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이야기/송일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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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이야기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송일섭
경매에 관심이 있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아보았다. 아주 많았다. 7권정도 빌려 읽어보니까 경매가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전에 공인중개사 공부를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별 어려움이 없었다. 퇴직하여 시간여유도 있고 또 다른 세상이 궁금하여 호기심이 발동했다.
가까운 쌍용아파트가 재건축된다는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경매가 나왔다. 한 번 유찰되어 최저가인 80%가 되었다. 집에서 가까워 관리하기가 쉬울 것 같아 참여하고 싶었다. 먼저 옥션114를 보고 권리분석을 했더니 아무 하자가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처음 해보는 경매라 행여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염려가 되어 경험이 많은 분에게 권리분석을 의뢰했더니 괜찮다고 알려주었다. 동사무소에 가서 현재 살고 있는 사람이 집주인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등기부 등본 및 법원서류를 재차 확인해보았으나 아무 이상이 없었다.
경매가 있는 날 10%의 입찰보증금을 수표로 준비하고 경매장으로 갔다. 얼마를 써내야할까? 옆에서 코치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몹시 불안하였다. 경매장이 어디 있는지, 서류는 잘 썼는지 몰라 옆에 있는 분들에게 재차 확인하였다. 처음 경매라 가슴이 두근두근하였다. 30평정도 되는 경매장에 사람들이 가득하였고 밖에 있는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10시30분부터 11시30분까지 입찰봉투에 써서 함속에 넣으라고 했다. 식당에 가서 고심 끝에 서류를 작성하여 함속에 넣었다. 11시 30분이 되니까 입찰 마감을 알리고 20여분동안 입찰에 참가한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12시쯤 입찰 번호 차례대로 이름을 불러 그 자리에서 발표하고 낙찰 받은 사람 외에는 보증금을 돌려주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5명을 호명하여 나갔는데 한 사람씩 써낸 금액을 보더니만 4명에게 보증금을 내주었다. 단 위에는 나 혼자만 서있었다. 드디어 나에게 낙찰되는 순간이었다. 수많은 사람의 시선을 받으니 매우 흥분되고 어리벙벙하여 몸 둘 바를 몰랐다. 보증금 영수증을 받고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낙찰 받은 지 15일이 지난 뒤 법원에서 잔금을 내라는 통지가 왔다. 10일 정도 기한을 주고 완납하라고 했다. 집주인을 찾아 갔더니 80대 할머니였다.
경매 이야기를 하니 그 내용을 알고 있었고 모든 것을 체념한 채 나를 고약한 사람으로 보는 눈치였다. 추운 겨울인 1월에 집을 비우라고 했더니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다. 그 할머니는 자기가 부도를 낸 것이 아니고 수양딸이 보증을 서달라고 해서 서준 것이 화근이 되었다면서 수양딸을 몹시 원망하였다. 며칠 지난 뒤 부도를 낸 사람에게서 만나자고 전화가 왔다.
그랜저를 타고 다니는 멋쟁이 50대 여자였는데 A학교의 학교운영 위원장이라고 자기를 소개했다. 대학 강사로도 나가고 있으며 전라북도 일원의 방과 후 교사를 소개하는 일을 하다가 교사들이 단합하여 소개비를 주지 않아 부도가 났다면서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방과 후 교사에 대해 알고 있는 나에게는 이렇게 소개해주는 사람도 있나하고 어안이 벙벙하였다. 그녀는 집을 비워 줄 테니 보름간만 날짜를 미루자고 하였고 할머니에게 꼭 집을 사주겠다고 하였다.
보름이 지나 가보니 할머니는 이사를 가고 없었으며 전화를 해야 받지 않았다. 할머니의 소재를 전혀 파악할 수 없어 부도를 낸 사람에게 할머니의 소재를 알려 달라고 하였으나 알 수 없다고 했다. 수양딸이란 사람이 열쇠를 따고 들어가라고 하여 기술자를 불러 열쇠를 교환하였다. 며칠 뒤 할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딸의 집으로 이사를 갔다며 왜 주인 승낙도 없이 집 열쇠를 바꾸었느냐면서, 주거 침입죄로 고소하겠다고 했다.
수양딸의 허락을 받았고 할머니께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 부득이 그렇게 되었다고 하였으나 화를 내면서 막무가내였다. 순간 비장의 무기를 써먹어야 조용히 끝날 것 같았다. 아파트 문 앞에 K교회라는 마크가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그 교회에 다니는 것 같았다. K교회는 수 십 년 전부터 외숙모님이 다니는 교회가 아닌가. 연배도 거의 비슷할 것 같았다. 그래서 외숙모님 이야기를 하면서 아느냐고 하였더니 그 할머니는 깜짝 놀라며 금방 말이 부드러워졌다. 외숙모님이 어제도 다녀갔다면서 절친한 사이라 했다. 전주는 바닥이 좁아서 이렇게 말 한마디로 위기를 모면할 수가 있다.
처음으로 경매에 낙찰되어 아파트를 사고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조금 배웠다. 대개 경매물은 사업하다 실패하여 부도가 난 것이므로 그 뒤에는 눈물겨운 사연도 많다. 그래서 마음이 약한 사람은 경매에 참여하려하지 않는다. 이번 일을 추진하면서 겉으로는 화려하게 행세하면서 80대 할머니를 울리는 뻔뻔한 여인도 보았다. 졸지에 집을 빼앗긴 할머니가 수양딸의 집에서나마 행복한 여생을 보내시기를 바란다.
(2011.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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