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를 깊게 뻗으려고/양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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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를 깊게 뻗으려고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양희선
문학을 통해 삶을 향기롭게 하고 한국문단을 빛낼 신인상과 대한문학상, 연암문학상 시상은 <2010 대한문학제>의 꽃이었다. 영광스런 자리에 한 발 앞서 등단한 선배로서 축하의 뜻을 함께하고자 참석하였다. 지난해 이맘때 얼떨결에 신인상을 받게 되어 등단이란 관문을 통과하였다. 이제 막 면허증을 따서 홀로 차를 몰고 도로주행에 나서는 두려움으로 떨리는 심정이었다. 오늘 신인상을 받는 분들도 나와 다를 바 없으리라.
올해 대한문학제는 우리고장 정읍시 이화가든에서 열렸다. 많은 문인들이 초청되어 작년보다 더 많은 인사들이 참석하였다. 식장도 지난해보다 좋은 것 같았다.
발행인 정주환 박사가 참석인사들을 일일이 소개하고 이어서 대표 몇 분이 축사를 해주었다. 회장님의 축사에서 솔나무 씨앗 하나는 좋은 땅에 심어졌고 또 다른 하나는 바위틈에 떨어져서 어렵게 싹을 틔웠다. 좋은 땅에 심어진 소나무는 무럭무럭 잘 자랐지만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는 좀처럼 자라질 못했다. 어느 날 태풍이 몰아쳤다. 좋은 땅에서 예쁘게 잘 자라던 소나무는 바람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나 바위틈에 뿌리를 깊게 내린 소나무는 태풍을 이기고 굳건히 그 자리를 지켰다는 말씀을 하셨다. 글 쓰는 일이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역경을 참아내고 기반을 튼튼히 다져 깊게 뿌리를 내리도록 애써야 한다는 교훈이리라.
또 선배작가의 축사에서는 두 나무꾼이야기가 있었다. 같은 시간에 같이 나무를 했지만 한 사람은 훨씬 많은 나무를 해 왔다. 무슨 연유일까 자세히 살펴보니 한 나무꾼은 쉬는 참에도 도끼를 갈고 있더란다. 그러니 무딘 도끼로 나무를 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나무를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아닌가? 물속에서 한가롭게 떠다니며 유영하는 오리들도 보이지 않은 물속에서는 두발로 쉼 없이 물갈퀴 질을 하는 법이다. 숨은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는 말씀이었다. 노련한 그분들도 꾸준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 수동적인 자세보다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글을 써야함을 역설 하였다.
약자는 산을 올라가기도 전에 산이 높아 오르기를 꺼린다. 한 발 한 발 또 한 발 오르다 보면 어느 땐가는 정상을 정복하는 희열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힘든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할 구실을 찾는다. 의지력이 약하여 중도하차 하면 아니 감만 못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느 일인들 호락호락 이루어지는 만만한 일은 없다. 내가 쓴 글이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감동을 얻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다. 글밭에 뿌리를 내리려면, 보이지 않는 물갈퀴 질을 쉼 없이 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 11월 중순쯤 선운산 계곡에서 눈부시게 고운 단풍을 보았다. 어쩌면 한 나무에서 여러 색깔로 그렇게 화려한 최후를 장식할 수 있을까. 봄에는 파릇파릇 잎을 피워 생명력을 발휘하고, 여름엔 푸르게 위용을 떨치더니, 가을이 되어 서서히 마무리를 시작한다. 보이지 않는 깊숙한 곳에서 갖가지 아름다운 색깔을 빚으려고 얼마나 많은 공간의 햇볕과 씨름을 했을까. 때가 되어 처절하리만큼 화사한 색의 조화를 이루고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그 찬란함이 숭고(崇高)했다.
한 그루의 나무도 저토록 아름다운 최후를 남기고 가듯이, 나도 독자의 가슴을 메아리치게 하는 글을 남겨 내 생애를 곱게 갈무리하고 싶다. 하루를 장식하고 서산으로 지는 붉은 저녁노을이 최상의 아름다움이듯, 내 황혼의 빛깔도 화려하게 수놓고 싶다.
(2010.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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