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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행/김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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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79회 작성일 11-01-05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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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행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김영옥 경인년 마지막달 끝자락인 28일 새벽이다. 전주에는 40여년만에 첫눈이 덥석 많이도 내려 눈 속에 갇혀 사노라니 답답하고 따분하다. 때마침 서울에 사는 셋째 딸의 ‘순천만을 여행할 테니 준비하고 기다리라’는 전화는 나를 마냥 설레게 했다. 엊그제 내린 눈이 사방에 쌓여 있는데도 여행이라는 말에 눈 오는 날 강아지처럼 좋아 하는 내가 분명 철부지이지 싶다. 11시쯤 도착하여 딸이 들어와 시간이 없다고 끌고 가다시피 하여 따라나섰다. 국도는 위험하다며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하여 갔다. 하느님은 몇 십리마다 다르게 웃었다 울었다 조종을 하면서 우박덩이로 차창을 때리며 조심하란다. 사뭇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나는 연신 천천히, 조심조심 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조였다. 딸은 가끔 디카 사진기를 눌러댄다. 다행히 아래쪽으로 내려가니 눈은 보이지 않았다. 2시가 되어서 순천만 입구에 있는 음식점에서 꼬막정식을 맛있게 먹고 주차장에 차를 두고 순천만 안쪽으로 향했다. 방학 때여서 그런지 추위에도 관광차가 십여 대나 있고 주차장이 제법 채워져 있었다. 오늘 입장료는 무료란다. 배는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여서 걸어서 구경해야 될 판이다. 4칸으로 이어진 관광용 자동차는 둑길로 길이2.5km 를 돌아오는데 어린이나 노약자들이 이용하는 성싶다. 노인은 별로 없고 학생이나 젊은이들이 많았다. 사위가 재빨리 뛰어가 사무실에서 휠체어를 구해 와 다리 아픈 나를 태우고 밀고 나섰다. 지난 1월초에 제 아들들과 함께 새해맞이로 왔을 땐 사람들이 너무 많아 구경도 못했는데 오늘은 마음대로 볼 수 있어 좋다며 둘이서 연신 사진을 찍어댄다. 아마 딸은 볼로그에 올릴 모양이다. 국내 최대 규모인 이곳 갈대군락지는 세계5대 습지 중 하나라고하니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오른쪽 둑으론 생태보존을 하기위해 가지 못하게 했다. 2013년엔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린다니 기대할 만하다. 막연히 아름답다기보다 보는 상태에 따라 느낌도 다르다. 어찌 보면 부드러운 아기사자의 털 같고, 수사자의 갈기 같기도 하다. 연한 갈색 융단을 펼쳐 놓은 것 같아 마구 뒹굴고 싶은 충동이 일어 한없이 바라보며 온갖 모양을 다그려본다. 간간히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끝부분은 반겨주는 손짓 같아 따라 손을 흔들어 답했다. 용산전망대는 오르막이어서 나는 올라가지 않고 천천히 휠체어를 밀고 되돌아오면서 사방을 둘러보며 감상했다. 바닷물 사이사이로 둥글게 혹은 길게 온갖 모양으로 이루어진 이 광대한 갈대숲을 어느 누가 만들었을까? 창조주의 위대한 솜씨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간간히 해님이 나와 금물결을 출렁이니 사이좋은 청둥오리가족이 유유자적 노니는 모습에 나도 함께 어울리고 싶었다. 저 멀리, 무엇을 생각하는지 외롭게 혼자 서있는 백로는 내 마음을 알아주려나? 흑두루미 두 마리가 물속에서 가진 묘기를 다 부린다. 기러기 떼의 군무는 눈을 뗄 수가 없다. 갈대숲 사이사이를 누비며 떠가는 유람선의 풍경은 금방 나를 화가로 만든다. 정말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들이다. 여름철 녹색으로 변한 갈대숲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상만 해도 행복감에 젖는다. 딸과 사위는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지 사진만 찍느라 정신이 없다.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는 거대한 습지, 순천만 생태공원은 한국의 자랑거리요 자산이다. 이 아름다운 갈대숲의 생태계를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하리라. 음식점이나 놀이시설은 아예 들어서지 못하게 막아야 하리라. 어느새 서편 하늘로 숨어버리는 해님이 야속하다. 다시 올 것을 갈대들과 손을 흔들어 약속하고 아쉬움만 남겨둔 채 여수로 향했다. 사위친구의 안내를 받고 여수시 화정면 백야도로 향하는 길은 어둠이 칠흑 같이 내려앉았다. 가로등도 없는 꼬부랑 시골길은 분간하기 어려웠다. 도시의 불을 10의 1이라도 끌어다 놓았으면 싶었다. 다행히 차안의 안내판이 길을 알려 주어 찾아갔다. 백야도는 조그만 섬인데 얼마 전 대교를 놓아 육지와 연결했다. 다리는 100m도 못되는 것 같았다. 바닷물이 철썩이는 부두의 언덕에 아슬아슬하게 아담한 단층의 펜션이 있었다. 예약손님임을 미리 알리고 다리를 건너 횟집을 찾아 저녁을 먹고 다시 건너가 하룻밤을 묵었다. 새집에 이부자리도 깨끗하고 방이 따뜻하여 나그네를 편히 쉴 수 있게 해줘서 좋았다. 밤새도록 거센 바람소리, 파도소리가 어울려 자장가를 불러대니 잠을 잘 잤다고 해야겠지요. 아침에 일어나 섬을 한 바퀴 돌려고 나섰더니 왼쪽은 인가도 길도 없다. 백야도앞바다는 전복양식장이 넓게 자리했다. 바다 건너편 산자락에는 마을이 옹기종기 매달려 있었다. 섬 오른쪽을 돌면 인가도 좀 있고 등대도 있다는데 다음에 가보기로 했다. 앞바다에는 말로만 듣던 다도해가 그림 같이 펼처져 있었다. 백야도는 낚시터로 유명하여 외지사람이 들락거린단다. 여수에서 버스가 와서 화양리와 화정리 주민들의 발이 되어 준다. 섬은 화정리다. 가족이나 친구끼리 와서 조용히 묵어갈만하였다. 다시 여수로 나와 보니 아침식사 할 곳이 마땅치 않아 순천만으로 와서 짱뚱어 탕으로 식사를 하고 전주로 향했다. 구레, 남원을 거처 오는 길옆으로 노령산맥의 높은 산들은 꼭 알프스의 산을 연상케 했다.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이런 철이 아니면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광에 반하여 딸은 연신 카메라에 담느라 바쁘다. 장모는 마냥 신명이 나서 수다를 떨며 자장가를 불러대니 피곤한 사위는 졸음 운전하느라 고역이었을 것이다. 사위와 딸,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지 3개월, 쓸쓸히 지낼 어미를 생각해 휴가를 얻어 내려온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가을 문학기행 때 이곳을 못 와서 내심 애석해 하였는데 이번에 구경 한 번 잘했다. 어떤 경치보다 몇 십 배 더 딸 내외의 아름다운 마음이 함께한 이번 여행은 오래도록 간직하고픈 참으로 아름다운 여행이었다. (2010.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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