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애국/김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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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 애국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김길남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나라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누구든지 부르짖는 소중한 가치다. 이를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한제국 때 일제에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까지도 그게 애국이라고 했다. 나라는 형태가 없다. 꽃처럼 예쁜 모양을 가진 것도 아니고 높은 산같이 어디에 쌓여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무엇이 나라인가. 바로 대한민국, 이곳이 나라다. 영토 안에 있는 사람을 비롯하여 모든 생명체가 나라이며 한 줌의 흙과 물 한 방울도 나라다.
애국하면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용사들과 평생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려고 애쓴 유명한 어른들을 생각한다. 그들은 큰일을 해낸 애국자다. 난세에는 그런 애국자가 많아야 나라를 지킬 수 있다. 그렇지만 평상시에는 그런 애국자보다 소리 없이 숨어서 애국하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나는 일상생활 속에서 애국하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
전주 기린봉에 오르노라면 등산길을 다듬는 노인을 만날 수 있다. 80세에 가까운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이다. 등산로가 비에 씻겨 골이 파일 염려가 있는 곳은 도랑을 내어 물이 옆으로 흐르게 한다. 움퍽 패인 곳이 있으면 흙으로 메우고 풀이 자라면 낫으로 베어 없앤다. 등산할 때마다 손댄 흔적을 본다. 그 노인은 삽과 괭이, 낫을 항상 가지고 다니며 길을 손질한다.
완산동에 사는 어떤 아주머니는 봉사단체에 가입하여 생활이 어려운 사람을 도우러 다닌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목욕봉사를 한다. 내 부모라 해도 오래 씻지 않으면 냄새가 나서 더러울 텐데 전혀 개의치 않고 웃음으로 대하며 씻어드린다 한다. 독거노인 집을 방문하여 청소를 해주고 반찬거리도 만들어 준다. 동민들의 행사에는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등 몸을 사리지 않고 돕는다.
전북대학교 병원에는 안내하는 일을 맡은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큰 병원이라 처음 찾는 사람은 어디가 어디인지 잘 모른다. 필요한 병과나 입원실을 물으면 자세히 가르쳐주고 길까지 안내한다. 카드를 이용한 자동납부를 잘하지 못하면 방법을 가르쳐 주거나 대신해 준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걸음걸이를 돕고 휠체어를 밀어주기도 한다.
옛날에도 아무 보수를 받지 않고 봉사를 한 사람이 있었다. 우리 동네에 다른 곳에서 이사 온 유식한 청년이 있었다. 해방 뒤에 야학당을 열어 동민들을 가르쳤다. 가, 갸, 거, 겨부터 한글을 가르쳤고, 사칙계산 방법도 알려주었다. 나도 야학당에 다니며 한글을 익혔고 산수도 잘 할 수 있었다. 누님도 야학당에서 배워 책을 읽었다. 그때에 야학당에 다닌 동네 사람들은 모두 한글을 깨쳤다. 글을 몰라 애태우던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한 것이다. 문맹퇴치를 한 상록수 청년이었다.
한 할머니는 동네 모정을 청소했다. 비로 쓸고 걸레로 닦았다. 주위의 쓰레기를 치우고 깨끗하게 했다. 공동우물가의 더러운 것도 치우고 시궁창의 쓰레기도 건져냈다. 골목길도 쓸어 그 할머니가 사는 집 근처는 언제나 깨끗했다. 몸치장도 깨끗하게 하여 모범이 되는 할머니였다.
나라 사랑이 특별한 게 아니다. 조그만 일이지만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나라사랑이다. 길가의 휴지를 줍는 사람도 애국자요, 길을 묻는 사람에게 자세히 가르쳐 주는 사람도 애국자다. 하수구의 물길이 막혀 흐르지 못할 때 터주는 것도 애국이고, 수도꼭지에서 새어나오는 물을 잠그는 것도 애국이다. 버스에서 짐 보따리를 들어 주는 것과 네거리에서 신호를 지키는 것도 애국이다. 이러한 조그만 애국들이 모여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
정부에서는 세금을 걷어 나라살림을 한다. 길을 내고, 다리를 놓으며, 고속철도를 건설하고, 생활이 어려운 사람을 도와준다.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보살펴 주고 질서를 유지하며 외적을 막는 일을 한다. 이게 나라 행정이다. 그러나 그것은 겉으로 보이는 행정 행위이고 정말 살기 좋은 나라가 되는 것은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착한 일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든다. 작은 애국이 선진 국가를 이루어 낸다.
요즘 선거철이 되면 애국자가 어찌도 그리 많은지 모른다. 어느 누구하나 나라사랑 국민사랑을 빼놓지 않고 부르짖는다. 그러나 당선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모르쇠 하는 것 같다.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의사는 내비치지도 못하고 만다. 부정에 개입하여 의원직을 잃고 철창신세가 되는 사람도 있다. 크게 애국을 외치는 사람치고 진짜 애국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큰소리치는 애국자를 믿지 못한다. 아무 말 없이 종이 한 장이라도 줍는 사람이 참 애국자다.
나는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인가. 별로 내 세울 것이 없다. 작은 애국이나마 하고 싶을 뿐이다. 사람의 도리를 다하려고 노력하고 작은 나라사랑이라도 하고 싶다.
( 2011. 1.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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