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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여행/이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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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81회 작성일 10-08-1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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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여행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이애란 딸이랑 둘이서 춘천에 다녀왔다. 오래전부터 딸과 둘이서만 여행을 하고 싶었지만 왠지 아직 어린 딸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용기가 나지 않아 좀더 자라서 대학생이 되면 가능할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며칠 전 춘천에 사는 남동생 내외가 딸이랑 놀러오라고 초대를 해주었다. 마침 남동생 내외가 춘천으로 이사를 가서 한 번 찾아가고 싶기도 했던 터라 용기를 내어 춘천행 버스에 올랐다. 시외버스를 타고 보니 4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여서 그다지 멀지않게 느껴졌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경치는 내가 사는 전주 근교의 낮고 부드러운 산들보다는 깊고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무슨 할 얘기가 그리 많은지 4시간 내내 무언가 재잘거리며 둘이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터미널에 마중 나온 동생내외는 춘천에 오면 꼭 보고 갈 곳과 꼭 먹어보고 가야할 것들을 소개해 주겠다며 일단 의암호 호반 길로 드라이브를 시켜주었다. 의암댐에서 춘천댐까지 거의 20킬로의 잘 닦여진 길은 바다처럼 넓디넓은 호수를 옆에 끼고 산허리를 감아 도는 물길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기왕 온 김에 소양강 댐을 보지 않고 가면 서운할거라며 소양 댐까지 가게 되었다. 총저수량 29억 톤이라는 소양강 댐은 소양강의 물길을 가로막아 용수조절과 농·공업용 용수공급, 수력발전 등 다목적으로 이용한다고 한다. 상류의 인제까지 배가 다닐 수 있어 강원도 관광 산업의 역할까지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했다. 물은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마력이 있다던가.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니 내 마음도 평온해지는 듯했다. 춘천의 별미라는 닭갈비로 저녁 식사를 하였다. 동생네 가족 셋과 우리 모녀 다섯이 모처럼 한 상에 둘러앉았다. 직접 철판에서 구워주는 닭갈비요리는 격식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자연스러움과 여유로움을 주었다. 아마도 강원도 특유 음식문화의 한 단면이 아닐까 싶었다. 우리 고장 전주의 음식문화는 아무래도 정식으로 갖춰놓은 식사여서 예법을 갖추는 문화가 아니었을까 비교해 보았다. 다음날 아침엔 중도유원지를 찾았다. 중도는 의암댐이 건설되어 의암호 가운데 생긴 섬으로 넓은 잔디밭과 나무숲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평화로웠다. 딸과 조카는 자전거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어른들은 숲길을 걸으며 그동안 밀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육지로 돌아가는 배를 기다리며 물가를 내려다보니 새하얀 오리들이 짝을 지어 노닐고 있었다. 저희들끼리 부리로 상대의 날개를 톡톡 건드리며 예쁘게 어울리는 모습이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다정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더 보여주고 싶은 곳은 많지만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가고 싶은 곳을 한 곳만 고르라는 외삼촌의 말에 문학소녀인 딸이 김유정 생가를 가보고 싶다고 했다. 김유정 생가는 한국의 대표적인 단편소설가 김유정의 문학적 업적을 알리고 그의 문학정신을 계승하기 위하여 고향인 실레마을에 조성한 문학공간이다. 김유정은 실레마을에서 목격한 일을 처녀작 <산골나그네(1933)>의 소재로 삼았고, 이곳에서 여러 작품을 구상하였으며, 마을의 실존 인물들을 작품에 등장시켰다고 한다. 아쉽게도 우리가 간 날이 휴관일이어서 생가는 문이 잠겨있었다. 그런데도 담이 아주 낮아서 그 안을 웬만큼 둘러 볼 수 가 있었다. 배타적이지 않은 낮은 담이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어서 문이 닫혀 서운한 마음을 조금은 달래주었다. 담 너머로 작가의 생가, 외양간, 디딜방앗간, 연못 등을 들여다보았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김유정추모제를 비롯한 각종 문학축제와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한다. 기회가 되면 문학행사 때 다시 한 번 딸과 찾고 싶었다. 막국수를 먹고 가지 않으면 춘천 온 게 아니라며 춘천의 명물 막국수로 점심을 먹었다. 전주에서 먹던 냉면에 익숙해 있는 내 입맛으론 조금 심심하단 느낌이 들었지만 담백한 맛이 묘하게 중독성이 있는 듯했다. 다시 전주로 오는 버스를 탔다. 강원도 찰옥수수를 먹을 시간이 없었다며 터미널 광장에서 옥수수를 사서 넣어주는 동생댁의 마음 씀씀이가 고왔다.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손을 흔들며 자리를 떠나지 않는 동생네 세 식구의 환송에 코끝이 찡하고 눈가엔 이슬이 맺혔다. (2010.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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