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묻힌 워낭소리/이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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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묻힌 워낭소리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이의민
소는 짐승이지만 웃을 줄 알고 울 줄도 안다. 커다란 눈을 껌벅이며 머리를 쳐들고 입을 벌려 히- 하고 웃는다. 소를 장에 팔러 가면 어찌 알았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힘없이 눈물을 흘린다. 영화 '워낭소리'에서처럼 농촌에서는 소와 사람이 한 마음이 되어 살아간다. 농경사회에서는 소가 노낱을 갈고 짐을 날라주는 등 온갖 농사일을 도와 주었다. 평생 소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던 시절이 엊그젠데 지금은 세상이 변하여 논밭 쟁기질을 하며 워낭소리를 듣던 시절은 아니다. 옛날 소는 집안의 보물 1호이자 살림밑천이었다. 한 식구로 살았다. 그러던 소가 애절하게 통곡하고 몸부림치며 흙구덩이에 묻히고 있다. 순박한 소들이 참으로 슬프게 죽어 간다.
난데없는 구제역이라는 동물 전염병이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지금 구제역으로 살처분되어 매몰된 소와 돼지는 2011.2,7일 현재 312만 마리에 이른다. 세계 수의학자들은 이번 구제역 파동을 동물방역사에 기록될 사건으로 규정한단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선진국의 구제역 대책을 조사한 결과 한국처럼 반경 500m 이내에 사는 가축들을 다 죽이는 식의 예방적 도살처분을 기계적으로 밀어붙이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고 한다. 이웃 일본은 구제역발생 농가의 가축만 도살처분을 한다. 백신사용을 우리나라처럼 꺼리는 나라도 드물다.
정부는 육류수출을 위한 청정국 지위에 집착해 백신사용을 꺼리다가 실기(失期)했다. 경제적 관점에서만 도살처분으로 접근하는 게 문제다. 땅에 묻힌 3백여만 마리의 가축은 물건이 아니다. 비록 언젠가는 사람을 위해 죽어야할 운명이지만 아직은 더 살 자격이 있고 새끼는 더 커야할 소중한 생명이다. 이들을 살처분하거나 생매장하는 것은 동물보호법에도 크게 위배되는 잔혹한 일이다.
한 장의 사진을 보니 낭떠러지 같은 구덩이 앞에서 아기 돼지들이 울부짖고 있었다. 어미돼지와 새끼들은 안타까움과 공포로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또 하나의 사진을 보니 안락사 주사를 맞은 어미소는 송아지가 젖을 물자 다리를 바르르 떨면서도 2~3분 버티다가 새끼가 입을 떼자 쓰러졌다. 사람에게 고기를 내주기 위해 태어난 운명이라지만 살아 있는 동안만은 쾌적하게 생활하고 최소한의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우리나라의 소와 돼지를 이 꼴로 만든 것도 사람의 부주의에서 비롯된 일이다. 경북 안동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은 목축업을 하는 농민들이 구제역이 만연한 동남아지역의 목축업을 방문하고 돌아와 방역소독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자기들이 키우는 소와 돼지를 바로 접촉함으로써 전염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경기, 강원, 충청, 인천, 경남지역 등 전국으로 전파 된 것이다. 이렇게 수백만 마리의 말 못하는 소와 돼지들이 통곡하면서 땅에 묻힌 곳이 전국적으로 4천여 군데라는데 벌써 지하수에서 문제가 생겨 핏물 침출수가 나온다고 한다. 어느 시골 농가의 한 할아버지는 구제역으로 한 식구 같은 소를 땅에 묻고 돌아와서 음독자살했다고 한다. 참으로 슬픈 죽음이다. 이렇게 죽어간 소와 돼지들의 죽음이 벌써 사람들에게 저주를 시작한 듯싶다. 토양오염 침출수로 인한 매몰지 주변에서는 겨울인데도 악취가 진동하는 2차 재앙이 눈앞에 닥친 것 같다.
인간들이 구제역을 막지 못한 죄를 짓는 바람에 죗값을 받게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구제역에다 조류독감까지 전국으로 퍼져 날짐승마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슬피 우는 소와 돼지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세상이 됐으니 이제 옛날 같은 그리운 워낭소리는 언제 어디서 들어 볼 수 있을까?
(20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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