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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종/양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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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62회 작성일 10-08-24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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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종(別種)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양영아 내 고향은 완주군 용진면 넓은 벌판이 한 눈에 보이는 호성동이다. 벼가 누렇게 익어갈 무렵 난 네쌍둥이로 태어났다. 엄마의 보드라운 품속에서 꿀맛 같은 젖을 먹으며 살던 한 달! 내가 행복이 뭔지 막 깨달을 무렵, 낯선 아저씨의 차에 실려졌다. 우리도 별 수 없이 팔려가는 흑인들과 같은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 종족들의 부자지간의 정을 이해나 할까? 새로 입양되어 온 이곳은 구이라는 모악산 자락 동네였다. 공기도 맑고 멀리 저수지가 보이는 곳이다. 새 주인은 나를 무척 사랑해 주셨다. 배가 부르도록 밥도 많이 주시고 맛있는 우유까지 주셨다. 난 열심히 먹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내 무릎이 구부러져 펴지질 않지 뭔가? 걱정을 많이 하시던 주인께서 동네에 다녀오시더니 밥을 팍! 줄여버렸다. 누군가 내 무릎이 구부러진 것이 밥을 많이 먹어 짜구가 나서 그런다고 했단다. 아! 그 배고픔은 말로 다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가문에 먹칠할 짓은 말아야 했기에 진돗개의 자존심을 살려 꾹 참고 배고픔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2주일이 지났다. 내 다리는 여전히 구부려진 채였다. 어느 날 가축병원에 다녀오신 주인께서 내가 불쌍하다며 밥이나 많이 먹으라고 생선도 주시고 고기도 주셨다. 그 원장님은 분명 복을 많이 받으실 것이다. 또 한 달이 지났다. 난 여전히 구부러진 다리로 풀밭을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주인어른께 재롱을 떨었다. 우리 주인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시더니 차에 태워서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의사 선생님은 내 다리를 잡아 쭉 펴더니 하얀 것을 덕지덕지 바르고 꽉 고정을 시켜버렸다. 깁스라던가? 두 다리는 깁스를 하고 목엔 비닐 접시를 씌워 버렸다. 목을 감싼 비닐 접시는 내 입보다 길어서 거북스러운 깁스를 물어뜯지 못하게 했다. 외출했다가 돌아온 안주인이 나를 보며 마구 웃었다. 내가 꼭 우주에서 온 개 같다나? 얼마나 창피한 지 얼굴이 빨개져서 숨고 싶었다. 안주인은 내가 안쓰럽다며 줄을 풀어주셨다. 고마운 두 분께 충성을 다하기로 맹세한 나는 밤마다 현관 문 앞에 떡하니 버티고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향해 힘껏 목청을 뽐냈다. “이곳은 우리 주인댁이다. 나는 어느 개보다 더 용맹스러운 진돗개다. 아무도 들어오면 안 된다.” 소리치며 그렇게 날밤을 세웠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어느 날 아침, 안주인 친구께서 봉제인형 같은 하얀 진돗개 새끼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햐! 너무너무 귀여운 그 녀석을 보니까 내가 이 댁에 왔던 그 때가 생각났다. 그러나 감상도 잠깐 나의 사랑은 반쪽이 되고 말았다. 아니 삼분의 일 쪽이라 함이 맞을 것 같다. 그 녀석 매일 아침 주인 따라 산책도 하고 “앉아! 서!” 까다로운 훈련도 받는다. 나날이 통실통실 살 오르는 모습은 내가 봐도 환상이었다. 내게 엉겨 붙어 재롱을 떨 땐 내가 마치 녀석의 아빠라도 된 듯했다. 내 이름은 금상이, 그 녀석은 첨화. 우리 둘이 있을 땐 정말 진돗개의 혈통대로 금상첨화였다. 그런데 고 어린 것이 아직 철이 덜 들어서 우리의 유명한 진돗개 혈통을 망가뜨리는 일을 벌이고 말았다. 