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임은숙
페이지 정보

본문
칭찬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임 은 숙
나는 오늘 칭찬을 듣고 마구 흔들어대는 놀이기구를 타다가 내려왔을 때처럼 현기증을 느꼈다. 너무 어지러워 머릿속이 하얗게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과분한 칭찬에 기분이 우쭐해지기는커녕 경계심과 두려움이 앞섰다.
맨 먼저 떠오른 것이 숲 속 동물들의 무도회에서 수많은 작은 다리로 멋들어지게 춤을 춰서 유명해진 지네의 이야기였다. 칭찬을 들은 지네는 춤출 때 자신의 수 백 개의 다리를 의식하기 시작했고 그 바람에 다리들이 엉키면서 춤이 엉망이 되었다는 우화(寓話)다.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글을 써서 삶이 풍요로워지기를 바랐다. 언젠가 지인으로부터 '여든 살의 연꽃 한 송이'라는 책을 선물로 받은 적이 있다. 나이 여든에도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구나 싶었고,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을 의식할 때마다 떠올리곤 하는 법정스님의 수필집들이 나도 언젠가 글 모음집 하나 내보자는 마음을 품도록 했다. 남이 쓴 글을 편집하고 해석해놓은 그런 책이 아니라 내 향기를 담은 그런 글을 모아 책 한 권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수필창작 수업을 받으려고 했다.
좋은 글을 쓰자면 연마의 시간이 필요하고 산고의 고통을 견뎌내야 한다고 막연히 글쓰기의 어려움을 짐작했을 뿐이다. 어떻게 썼기에 칭찬하는 걸까? 지네가 자신의 다리를 의식했던 것과 같은 시간을 가져봤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버린 충격에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아무것도 의식하지 말자. 잘 쓰려고 애쓰지도 말고, 물이 웅덩이에 고이듯, 생각의 파편들이 모아질 때, 퍼즐 맞추기 하듯 글을 써보자."
범고래 훈련사의 경험에 비추어 칭찬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 써놓은 글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글은 칭찬을 통해 써질 것 같지 않다. 좋은 글은 구성도 중요하지만 결국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글, 또는 생각할 여지를 남겨주는 글이라고 했다. 의도해서 기술적으로 써질 글이라면 누군들 명문장가가 되지 않겠는가? 남에게 감동을 줄만한 글이라면 이미 내 가슴속에서 출렁거림이 있어야 하고, 내면의 변화가 일어났던 흔적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윤오영의 <쓰고 싶고 읽고 싶은 글>을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좋은 글은 "멀수록 맑은 향기가 은은히 퍼지며, 한 송이 뚜렷한 연꽃이 다시 우아하게 떠오르는 것"과 같아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2011년 3월 18일)
- 이전글일본을 휩쓴 쓰나미/이의민 11.03.22
- 다음글지도를 바꾼 새만금방조제/김학 11.03.2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