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들의 비명소리/최기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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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들의 비명소리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최기춘
온 나라가 가축들의 비명소리로 가득하다. 가축들의 원망 섞인 울부짖음이 들려오는 듯하다. 구제역발생에 이어 설상가상으로 AI조류독감까지 발병하여 축산농가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구제역이 작년과 금년에만 발생했던 것은 아니다. 2000년 3월에도 경기도와 충청남북도 일원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했었고, 2002년에도 경기도와 충청북도 일원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능동적으로 슬기롭게 대처하여 크게 확산되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2010년 11월에 발생한 구제역은 초기대응을 잘못하여 2011년 1월 25일 현재 8개시도 63개 시·군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고 한다. 살 처분하여 매몰된 가축 수는 소 14만 2천 901마리, 돼지 247만 6천 451마리, 염소 3천 961마리, 사슴 2천 240마리로 총 262만 5천 553마리나 된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많은 생명들이 억울하게 죽어가면서 얼마나 사람들을 원망했을까.
잘못되는 일에는 언제나 책임을 떠넘기려는 사태가 벌어지기 마련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구제역 확산의 책임이 축산농가에 있는 것처럼 대화가 오갔다니 한심한 일이다. 당정관계자들도 구제역 확산으로 대책을 세우느라 노심초사할 것이다. 그러나 애지중지 키워온 소나 돼지들을 생매장하는 축산농가의 애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런 철없는 발언들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추운 날씨에 구제역방역에 안간힘을 다하는 축산농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모습은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가축을 키우는 사람들은 가축을 꼭 돈벌이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한 가족처럼 생각 한다. 사람은 굶어도 가축은 굶기지 않는다. 소달구지에 짐을 싣고 고삐를 잡고 가면서도 가볍게라도 지게에 짐을 나누어 짊어지고 간다. 이렇듯 가족처럼 애지중지 기르던 가축을 방역요원들이 들이 닥쳐 살 처분한다고 하면 축산농가의 심정은 과연 어떻겠는가? 오늘 갓 난 송아지나 임신한 암소들을 살 처분할 때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 살 처분한 농가나 살 처분을 담당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생매장되는 가축들의 처참한 모습이 아른거려 정신적 충격으로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우리소와 현 정부는 큰 악연이 있는 듯싶다. 집권 초기에는 광우병 쇠고기 파동으로 촛불 시위가 번져 어려움을 겪더니, 요즘엔 구제역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져가고 있으니 말이다. 죽어가는 가축들이 한을 품었는지 올겨울 날씨도 유난히 춥다. 날씨가 너무 추워 노점상이나 재래시장 상인들의 한숨소리도 높다. 서민들의 생활필수품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른다. 구제역을 방지하고자 설에 귀향을 자제하는 추세여서 농촌 재래시장의 경기는 맹추위만큼이나 얼어붙었다고 한다. 재래시장 상인들은 무척 어렵다, 아무리 어렵다 해도 이런 난리는 처음 당한다고 한다. 가뜩이나 농촌에는 노인들만 살고 있어서 겨울이면 더 추운데 금년 농촌의 설은 더욱더 썰렁한 설이 될 것 같다. 설을 앞두고 구제역 확산을 막지 못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이 높다. 정부는 구제역에 대한 책임소재를 따지기 전에 구제역을 하루빨리 퇴치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세워 축산농가와 국민들을 안심시켰으면 한다. 그리고 억울하게 한을 품고 죽어간 가축들의 원혼을 달래는 진혼제라도 지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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