주인댁이 모두 출타하고 안 계신 틈에 목걸이를 풀고 짤짤대더니 어떤 사람을 따라가고 만 것이다. 아! 의리의 진돗개 ‘돌아온 백구’도 있는데 이럴 수가……. 첨화를 찾던 주인 내외는 그만 낙심하고 말았다. 사실 나는 주인 둘이 첨화를 예뻐할 때마다 주문을 외웠었다. ‘나가버려라! 나가버려라!’하고 말이다. 나 때문인 것 같아 지금도 몹시 괴롭다. 첨화가 사라진 뒤 주인께서는 나를 예전처럼 사랑하셨다. 이젠 깁스도 풀고 쫙 펴진 다리로 날씬하게 서 있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나날이 멋진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귀는 쫑긋하고 둥그스름하게 말아 올린 꼬리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진돗개 모습이다. 족보는 없어도 난 진돗개임엔 틀림없다. 사람들도 모두가 양반의 후손이라고들 떠들지 않은가! 권세가 있던 양반은 권반으로 그렇다 치자. 그러나 몰락한 잔반까지도 양반이라고 뽐내며 추운 날 부채질을 하다가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는 이야기는 우리 견공이 들어도 웃을 일이다. 상민이 돈만 주면 양반도 살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니 상민들의 설움이 오죽 컸으면 그랬을까. 날씨가 너무 덥다. 우리 견공들은 몸에 땀구멍이 없어 더 힘들다. 혀, 발바닥, 콧등에 약간의 땀구멍이 있지만 더위를 식히기엔 역부족이다. 어느 날 고기반찬까지 먹었더니 포만감으로 졸음이 쏟아졌다. 마침 벽돌이 있기에 거기에다 머리를 얹으니 참 편했다. 목덜미로 시원한 바람까지 들어와 너무 좋았다. 스르르 잠이 들어 막 고향 꿈을 꾸고 있는데, “재 좀 봐. 개가 베개를 베는 것은 처음 보네! 하하하!” “왜요? 개는 베개 좀 베면 안 되나요?” 아! 따분한 내 신세여! 하늘에 흘러가는 흰 구름을 보니 몹시 부러웠다. 벌떡 일어나 별을 따라 몸을 움직이자 내 집이 움직이지 뭔가? 아, 난 슈퍼독이 되었나보다. 우리 주인 둘이 함께 들어도 무거운 내 집을 끌고 나무 그늘 밑으로 들어갔다. 푹신한 풀과 포근한 땅은 또 다른 낙원이었다. 한참을 뒹굴다가 영차영차 끌어봤다. 이런 재미가 또 어디 있을까? 지붕 한 쪽 끝에 묶인 줄을 달고 30m쯤 되는 앞집 골목까지 끌고 갔다. 저녁 바람이 시원한 게 여간 상쾌하지 않았다. 별도 더 많이 보였다. 별 구경을 한참 하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나 보다. “어머나. 이 개 좀 봐.” 깜짝 놀라 깨어보니 앞집 여학생이 기겁을 하며 나를 가리키고 서있지 뭔가? 하기야 길 가운데에 있는 개집과 개를 보고 놀라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나? 승용차인들 지나갈 수 있었을까? 우리 주인이 개집이 없어졌다며 찾고 있던 중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 나왔다. 안주인은 나를 끌고 아저씨는 내 집을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를 바라보고 서 있는 두 분의 어이없는 그 표정이란……. 심심하면 다시 또 나가보리라 작정하고 있는데 주인이 내 줄을 지붕 가운데로 옮겨 버렸다. 그리고 집속에는 커다란 돌멩이를 넣었다. 내가 아무리 힘을 주어도 꿈쩍하지 않았다. 그만 포기해야 할 모양이다. 더위가 34도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계속되었다. 주인은 나를 나무 숲속으로 옮겨 주었다. 무척 시원했다. 앞에 높다란 바위가 나를 또 유혹했다. 훌쩍 뛰어 바위로 올라갔다. 순간 우당탕 소리와 함께 집이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큰 돌멩이도 내 힘엔 견딜 수가 없었다. 나무줄기가 여러 개 보였다. 난 사이사이 춤을 추며 돌아다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만 줄이 엉키고 만 것이다. 아무리 빠지려고 해도 나갈 수가 없었다. 집과 나무 사이에 갇혀 버렸다. 진돗개 체면이 있지 난 절대로 낑낑대지 않으리라 작정을 했다. 꼼짝없이 한 시간 이상 그대로 앉아 있었다. 주인아저씨가 나오셨다. 나무 가지사이로 얼굴을 내밀며 웃고 있는 나에게 주인이 중얼거렸다. “별종이다. 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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