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아라/김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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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아라<放下着>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김길남
인간은 누구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백만장자도 빈손으로 갔고 권력을 휘두르던 전직 대통령들도 손에 쥔 것 없이 떠났다. 공수래(空手來) 공수거(空手去)는 만고의 진리다. 나도 갈 때는 아무것도 갖고 가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걸 모르고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쥐려고만 한다. 끝없이 채우고 붙잡으려고 안달이다. 이 세상이 시끄러운 것도 서로 채우려는 욕심에서 시작되었다.
누구나 많이 가지면 행복한 줄 안다. 더 가지려고 욕심을 부리며 다투는 괴로움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눈만 뜨면 경쟁이니 어찌 그런 삶이 행복일 수 있을까.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살다 가면 그만이지 왜 그렇게 욕심을 부리는지 모른다. 조물주가 만든 이 세상을 보면 참 묘하기도 하고 잘 만들었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에게 욕심을 갖도록 한 것은 크나큰 실패라고 생각한다. 욕심만 없었더라면 이 세상이 훨씬 살기 좋은 곳이 되었을 게다.
한 줌의 보리쌀을 쥔 사람은 한 가마니의 쌀을 들 수 없다. 보리쌀을 놓아야 쌀을 가져 갈 수 있다. 욕심으로 쥐고만 있으면 더 좋은 것을 잡을 기회를 놓친다. 그것이 물질이든, 명예든, 권력이든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가지고 있는 것을 놓을 줄 모른다. 다 버리고 비워두어야 좋은 것을 채울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한다. 무한히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내 것이란 본래 없는 것이고 잠시 머물다 갈 뿐이다. 있는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욕심 때문에 내려놓았다가도 금방 다시 들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모두 내려놓지 못한다면 일부라도 버리고 살아볼 일이다. 조금씩 더 비워보고 점점 늘여나가면 모두를 내려놓고도 살 수 있을 게 아닌가.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면 한 번 실행해 보는 것이 어떨까.
이 세상에는 모두를 내려놓고 살다 간 사람들이 있다. 김수환 추기경과 성철 스님, 법정 스님 등이 그런 분들이다. 그리고 있는 재산을 대학이나 사회에 기증한 어른들도 모두 내려놓고 살다간 사람들이다. 혼자 살면서 호떡장사와 바느질로 평생 모은 재물을 사회에 내어놓는 할머니도 있다. 쓰레기를 주워 팔아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이웃돕기에 써달라고 기부한 노인도 보았다. 너무 감격스러운 선행에 가슴이 뭉클하다. 내려놓을 줄 아는 어른들이다. 그런 분들이 있기에 방하착(放下着)이란 말은 그 심오한 진리를 빛내게 된다.
우리나라 부자들은 내려놓을 줄 모른다고 비난하는 사람이 많다. 미국의 부자들은 자기 재산의 반을 사회에 내어놓겠다며 실천에 옮기는데 아직 우리의 부자들은 소식이 없다. 더 좋은 것으로 채우려는 마음이 없는 모양이다. ‘어떻게 번 돈인데 내어놓아’ 하는가 보다. 자식들에게 몰래 물려주고, 비밀장부를 만들어 돈을 빼돌려 외국에서 땅을 사고 집을 짓는 꼴이 너무 안타깝다.
내려놓아야 하는 것은 물질만이 아니다. 마음을 먼저 내려놓아 온갖 잡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잡념을 불교에서는 망상이라 한다. 번뇌 망상이 없어야 화두가 풀린다. 모두가 공(空)인데 무엇을 남겨 괴로워할 것인가. 깨끗하게 내려놓고 빈 마음으로 살아가라 가르친다. 명예도 권력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되는 일은 없다. 하늘이 도와야 이루어지는 것인데 억지로 얻으려다 망신만 당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욕심 부리지 않고 내려놓고 살아도 될 일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채우는 법은 배우지만 비우는 법은 공부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경제는 돈을 버는 일이지 어떻게 가치 있게 쓸 것인가에는 소홀하다. 더구나 비우는 일은 전혀 관심도 없다. 사람이 바르게 살아가려면 비우는 공부를 해야 한다. 비울 줄 아는 사람은 행복해진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누구나 잡은 것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더 큰 것을 얻는다는 것을 깨닫도록 해야 하리라. 붙잡으려는 마음을 버리고 내려놓을 줄 알 아는 사람이 많아야 온 누리가 살 맛 나는 곳이 되지 않을까.
오늘도 후배가 먼 길을 떠났기에 노자 돈을 건네주고 왔다. 선후배가 많이 조문하였다. 평소 내려놓고 살아서 찾았을 게다. 자기 욕심만 챙기고 잡으려고만 했다면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을 게 아닌가. 내려놓은 마음에 명복이 가득하기를 빈다.
( 2010. 9. 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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