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여행기(5)/서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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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하얀 구름의 나라, 뉴질랜드(5)
-한여름의 성탄절-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서상옥
태양이 불타는 여름밤, 뉴질랜드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불꽃 튀는 폭주 속에 예수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절 이브는 화려한 밤이었다. 어린 시절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새벽, 예배를 마치고 눈 쌓인 시골길을 돌아다니면서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으라.”하고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던 추억들이 한 폭의 영상으로 떠올랐다. 베들레헴 어느 초라한 마굿간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이 세상 온 누리에서 찬양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는 한여름 밤에 성탄축제로 밤을 지샜다. 별빛처럼 반짝거리는 주택들이 밤거리를 장식하는 시티가 있어 사람들이 물밀듯 몰려들었다. 인터넷에 아름다운 시가와 저택까지 올려 자랑하고 있었다. 잘된 지역이나 개인 주택은 시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한다. 우리나라 서울 명동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울리며 성탄이브를 즐기는 것과 다를 바 없지마는 그 이면에 숨어있는 신앙심은 아주 다른 것 같았다. 결코 상업성이 없는 오직 성탄만을 축하할 뿐이었다. 어느 집 앞에는 해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며 시민을 즐겁게 하던 주인이 올해는 준비를 못해 미안하다는 안내문을 보고 뜨거운 감동을 받았다. 참으로 순수하고 겸손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성탄을 축하하는 풍습은 나라마다 다르다. 영국에서는 여왕이 성탄절 아침에 전국에 성탄축하 메시지를 방송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벽난로 앞에 통나무를 놓고 온 가족이 모여 신년의 행운을 빌며 아이들은 산타크로스의 선물을 기다린다. 또 우유와 신문을 배달하는 소년에게 양말이나 장갑을 주면서 감사한다. 아일랜드는 11월말 대강절부터 성탄축제가 시작된다. 가정마다 모든 창문에 촛불을 켜놓고 문을 조금씩 열어 놓는다. 이것은 아기예수의 탄생을 위해 마굿간을 찾는데 헤매지 말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하루에 끝나지 않고 3주간이나 성탄시즌을 갖는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거의 같은 풍습이다.
나는 안사람과 함께 메도우렌드 한인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김태완 목사 사모의 부모님이 오셔서 반갑다고 소개를 하면서 박수를 받아 정말 감사했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어려운 선교사업에 헌신하고 있는 목사님들께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다. 특히 전직 부부교사였던 이문수 선교사는 우리를 너무나 따뜻하게 환영해 주셔서 정말 고마웠다. 이곳으로 이민 온 지 16년째라는데 우리 딸 내외를 유달리 아끼고 성원해준다. 근검절약하게 살면서 이웃섬기기에 앞장선다고 한다.
오늘 낮 성탄예배를 마쳤을 때 담임목사 사모님의 초대를 받았다. 며칠 내에 떠나는 우리 부부와 딸의 생일을 축하하는 파티였다. 원로 교인과 사모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베푸는 축하연이었다. 전셋집이라지만 큰 저택이었다. 정원부터 안방까지 아주 깔끔하게 정리되어 아늑하고 평화롭게 느껴졌다. 밖에는 풀장까지 있어 무더운 여름을 식히기에 그만일 것 같았다. 알뜰하게 준비한 생일 축하 케익을 나누고 정성어린 음식과 차를 마셨다. 이어서 준비한 선물을 받는 시간이 되었다. 사모님의 진행으로 이루어졌다. "오늘 이렇게 고국에서 오신 부모님과 소라사모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 사랑하는 교우를 모시게 되어 반갑습니다. 지금부터 여기 예쁘게 포장되어 있는 선물을 각자 골라 가세요." 그런데 지금까지 겪은 크리스마스에 얽힌 가장 아름다운 추억담을 들려달라는 주문이었다. 나는 76세가 되도록 뙤약볕이 내려 쪼이는 한여름에 성탄절을 맞는 것은 처음이라 의미가 깊다고 했다. 정겨운 이 자리의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겠다고 해서 박수와 함께 귀한 선물도 받았다. 참으로 즐거운 성탄절이었다.
지난봄에는 둘째사위 초청으로 서유럽 관광차 영국에서 한 달 가까이 쉬다 온 적이 있다. 영국의 역사를 빛낸 처칠 수상의 생가를 비롯해서 왕비가 주말에만 쉬어간다는 윈저성과 일곱 빛 하얀절벽 등 해변의 추억을 잊을 수가 없다. 더구나 외손자들과 영국의 젖줄인 뎀즈강에서 백조들에게 먹이를 주면서 즐기던 추억은 영원한 아름다움으로 남을 것이다. 그런데 또 연말을 기해 우리나라 기후가 너무 춥다고 여름인 남쪽 나라에 와서 잠시 쉬어가라는 셋째딸의 초청을 받았다. 사실 한 해에 두 번이나 외국 여행을 한다는 것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경제적인 부담도 크지만 건강도 그렇게 좋지 않았다. 그러나 땅 끝까지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어려운 선교사로 떠난 사위와 딸이 보고파서 용기를 냈다.
염려했던 것보다는 안심이 되지만 역시 이역 땅에서 개척해 나가는 선교사업은 고난의 길이다. 경제적인 후원 없이는 난감한 일이라고 느껴졌다. 겨우 단기 유학생들의 하숙비로 생계를 해결해 가고 있다니 부모로서 걱정이다. 들에 피는 백합화나 날아다니는 새도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 하지만 참으로 막막한 고난의 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내 뜻이 아니고 하나님의 뜻이라 했거늘 근심걱정 털어버리고 범사에 감사해야 하리라. “내일 일은 걱정하지 말라. 네 곁에 언제나 하나님이 계시느니라.” 나 역시 그렇게 믿고 의지하며 쉬지 않고 기도한다.
(2010.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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