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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향/김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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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55회 작성일 11-03-2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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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향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김길남 앞 베란다 문을 여니 향기가 코를 찔렀다. '응! 이게 무슨 향이야?' 하고 두리번거렸다. 눈에 띄는 게 천리향이었다. 벌써 꽃이 피어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아직도 찬바람이 거세게 불어 꽃이 피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그런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봄을 불러왔다. 물은 계속 주었지만 자세히 살펴보지 않은 것이 미안했다. 몇 년 전 아내가 화분 하나를 사왔다. 향이 너무 좋아 들고 왔다는 것이다. 마침 꽃이 피어 향내가 온 방안을 차지했다. 나는 처음 보는 꽃이라 이름도 몰랐었다. 향이 천리를 간다하여 천리향이라 한다던가. 산수유나 매화보다도 앞서 꽃을 보여주는 봄의 전령사였다. 향이 짙어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두고 매년 즐겼다. 천리향은 원산지가 중국이고 팥꽃나무과(서양나무과) 상록 관목이다. 암수나무가 따로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수나무가 많아 꽃은 피어도 열매는 보기 어렵다고 한다. 키는 1~2m인데 가지가 많이 뻗는 게 특징이다. 상록수라 겨울에도 잎이 붙어있다. 올해도 향에 취해 자세히 살펴보았다. 꽃은 십자꽃이고 한 송이 꽃잎이 넉 장이다. 끝부분은 흰색이나 아래로 가면서 연분홍을 띈다. 가운데는 깊숙이 관으로 되어있고 갈색의 수술이 자리 잡았다. 꽃자루부터 꽃잎까지 2cm쯤 되고 꽃의 너비는 1cm 정도다. 이런 꽃 여러 개가 뭉쳐 핀다. 일정하지는 않지만 한 뭉텅이는 가운데 꽃을 중심으로 둘레에 여섯 송이가 배열되었다. 나무 모양은 원줄기에서 여러 갈래로 퍼져 자라며 한 가지는 또 세 가지로 갈라져 영역을 넓혀간다. 식물의 꽃은 벌과 나비를 불러들여 씨앗을 맺는다. 꽃의 색이 고운 것은 곤충의 눈에 잘 띄게 하려는 몸짓이다. 또 꽃이 작고 곱지 못한 식물은 진한 향기를 내뿜어 벌레를 유인한다. 장미나 국화, 연꽃 같은 색이 고운 꽃은 향이 은은하고 싸리 꽃이나 좁쌀나무 꽃 같은 작은 꽃들은 옆에 다가가기만 해도 향이 짙게 풍긴다. 천리향도 꽃이 작으니 향을 천리나 퍼뜨려 유혹하려는가 보다. 지금까지 여러 꽃의 향을 맡아 보았지만 천리향 같이 진한 꽃은 처음이다. 여인들의 화장품 향과 비슷하나 진한 게 좀 다르다. 아마도 욕심이 많아 모든 벌과 나비를 독차지하려고 그러는 모양이다. 욕심 많은 놀부 심사 같다. 천리향 한 분(盆)을 방에 두니 향기가 넘친다. 작년에 있었던 일이다. 천리향 꽃이 피어 향이 너무 좋았다. 이렇게 좋은 향을 베란다에만 두고 보기 아까워 거실에 들여 놓았다. 거실은 물론 안방, 작은방, 주방, 화장실 할 것 없이 향으로 가득했다. 걸려 있는 옷에도 향이 깃들어 향수를 뿌린 거나 다름이 없다. 그대로 두고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 뒤쪽이 쑥쑥 쑤셨다. 평생 편두통을 앓거나 골치 아픈 일이 없었는데 이상했다. 낮에는 밖으로 나돌아 다니니 괜찮았는데, 밤이 되어 다시 잠자리에 들었더니 머리가 아파 잠이 오지 않았다. 아무리 원인을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변화된 것이 무엇인가 차근차근 살피다 천리향이 떠올랐다. 천리향을 거실에 들여놓은 것 밖에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베란다 밖으로 내 놓고야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언제 아팠느냐는 듯이 괜찮았다. 아직 의학적으로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향도 너무 짙은 것을 오래 마시면 건강에 이상이 오지 않나 싶다. 사람이라고 어찌 꽃과 같지 않으랴. 여인들이 옷을 잘 차려 입고 화장을 하는 것도 꽃과 같은 이치다. 태초부터 종족을 퍼뜨리려는 본능에서 나왔으리라. 요즘에 보면 예쁜 사람은 화장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옷도 고운 빛깔을 삼간다. 좀 부족한 사람이 화려한 옷을 입고 부끄러운 부분을 감추려고 진한 화장을 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를 나타내는 방법은 꽃이나 사람이나 매 한가지인가 보다. 향수를 짙게 뿌리고 다니는 사람은 의심스럽다. 선심이라는 향기 뒤에는 사기가 숨어 있고, 갑자기 친절히 대하는 향에는 복심이 있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표를 얻으려고 갖은 향기를 뿌리고 다니며,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은 인터넷에 향기를 퍼 올린다. 천리향이 벌과 나비를 부르듯 온갖 향을 내 뿜어 꼬드기고 있으니 참과 거짓을 가려서 대해야 할 것 같다. 고운 향을 내뿜는 천리향이 비록 뒷골을 쑤시게 했지만 냄새는 참으로 좋다. 잘 길러 오래 보존하려 한다. 올해도 분갈이를 하여 더 무성하게 자라게 하고 내년에는 더 많은 향을 내뿜게 하고 싶다. ( 2011.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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