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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정장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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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43회 작성일 10-07-22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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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장영 벽 없이 살 수 없다. 궁색한 말이지만 인간은 자궁이란 벽 안에서 잉태하여 자란 뒤 벽 앞에서 태어났다. 살다보면 온갖 벽에 갇혀 지내야하고 이를 등지면 육면체의 벽인 관 속에 누워 이승을 떠나야 한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벽을 떠날 수가 없다. 혹자는 현대생활의 필수품인 텔레비전역시 상징적으로 제5의 벽이라 했다. 이렇게 벽 신세를 지면서도 고마운 줄을 잊고 이 벽을 없애자고 아우성이다.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 꼭 벽 탓일까? 벽에는 유형과 무형의 벽이 있게 마련이다. 벽(壁)이라고 하면 보통 유형의 벽을 말한다. 벽이란 원시인이 움집이나 토굴에서 살 때부터 생겼으니 유사 이래 인간과 공존한 셈이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한자에 여러 가지 벽을 뜻하는 글자가 있다. 옛 사람들도 벽을 떠나 살 수 없어 벽이란 글자를 많이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유형(有形)의 벽자를 들어보면 벽: 벽(壁), 목욕간: 벽(湢), 그물: 벽(繴), 회양나무: 벽(檗), 벽돌: 벽(甓), 흙더미: 벽(堛), 더러울: 벽(廦)등이 있다. 벽 때문에 지겨운 삶(교도소)이 있는가 하면 보다 행복한 삶도 있다. 호텔이나 호화주택은 물론 일반주택에 호젓하고 아늑한 방벽(房壁)이 있어 행복한 삶의 원천이 된다. 이 한 칸의 방벽이 없어 불행한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벽이 있었기에 경제 사정에 걸맞게 크고 작은 생활터전인 아늑한 안방을 마련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지난 5~60년대 서울에 한 번 가면 하룻밤 신세를 지려면 쪽방신세를 면치 못했었다. 호주머니 사정상 호텔이나 여관이 아니라 값싼 여인숙의 쪽방 칸을 찾았기 때문이다. 휴전 직후 강원도 주둔 부대에서 근무했기에 휴가나 업무 등으로 서울을 자주 드나들었기에 그 당시 믿기 어려운 참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 전후 복구에 활기찬 서울이었지만 거리의 멋쟁이 단벌신사, 뾰쪽 구두 아가씨들도 주택난으로 고생이 많았다. 밤이면 험한 벽의 움집, 까대기집이나 판자촌 쪽방신세였다. 빈부의 격차도 있었지만 방을 구하기가 어찌나 어려웠던지 새로운 달동네도 많이 생겼다. 부유촌의 담 벽은 높아 갔지만 방 한 칸을 두 세대가 밤낮 교대로 사용하거나, 벽 아닌 커튼을 치고 사는 가정도 있었다. 방벽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다. 그때는 그렇게도 살아야 했다. 서울이 그러하니 서울에 친인척이 살아도 선뜻 찾아 갈 수 없었다. 다행이 집 한 칸 마련해 살며 가끔 새롭게 도배를 하여 다른 분위기로 바꿀 수 있었으니 참으로 고마운 방벽이다. 유용하게 쓰면 편리하며 좋은 벽이 되고 그 쓰임새에 따라 나쁜 벽도 될 수 있었다. 근래 관공서나 여러 기관, 공공시설, 학교 등의 울타리를 없앴다. 답답하고 불필요하니 없애는 것이다. 사무실 높은 벽도 무너지고 필요한 만큼만 남겼다. 벽이란 꼭 필요한 곳에 있어야하고 있어야할 곳에 없으면 어쩐지 허전하다. 무형의 벽이란 상상의 벽, 곧 마음의 벽이다. 가까이 살아도 마음의 벽이 가로막고 있으면 지척이 천리다. 마음의 벽을 없애자는 것은 소통을 잘하자는 뜻이다. 멀리 살아도 가까워지는 것이 소통이다. 더욱 소통이 잘 안되어 세상이 시끄럽다지만 아무리 소통이 중요하다해도 지켜야할 긍지의 벽도 있다. 소통이 잘되면 서로의 오해가 풀려 갈등 없는 가정, 아웃, 직장 등 좋은 사회분위기가 조성되어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상하 좌우간 지켜야할 비밀의 벽은 있게 마련이다. 이마저 무너지면 어찌 되겠는가? 다 같이 터놓을 수 없는, 지켜야할 긍지의 벽 말이다. 그래서 일언이 중천금(一言 重千金)이라 했던가? 결국 다 좋은데 마음의 벽이 문제다. (2010.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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