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혼식/이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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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결혼식
전주안골 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금요반 이의민
그의 아버지의 아버지는 시골농사꾼 아들로 태어나 동네유지의 마름 밑에서 머슴살이를 하면서 살아왔다. 집안이 워낙 가난해서 결혼식을 제대로 올리지도 못하고 참한 동네 색시와 정화수 한 사발을 떠놓고 혼례를 치렀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되자 농촌의 젊은이들이 도시로 모여들 때 그의 아버지도 도시로 나가 성공한 사람이다. 운수업에 종사하여 백여 대를 보유한 택시회사를 더 큰 회사로 키웠고 돈도 많이 벌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 3형제를 모두 서울 일류대학에 보내 잘나가는 젊은이들로 키웠다. 오늘의 주인공은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새내기법관이 된 3형제 중 막내다. 신랑의 인물도 훤칠하게 잘생겼고, 학교선생인 신부도 미인이었다. 이들 선남선녀가 오늘 일류호텔에서 화촉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 젊은이의 할아버지가 정화수 한 그릇을 떠놓고 결혼식 올릴 때에 비하면 상상을 초월할정도로 발전한 결혼식이다. 호텔 정문 로비에 들어서니 신랑신부 이름과 어떤 홀에서 식을 올린다는 화살 표시가 되어있었다. 접수대 앞에서는 혼주와 그 부인이 나란히 서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홀 안으로 들어가니 넓은 홀에 10여 명씩 둘러앉을 수 있는 원탁에 술과 안주가 고루 갖추져 있었다. 결혼식을 보면서 술 한 잔씩 하는데 오른쪽 큰 화면에서는 신랑신부의 멋진 영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조명을 어둡게 하더니 한 곳으로 빛을 모아주었다. 신랑이 씩씩하게 입장하고, 그 뒤를 이어 신부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결혼행진곡에 맞추어 입장했다.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주례가 결혼식을 주도해 나갔다. 축가도 부르고, 4층탑으로된 케이크도 자르고, 촛불도 껐다. 삼페인 잔이 층층으로 쌓였는데 맨 윗잔에 삼페인을 철철 넘치도록 따르니 맨 밑잔까지 다 채워졌다. 주례는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하니 신랑은 무릎을 꿇고 큰절을 하고 신부는 정중하게 목례를 했다. 결혼식을 끝내고 가족친지들이 사진을 촬영하는데 원탁에는 하객들의 식사가 들어왔다. 이렇게 화려한 결혼식을 올린 손자는 자기 할아버지가 정화수 한 그릇을 떠놓고 결혼식 올린 것을 모른다. 세상이 그렇게 변한 것이다.
이 집안 3대의 인생행로를 보면서 개천에서 용났다는 속담을 떠올렸다. 이 화려한 결혼식을 보니 참으로 성공한 집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자기 노력에 따라 성공하면 세상을 얼마든지 화려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결혼식이구나 싶었다.
(20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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