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바꾼 새만금방조제/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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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바꾼 새만금방조제
김학
바다가 그리웠다. 바다는커녕 큰 시냇물조차 구경할 수 없는 산골에서 자랐으니 바다가 그리울 수밖에. 바다란 단어를 알게 된 것도 겨우 초등학교에 들어가서였다. 교과서에서 바다란 말을 만나기 전에는 이 세상이 온통 산과 들로만 이루어진 줄 알았다.
내가 처음으로 바다를 만난 건 대학시절. 1965년 10월 하순, 강원도 강릉으로 고적답사를 가면서 경포대를 찾았다. 그때 나는 동해바다와 첫인사를 나누었다. 달밤에 만난 넓고 푸른 동해바다는 환상적이었다. 바닷가 모래밭은 왜 그리도 넓고 부드럽고, 파돗소리는 왜 그리도 내 마음을 흔드는지, 도저히 잠자리에 들 수가 없었다. 달빛과 바다에 취한 친구 ㅇ군은 옷을 활활 벗어던지고 풍덩 경포대 앞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 친구도 지금은 70고개를 넘었는데 그때를 기억하고 있을까? 그 뒤로는 서해바다와 남해바다를 자주 찾게 되었다.
제대하고 방송국 프로듀서가 된 나는 해마다 여름이면 서해바다를 만날 수 있었다. 여름철마다 변산해수욕장과 대천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을 대상으로 임해공개방송을 했기 때문이다. 바다를 자주 찾으면서 사돈처럼 어렵게 느껴지던 바다가 정다운 처제처럼 가까워졌다.
잔잔하던 서해바다에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공사가 시작되었다. 바다를 막아 여의도 면적 144배의 새로운 국토를 넓히는 새만금종합개발이란 대역사다. 처음엔 믿어지지가 않았다. 과연 이런 세계적인 공사를 우리의 기술과 국력으로 해낼 수 있을까 싶었다.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에서 김제를 거쳐 군산까지 33.9킬로미터의 방조제를 쌓고, 그 안에 땅과 담수호 등 4만 백 헥타의 용지를 조성한 것이다. 이 공사가 마무리되면 마땅히 세계지도를 고쳐 그려야 할 일이 아닌가? 이 새만금방조제는 33.9킬로미터로서 네덜란드의 자위더르방조제보다 5백 미터가 더 길다.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를 구경하러 나라 안팎에서 관광객들이 줄지어 찾아온다. 이 방조제가 19년 만에 개통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지리산을 찾는 관광객 숫자를 뛰어넘어 460만 명을 돌파했고, 앞으로 탐방객들은 더 불어날 것이다.
새만금방조제를 찾는 방법은 두 가지다. 서해안고속도로 동군산 인터체인지에서 들어가거나 부안 인터체인지에서 들어가면 된다. 중동의 두바이 못지않은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가꾸겠다니 머지않아 세계적인 명소가 만들어져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더 잦아질 것이다. 이제는 한강의 기적에 이어 새만금의 기적을 이룰 때다.
새만금방조제 4차선 도로는 길이가 마라톤 풀코스와 비슷하여 승용차를 타고 달리면 가슴이 확 트인다. 일망무제로 펼쳐진 서해바다를 바라보면 바다와 하늘이 푸른 이불 속에서 보듬고 성애(性愛)를 즐기는 것 같은 환상에 젖는다. 더구나 서해낙조(西海落照)를 바라보면 너무나 아름다워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 군산의 명물 고군산열도가 새로운 관광의 명소로 가슴을 열고 손짓해 부른다. 산을 좋아한다면 신시도 배수갑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신시도의 최고봉인 월영봉과 건너편의 대각산(187.2미터)에 오르면 등산도 즐기고 바다와 해안경관과 지평선 그리고 비안도, 비응도, 야미도 등 아름다운 경관을 조망할 수도 있다. 신시도 전망대에서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그림 같은 섬들을 구경할 수 있다. 또 이 주변에서는 갯바위낚시, 선상낚시, 갯벌체험 등 다양한 체험관광을 즐길 수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차를 타고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새만금방조제를 달려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그곳에서는 철따라 갖가지 횟감이 즐비하여 입맛을 돋우어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듯이 새만금방조제도 횟감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쉬엄쉬엄 구경하는 게 좋다. 그 근처에는 다양한 구경거리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군산에는 은파관광지와 채만식문학관, 금강철새조망대, 진포해양테마공원 등을 둘러볼 만하고, 군산수산물축제와 군산꽁당보리축제, 벚꽃예술제, 세계철새축제도 있다.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 김제에 가면 천년고찰 금산사를 비롯하여 지평선축제, 하소백년축제, 금구원조각전시관이 있다. 또 부안에서는 내소사와 개암사를 들러볼 만하고, 매창문화제, 석정문학관, 곰소젖갈축제 등이 있다. 때를 잘 맞추어 새만금방조제를 찾아야 볼거리, 먹을거리, 체험거리를 즐길 수 있다.
새만금방조제는 머지않아 동북아와 태평양 경제권의 새로운 허브로서 물류, 신산업, 관광의 허브로서 웅장한 참 모습을 들어 낼 것이다. 우리나라의 새로운 문명을 열어가는 도시, 새만금은 그곳에 세워질 도시이름을 '아리울'이란 새로운 이름으로 정했다. 물을 뜻하는 '아리'와 울타리를 뜻하는 '울'을 합쳐 만든 토박이말 이름이다. 아리울이란 신도시에 국제공항이 들어서고 아리울에서 포항까지 철도와 고속도로가 뚫리는 날,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장해줄 아리울의 꿈은 완성되려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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