가의 글이기에 정확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 느낌상으로 문장의 표현법이 확연히 구분된다. 수필 작법에 대한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시에 머물 수 있도록 최대한 가까이 다가서라. 작품 속으로 들어가라. 당신 몸을 그들의 운율에 맞추어 춤추게 만들어라.”라고 말한 나탈리 골드버그의 시 강론을 떠올린다. 그의 시 작법을 참고하면서 카페에 올라오는 시들을 한 편씩 견강부회牽强附會한다.
또 다른 각도에서 표현하는 연습을 해 보았다. 이것을 당분간 계속할 것이다. 적어도 시를 쓰는 사람이라면 시 감상도 시적으로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동안 나의 글은 평범한 구조를 가진 일반적인 형식이었다. 법정 스님의 글 스타일은 조금만 노력하면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피천득 시인의 글은 좀 색다르다. 아무래도 이런 식의 표현은 쉽지 않다.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도 화룡정점이 보일 때까지 밀고 나갈 것이다.
아직도 문학 강좌는 방학 중이다. 시와 수필집을 꾸준히 읽고 필사하면서 유익하고 보람된 시간을 만끽하고 싶다.
(2011. 0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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