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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속에서/장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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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88회 작성일 10-09-2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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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속에서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장지연 주룩주룩 주르르, 유리창에 흘러내리는 빗물이 눈물처럼 번져간다. 자고나면 물 폭탄이 떨어져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한다는 뉴스에 입이 딱 벌어진다. 정말 하늘에 구멍이 난 걸까? 한 차례 장대비가 지나자 희끄무레한 구름이 시침을 뚝 떼고 산허리를 끌어안고 있다. 멀쩡한 날이 언제 또 조화를 부릴지 몰라 3단 우산을 가방에 챙겨 넣었다. 남자는 거짓말과 우산을 지니고 다녀야 한다는 말이 요즘 날씨를 두고 하는 말 같아, 남편 손에도 우산을 꼭 쥐어 주었다. 비가 오면 우산장사가 웃는다더니, 편의점에서는 우산이 20만 개나 팔렸다고 한다. 잦은 국지성 호우로 우산 마를 날이 없다. 이런 날 호박부침개에 모주 한 잔 나눌 그런 사람이 없을까? 창밖으로 시선을 던지니 조잘대는 아이들과 함께 우산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지나간다. “와! 예쁘다.” 원색바탕에 귀여운 동물과 만화캐릭터 그림, 테두리에 프릴장식을 한 꽃무늬에 투명우산, 초등학교 길목이라 그런지 우산 가장행렬은 끝도 없이 펼쳐졌다. 우산도 경쟁력을 지닌 패션이다. 디자인이나 소재의 다양성으로 비를 피할 수 있는 기능뿐 아니라, 비밀병기로 사용되는 호신용우산, 빗물받이가 부착된 우산,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오디오우산, 바람의 흐름에 따라 움직여 강풍에도 뒤집히지 않는 우산, 또한 무용수들의 소품이 되기도 하며, 마술사의 마술 기구로도 한몫을 차지하기도 한다. 어릴 적 비오는 날이 생각난다. 어른들은 삿갓이나 밀짚모자에 볏짚으로 엮은 우장(雨裝)을 걸치고 일터로 나가고, 아이들은 거의 비를 맞고 학교에 다녔다. 우리 집엔 우산이 있었지만 서열이 시퍼렇다. 새것은 아버지 우산, 성한 것은 오빠 몫, 찢어진 건 언니 것, 우산살이 부러져 반쪽짜리는 내 차지였다. 그 반쪽을 쓰고 나가면 서너 명이 몰려와 머리를 맞대고 십리길을 걸어 학교를 다녔다. 어느 날 휘돌이 바람에 휘감겨 우산이 홀랑 뒤집혀지면서 길옆 도랑물에 빠져 떠내려갔다. 그날이후 비가 오면 눈밭에 강아지처럼 빗속을 뛰어다녔다. 지금도 가끔 비를 맞으며 걷는 걸 좋아한다. 얼굴에 부딪치는 빗방울로 쩝쩝 입맛을 다시면 엄마 젖 냄새가 그립고, 새초롬이 젖은 옷을 바라보면 히히덕거리는 동무들 얼굴이 다가와 코흘리개 시절로 되돌아간다. 사랑은 비를 타고 온다고 한다. 호랑이 장가가는 날, 한 우산을 쓴 인연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는 사람, 우산 속에서의 첫 키스를 잊지 못한다는 커플도 있다. 비오는 날, 우산을 내밀며 멋쩍어하던 그 사람과의 인연, 소나기처럼 스쳐가는 추억 속에 햇볕이 쏟아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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