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부곡/정장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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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부곡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장영
MB정권은 매우 난감해졌다. 아무리 지방자치시대라 하지만 정당 소속이 다른 광역단체장이 예상외로 많이 등장했다. 6‧2지방선거에서 광역시도가운데 6개시도 외 10개시도(과반수이상)를 다른 정당 혹은 무소속 단체장을 거닐게 되었다. 서울‧경기 역시 득표율에 있어서 겨우 재선됐으니 당세가 위축된 양상으로 예전과는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정권 전반기의 소통문제 때문에 빚어진 자승자박(自繩自縛)의 업보랄까? 지난 정권에도 이런 현상은 일부 있었지만 이제 특이한 상황이 되었다. 집권당과는 정당정책이 다른 정당이다. 중앙정권과 자치단체가 현대판 부곡현상이라고 가정해볼 수 있겠다. 하지만 서로가 진정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여야가 정책적 공통분모를 찾아가야 할 것이고 그러면 별 문제가 없겠다.
부곡(部曲)하면 국어사전에는 제도로서 중국 후한(後漢) 말에 장군이나 지방의 호족들이 사사로이 둔 사병(私兵)이라 했고, 국사사전에는 신리시대부터 고려 일대(一代)를 통하여 존재한 특수행정구획이다. 신라의 삼국통일과 고려 후삼국통일의 과도기적 부산물이라 하겠다. 이는 국가의 운명에 관한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을 때 그 벌로서 그것이 일어난 군현(郡縣)전체를 부곡으로 떨어뜨려 그곳 주민인 양민을 천인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천인이 사는 집단적 행정구획을 부곡이라 했다. 물론 인재등용을 제한하여 특별 관리를 했을 것이다. 부곡소속의 어떤 천인이 국가에 큰 공을 세우면 그 상으로 그 부곡 전체가 현, 혹은 군으로 승격된 일도 있었다.
후삼국을 통일한 고려왕조로서는 저항세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지방의 호족과 왕실 간에 인척관계를 맺기도 했다. 태조 왕건은 지방을 비롯해 왕비 29명을 두고 왕자 25명, 공주 9명을 낳지 않았던가? 그러나 세월이 흐르니 이는 어찌할 수 없는 정치적 제도로 막을 수밖에 없었다. 그 뒤 조선시대에는 이를 예상하여 아주 강력한 중앙집권의 왕권시대를 열었다. 이 역시 사건의 경중에 따라 주로 인재등용을 제한했거나 옛 부곡과 같이 군현을 승강(昇降)시키거나 했다.
오늘날은 군왕이 없는 자유민주국가로 재민주권시대다. 지방을 떠나 수도 서울 역시 강남 몇 개구(강남, 서초, 송파,…….)를 제외한 20여 개 구는 이질적이다. 정책적으로 다른 정당 혹은 무소속 구청장이 탄생하였다. 시장으로서는 집권당의 정책과 시책을 펴도 그전 같지 않을 테니 이 역시 선택된 현대판 부곡현상이라 가정할 수 있겠다. 민주적으로 선택되었으니 어찌하랴?
북녘 땅 평양은 어떠한가? 김정일에게 충성스런 소위 그들의 일등국민(당성이 강한 인민)만이 살 수 있는 곳이 되었다. 평양 이외 다른 곳은 일반국민들이 살고, 저항세력이나 정치범들은 별도의 강제수용소와 비슷한 주거지가 따로 있다. 결국 남한은 민주적 자본주의 국가로 집권자가 싫건 좋건 주민이 선택한 자치단체다. 그러나 북한은 일당독재로 세계에서 유일한 전제주의국가다. 독재자가 만든 정부이다. 이는 모두 이 시대에 형성된 현대판 부곡이라 치자.
현실적으로 민족의 염원인 통일이 요원하다. 특히 북한은 선택권 없는 현대판 부곡으로부터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무력통일이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매우 간단한 문제일 것 같다. 남한은 경쟁적 현민(賢民)정치를 하고 있으니 더욱 발전해 잘 살게 될 것이고, 북한은 폐쇄된 우민(愚民)통치를 하고 있어 갈수록 낙후될 것이다. 그러니 결론은 뻔하다. 진정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면 우리는 더욱 국가안보를 공고이하고 진지하게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적극적으로 통일을 갈구한다면 개방화와 국제적 고립을 촉진시켜 민주화의 싹으로 스스로 무너지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그들이 아무리 그 체제를 지키려 한다지만 체제 경쟁은 이미 끝났다.
아직 문제는 남아있다. 이제까지는 한(韓)민족의 통일문제였는데 이 나라가 다문화적 국가로 발전해가는 바람에 약화되는 게 민족개념이다. 통일이 지연되면 될수록 더욱 고착화될 염려가 크다. 특히 세계 각처에 흩어져 사는 한(韓)인 교민마저 고려족이네, 조선족, 한족, 조총련, 재일교포 등 호칭을 달리하고 있다. 조국통일이 안 된 탓이랄까? 김정일 정권은 아직도 엉뚱한 생각과 미련을 갖는다. 참으로 답답한 “그 엉뚱한 생각과 미련”이 문제다. 진정 그들은 민족적 이해와 통하는 바가 없으니 아직도 해법이 없는 것일까?
(2010.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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