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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세탁소가 있다면/김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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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79회 작성일 11-03-3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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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세탁소가 있다면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김길남 우물가에서 빨래하는 여인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빨래터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비누를 칠하고 문지르고 방망이로 두들겼다. 정을 나누며 시어머니의 흉도 보고 시누이의 시샘도 나무라면서 주무르다 보면 함지박에 가득했던 빨래도 어느새 끝났다. 집안에만 갇혀 살던 며느리들이 바깥소식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바로 우물가였다. 우리 마을은 동네 가운데에 우물이 있었다. 우물가 둘레에 큼지막한 돌이 놓여 있어 올려놓고 빨래를 했다.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함지박에 부은 다음 빨랫감에 비누칠을 하여 문지르고 두들겨 빨았다. 어머니께서는 비누를 아끼려고 콩깍지나 메밀대를 태운 재를 물에 녹여 거른 다음 그 물로 빨래를 하기도 했다. 알칼리성이라 때가 잘 진다고 했다. 빨래를 한 뒤 옷감은 맑은 물로 헹궈야 빨래가 끝났다. 빨랫줄에 널고 바지랑대로 고여 주었다. 빨래는 바람에 흔들리며 말랐다. 내가 학교에 다니던 1950년대만 해도 전주천변에는 빨래하는 여인들이 많았다. 빨랫감을 삶아주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겨울철을 빼고는 1년 내내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지금도 다가교 옆에는 빨래터가 남아 있다. 흰 옷을 입은 아낙네들이 줄지어 앉아 빨래하는 모습이 기억의 저편에서 오락가락한다. 정답던 빨래터가 없어진지 오래다. 집집마다 수도가 들어오고 세탁기가 나오면서 없어졌다. 더러워진 옷을 세탁기에 넣고 세제를 풀어 돌리기만 하면 되니 얼마나 편리한가. 여자들이 콧노래를 부르고 바깥구경을 하면서 빨래를 한다. 더 편해지려고 어지간한 빨래는 세탁소에 맡긴다. 돈 몇 푼 건네주면 깨끗이 빨아서 다려주니 편한 세상이다. 이제는 전화 한 통이면 집에까지 와서 가져다가 세탁을 하여 돌려준다. 사람의 마음도 세탁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럽고 흉하고 썩은 냄새가 나는 사람의 마음도 세탁해주는 곳이 있었으면 한다. 우물가에 모여 빨래하며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던 옛날처럼 버릇없는 꼬마들을 고쳐주는 세탁소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 세탁소에 다녀오면 그냥 새사람이 될 수는 없을까. 나쁜 짓을 하는 망나니를 멍석말이하여 버릇을 고치듯 인간세탁소가 있었으면 좋겠다. 남을 미워하는 내 마음도 깨끗이 닦아주는 세탁소가 있었으면 한다. 아무리 좋은 마음만 가지려해도 살다보면 상대가 싫어지기도 하는데 이런 마음도 씻어주는 세탁소가 있었으면 한다. 성폭행하는 치한과, 도둑질, 강도질, 살인 같은 범죄자도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새사람이 되는 세탁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뿐이랴. 몸속의 나쁜 병도 들어갔다 나오면 깨끗이 낫는 세탁소도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위가 나빠 술도 마시지 못하고 음식을 조심해야 하는데 그런 세탁소가 있다면 자원하여 들어갔다 나오고 싶다. 그래서 친구들과 어울려 거나하게 한 잔 마시고 콧노래도 부르고 싶다. 몹쓸 병에 걸려 하루하루를 애타게 보내는 사람들의 병도 고쳐주면 좋겠다. 각종 암, 백혈병 등 난치병도 고쳐주는 세탁소가 있다면 춤이라도 추고 싶겠다. 조물주가 이 세상을 만들 때 인간 세탁소도 같이 만들었더라면 좋았을 게 아닌가? 마음씨가 나쁜 사람이나 버릇없는 사람을 당장 고칠 수 있었을 텐데……. 아파서 고생하는 사람도 없을 테니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이 될까. 세상을 조화롭게 잘 만들었지만 인간세탁소를 빼 놓은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다. 더러운 옷을 깨끗이 빨아주는 세탁소라도 있어서 고맙다. 교육기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종교기관에서 마음을 순화하며 교도소에서 인간성을 교화하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병원에서 애쓰는 의사와 간호사도 고마운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 어려운 일들을 단번에 해결해주는 인간세탁소가 있다면 얼마나 더 좋을까? ( 2011. 3.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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