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양희선
페이지 정보

본문
기도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양희선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모든 만물을 주관하시는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희들을 선택의 길로 이끄시어 한국에서 살게 해주신 은혜 감사합니다. 이웃나라 일본 동북쪽 바다에서 대지진이 발생하여 해일이 밀려와 해변마을이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그 파랗던 바닷물이 먹물로 변한 성난 파도가 순식간에 집과 논밭을 삼켜버렸습니다. 비행기보다 빠른 물살이 집채보다 높아 광란(狂瀾)하는 무서운 모습을 TV를 통해 봤습니다. 보금자리였던 집이 떠내려가고 발이 되어 주던 자동차는 장난감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정작 바다에 떠 있어야할 배는 마을에 맥없이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진도 9.0이 휩쓸고 간 상처가 한없이 처참했습니다.
주님! 주님의 깊은 뜻을 미천한 저희가 어찌 짐작이나 하겠습니까? 한 치 앞도 보지 못하고 사리사욕에 눈먼 인간들에게 주님의 능력을 보여주셨으리라 믿습니다. 한때는 우리나라를 핍박했고,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겼을 때는 얄밉기도 했지만, 막상 대재앙으로 휘청거리는 일본을 보니 내일인 듯싶습니다. 이웃사촌이라 했지요? 이웃이 궁지에 처했을 때는 도와주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니겠습니까? 시름에서 깨어나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온정을 베풀어 주는 것이 마땅하리라 여겨집니다.
주님! 날이 갈수록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자꾸만 커지고 있습니다. 사망자와 실종자는 수 만 명으로 헤아릴 수조차 없고, 해안가 마을은 쑥대밭으로 변해 쓰레기만 쌓였습니다. 이곳저곳에서는 붉은 불꽃과 새까만 연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치며 거대한 기름 탱크가 타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 엄두를 못 내고 공포에 빠져있습니다. 살아남았다는 기쁨보다 가족을 잃은 슬픔이 더 컸을 겁니다. 거처할 집과 살림살이할 모든 것을 앗겼으니 앞이 암담(暗澹)할 것입니다. 주님께서 십자가의 고난을 통해 부활의 영광을 이루듯, 고통 없이 어찌 내일의 희망이 있겠습니까? 슬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그들을 위로해 주실 분은 오직 주님뿐입니다.
주님! 원자로가 이렇듯 무서운 줄을 몰랐습니다. 그 에너지를 유효하게 이용하는 장치로만 생각했었습니다. 설마 폭발하여 방사능이 원자병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까맣게 잊고 살았으니까요. 땅이 갈라지고 산더미 같은 높은 해일이 덮쳐 원자로 1호기에서 4호기까지 차례로 폭발하고 5,6기도 위험하답니다. 지진이 할퀸 상처보다 방사선의 핵이 더 큰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주님! 그 무엇보다도 인명이 더 소중함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조카딸이 신랑 따라가 동경에서 두 손녀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제 아우는 딸이 염려되어 밤잠을 못 이루고 일손을 놓고 있습니다. 방사선의 위험도가 동경에도 미칠 수 있다니 걱정입니다. 집채가 흔들리는 여진공포와 방사선물질의 두려움에 일본인들은 떨고 있습니다. 보이지도 않는 방사선이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에까지 미칠까 두렵습니다. 주님! 동서남북으로 부는 바람도 주님의 섭리겠지요. 주님! 더 이상 피해를 막아 위험에서 구해 주소서. 오직 하느님께 의탁하여 간절히 기도드릴 뿐입니다.
주님! 우리는 일본인들에게서 배울 점을 보았습니다. 몸가짐이 침착하여 소란하지 않았습니다. 서로가 나서지 않았으며, 주어진 운명에 순응 할 줄 알았습니다. 줄서서 기다리는 차분함으로 너와 나 한마음이 되어 인내하였습니다. 하기야 지진이 잦은 터라 마음을 항상 다졌지 않았을까 여겨집니다. 선진국 국민답게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그들을 본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 1월 아이티에 지진이 났을 때 아이티 사람들의 생활상과 비교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혼란 상태에서 구호품을 서로 먼저 차지하려는 아우성과 약탈로 싸움이 그치질 않아 혼란한 모습이었습니다. 정부와 통치자의 기강이 흐려서 무정부상태와 다름없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라가 혼돈에 처했을 때 국민들의 행동여하에 따라 국민의식을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정당하고 강력한 통치는 나라를 바로 세울 것입니다.
주님! 인간이 하느님을 능가하려는 자연의 파괴는 엄청난 대재앙을 일으키는 자업자득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간의 능력이 최고조에 달한다 해도 하느님의 전능에는 미치지 못하겠지요. 자연의 섭리를 따라 순리대로 사는 것이 참된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땅이 갈라지고 해일이 넘실대는 공포 속에서도 봄은 소리 없이 다가와 꽃망울을 맺었습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 빛나는 태양은 오늘을 맞이합니다. 온 누리 대자연의 섭리가 바로 하느님의 전지전능이십니다. 아멘.
(2011. 3. 17.)
- 이전글천리향/김길남 11.03.23
- 다음글시내 순환버스 풍경/이신구 11.03.2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