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의 변/이의민
페이지 정보

본문
애주가(愛酒家)의 변(辯)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이의민
저마다 술에 대한 취향은 다를 것이다. 술은 솔직하여 거짓이 없다. 마시면 3분 안에 효험이 난다. 술 마시는 사람 역시 거짓말을 못한다고 한다. 술 속에 친구가 있고, 사랑이 있고, 정이 있고, 믿음이 있다. 술은 건강해야 마실 수 있다 건강하지 못하면 몸이 허락을 하지 않으니 마시고 싶어도 못 마신다.
나이가 들어가니 주량도 줄어든다. 술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적정량의 술을 마시면 긴장을 풀어주고 스트레스도 해소된다. 하지만 지나친 과음은 심신을 괴롭히고 우울하게 만든다. 그래서 술을 마시면 우는 사람도 있고, 시비를 거는 사람도 있다. 이건 질색이다. 술꾼이 해서는 아니 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말로는 술을 처음 마신 뒤 20분 사이가 가장 기분이 좋고, 그 이후부터는 처음 20분만큼 좋은 기분을 느끼기 어렵다고 한다. 이를 ‘20분 법칙’이라고 한다. 술은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미쳐 사람에게 활력을 주는 엔도르핀을 나오게 한다. 그러나 엔도르핀을 만드는 게 아니라 저장된 엔도르핀을 나오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저장된 엔도르핀이 바닥나면 이 쾌감은 멈추게 되고, 알코올 섭취가 일정량을 넘어가면 ‘스트레이스 호르몬’이 분비되어 짜증과 피곤을 느낀다. 그런데 술을 마시다 보면 욕심이 생겨 ‘처음 20분 법칙’ 기분을 계속 연장시키고 싶어 술 욕심을 부린다. 그러나 역효과가 난다.
술은 사흘에 한 번 마시는 게 금이요, 밤에 마시는 술은 은이고, 아침과 낮술은 동이라는 말이 탈무드에 있다. 여기서 꼭 지켜야할 일은 만취되게 술을 마셨으면 사흘은 푹 쉬어 간을 보호해야 한다는 게 의사들의 조언이다.
팔만대장경에도 “술은 번뇌의 아버지요, 더러운 것들의 어머니”란 구절이 있다. 그러나 친구들과 어울려 한 잔 마실 때에는 아픔과 슬픔을 잊어보려고 하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대작을 잘하던 친구가 술잔을 거부하고 야멸차게 돌아서면 그 친구는 앞으로 친구 없는 외톨이가 될 것이다. 술을 거부하려면 정중히 사과하면서 더 마실 수 없는 사정을 이야기하고 거부해야 옳다.
너무 취해 인사불성이 되어 얼씨구절씨구 술이 사람을 먹고 난동을 부리고 추태를 부려 판을 깨고 몽롱한 사이 소중한 건강을 해쳐서야 어찌 함께 주당이라고 할 수 있을까. 술은 취할수록 조심하고 위아래를 알아볼 줄 알아야 대작할 술꾼이 생긴다.
친구가 물었다.
“자네 주력(酒歷)은 몇 년이나 되는가?”
“왜 그래? 글쎄 한 50년쯤 되었지.”
“놀랐는데. 술꾼치고는 정확히 기억하니 말이야. 그런데 정년은 언제쯤 할 텐가?
“아~ 그거야 죽어야 정년이지, 어떻게 안마시고 살아? 어떻든 술을 마시다보니 친구도 많이 사귀고 재미있는 일도 많았지. 취중에 시흥이 생겨 시도 쓰지.”
막역한 친구끼리 술자리에 앉으면 자주 충고(?)를 하기도 한다. 주객불문율(酒客不問律)이 나온다. 하시(何時)불문, 원근(遠近)불문, 노소(老少)불문, 남녀(男女)불문, 이것이 불문율이기도 하다. 아무튼 나는 술은 좋은 음식이라는 생각으로 늘 감사하게 마신다. 그러나 상대가 취해서 행패를 부리면 누구나 그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라 생각하고 그 다음부터는 그 사람과 다시는 대작을 하지 않는다.
하루는 술집 마담이
“선생님, 술을 무슨 이유로 마셔요?”
“허허~술 마시는데 꼭 무슨 이유가 있어야 마시나? 정이 있고 사랑이 있고 믿음이 있고 솔직한 친구가 있어 마시지.”
그러나 과음은 금물이다. 나도 술을 너무 좋아해서 탈이지만 취중에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미리 단단히 마음먹고 취중약속을 꼭 지키려 노력한다. 술은 어른들 앞에서 배워야한다고 했다. 그래야 예의바르고 젊잖게 술을 마실 수 있는 법이다.
(2010.7.18.)
- 이전글소금의 비밀/김길남 10.08.25
- 다음글별종/양영아 10.08.2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