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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대목장날, 그 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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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10회 작성일 10-09-27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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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대목장날, 그 긴 하루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양희선 며칠 전부터 모래내시장이 붐비고 있다. 아직도 반팔 옷을 벗지 못했는데 추석이 코앞에 다가왔다. 예년에 비해 올 추석은 열흘쯤 빠르다고 한다. 봄부터 시작된 이상기온으로 채소와 과일이 흉작이 되어 시장을 보려고 나온 사람들은 배로 뛴 물가에 어안이 벙벙하다. 우리 고유의 대 명절 추석 차례상에 차릴 제물준비와 사랑하는 가족들을 맞이할 채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차림을 준비하는 우선순위가 김치다. 주부들은 김치를 담가놓아야 안심이 된다. 무, 배추 가게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 이건 배추 값이 아니라 금값이다. 크지도 않은 배추가 한 포기에 7천원이라니 놀랍다. 무는 한 개에 4천원이다. 비싸지만 어쩌랴, 추석 상차림인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사갈 수밖에……. 사람들 틈새를 비집고 살 물건을 고르기도 힘들다. 푸줏간이나 생선가게, 떡집에도 몰려오는 손님을 맞느라 온가족이 총동원되어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대목장이다. 국 끓일 양지머리도 사야하고 산적감도 준비해야지. 생선가게 널빤지에 늘어놓은 검붉은 홍어와 노란조기들이 몸값을 뽐내며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추석송편을 기계로 대량 찍어서 한결같은 모양의 송편이 나왔다. 예전엔 추석 전날 온가족이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며 어른과 아이들이 이마를 맞대고 송편을 만들었다. 가지각색 모양을 만들어 웃음꽃을 피웠던 아름다운 풍습은 어디로 사라졌나 보다. 신세대들이 즐기는 빵이 떡의 진미를 퇴색케 하고 있다. 생일 떡은 생일 케익에게 자리를 빼앗길 형편이다. 전통음식과 전통문화를 간직한 우리민족은 조상을 섬기는 아름다운 미덕을 지니고 있다. 또 가족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온정이 가슴가득 넘친다. 시장 노점에는 팔 사람과 살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다. 대로변까지 점령하여 차들이 막혀도 짜증내는 사람도 없고 양보하며 비켜간다. 언제나 제자리를 지키며 파는 노점상들은 활개를 펴고 물건을 판다. 어쩌다가 시골에서 농사지은 채소를 올망졸망 보따리에 들고 나와 구석진 곳에 풀어놓으면 금세 살 사람들이 몰려든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가 이루어진다. 싱싱해서 좋고 우리 농산물이니 믿을 수 있어 안심이다. 인심도 후하여 덤을 주기도 한다. 시골 아주머니는 채소를 판 몇 푼 안 되는 돈으로 추석 장보기를 하는 얼굴엔 흐뭇한 미소가 가득하다. 우리부부는 예년과 같이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갔다. 영등포역에 도착하니 아들과 손자가 나와 있었다. 억수로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설마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그칠 줄을 몰랐다. 소나기 같았으면 한동안 쏟아지다 그치다 삼형제가 지나가련만 장대비가 동이로 퍼붓듯이 계속 내린다.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어디 쉴 곳이 있으면 머물렀다 가자고 말하겠지만 그칠 비가 아니라고 했다. 앞은 보이지 않고 도로는 물에 잠겨 차선도 없는 물바다를 달렸다. 어디쯤 갔을까, 굴다리 밑이 침수되어 통행할 수 없다고 경찰관이 수신호를 보내주었다. 낯선 길로 돌아가야 했다. 여기저기 도로변에 있는 배수구에서 물이 역류하여 물이 더 불어나고 있다. 곳곳에 고장 난 차들이 멈춰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고가 나면 어쩌지 하는 방정맞은 생각이 맴돌았다. 영등포역에서 아들집까지 20분이면 갈수 있는 거리를 한 시간이 넘어서 집에 도착했다. 가슴 조인 한 시간여의 빗속운행이 하루보다 길게 느껴졌다. 아들이 많은 고생을 하였다. 딸아이는 걱정이 되어 수시로 전화를 보내왔다. TV에서는 서울 곳곳에 침수피해가 났다는 뉴스를 보내며 시간당 80mm이상 쏟아졌다고 한다. 아들집이 있는 강서구와 양천구, 광화문 등에 국지성으로 퍼붓듯이 쏟아져 일반주택과 상가는 물에 잠겨 날벼락을 맞았다. 하필이면 내일 아침에 추석차례 상을 차려야 하는 한가위 전날에 물난리가 나니 야속했다. 시간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더라면 하루만이라도 비를 비켜 갈 수 있게 할 수는 없을까. 한숨으로 힘든 밤을 보냈을 수재민들을 위로해주고 싶다. 대목장을 노린 장사들의 애타는 가슴을 누가 보상해주랴. 이상기온으로 인한 기후변화의 사전대비를 국가적인 과제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올 추석은 물가고에 휘둘리고 뜻하지 않은 폭우로 곳곳에 침수피해를 입어 힘든 명절이었다. 수재를 당한 집은 차례 상을 차릴 엄두도 못 내고 한숨으로 집 정리를 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강한 인내력을 지닌 민족정신으로 그들도 꼭 다시 일어서리라 믿는다. 시련을 극복하면 희망이 보인다고 했다.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이 올 것이다. 때는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 열린 마음으로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삶을 누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의 풍요로움을 내년에는 꼭 누릴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자연의 섭리는 오묘하여 늦더위로 밤잠을 설치게 하더니 하루 사이에 서늘한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2010.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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