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이의민
페이지 정보

본문
혀
전주안골 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이의민
혀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동물의 입안 근육의 집합체로서 미각(味覺) 저작(咀嚼) 연하(曣下) 및 발음 등 여러 작용을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 인체 중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혀'는 우리 몸의 건강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고 있다. 인체 장기 중에 중요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 만 혀는 건강 유지와 모든 생활의 씨를 뿌리는 씨앗공장이다.
혀는 오감(五感) 중 미각(味覺)에 단맛, 쓴맛, 신맛, 매운맛, 짠맛을 감지하여 뇌의 명령에 따라 필요한 물질을 먹는 큰 역할을 한다. 단맛을 느끼면 뇌에서 그만 먹어라 명령을 내리는데도 자꾸 먹으려다가 쥐어 박혀 혼이 나기도 한다. 쓴맛을 맛보면 이마를 찌푸리며 먹지 않으려 머리를 흔들고 떼를 쓰다가 벽력같은 뇌의 명령이 내련진다. 너의 몸에 꼭 필요한 것이니 꾹 참고 먹어라 하고 쥐어박는다. 할 수 없이 눈을 질끈 감고 먹는다. 매운맛도 맛을 보니 혀 전체가 얼얼하고 화끈거린다. 그래서 못 먹겠다고 손사래를 치면 뇌는 먹어봐라. 그래도 개운한 맛이 날 것이라고 하여 참고 먹는다. 신맛도 맛을 보니 이마가 찌그러지고 눈이 감기려 하니 먹을 게 아닌듯하여 먹지 않으려 하니 뇌가 소리를 지른다. 야, 이놈아 이건 네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 들어 있으니 꾹 참고 조금만 먹으라고 타일러 먹게 된다. 이건 무척 짜다. 이것은 어린애들이나 젊은이들은 잘 먹으려 하지 않지만 나이든 노인들은 짠 젓갈이나 간이 든 생선을 개운하다고 좋아하며 잘 먹는다.
뇌의 지시를 받아 씨를 뿌리는 일을 혀가 전적으로 맡아서 한다. 그게 혀로서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혀로 말을 만들어내 뿌리기 전에 뇌의 마지막 결재를 받아야 한다. 뇌의 결재가 떨어지면서 마지막 주의를 듣기 전에 성질 급한 혀는 씨를 뿌려버린다. 그 말이란 씨에서 싹이 돋아 크기 시작한다.
가지에서 가지가 돋고 가시도 돋아 다른 사람을 찌르고 다른 사람에게 괴로움도 주며 목숨을 죽이고 살리는 나무로 크기 시작한다. 걷잡을 수 없이 커서 그 씨가 열매를 맺을 때쯤 되니 가족이나 친구도 원수가 되고, 다시는 헤어나지 못할 낭떠러지로 떨어져 세 치 혀로 뿌린 말이 이렇게 무서운지를 깨닫게 되지만 이미 때는 늦다. 문제는 한 번 뿌린 씨를 다시 거두어들이지 못하고 없애버릴 수도 없이 커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뇌에서는 무릎을 꿇고 진심으로 빌어보라고 하지만 이미 때가 늦어 돌이킬 수 없는 길로 가고 있기에 혀로 뿌리는 씨를 정말로 조심해야 된다는 걸 알게 된다. 말의 씨를 뿌리지 않은 사람은 발 뻗고 자지만 함부로 뿌린 말의 씨 때문에 밤잠을 못자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또 한 가지는 혀도 뇌의 말을 듣지 않을 때가 있다. 술 마실 때다. 처음 몇 순배 돌아갈 때는 뇌의 명령을 잘 따르며 조심해서 마시지만 어느 고비를 넘으면 혀는 맛도 모르고 뇌의 명령도 듣지 않은 채 한없이 마신다. 그때는 혀로서는 감당 할 수 없는 몸 건강도 생각을 못한다.
나 자신부터 뇌의 명령을 어기고 정신을 잃어버린 뒤 술을 깨고 나서 뇌에게 호되게 혼나지만 이미 늦은 일이다. 그러면서 후회를 하고 앞으로는 뇌의 명령을 잘 지킬 것이라 다짐하지만, 다시 술을 마시면서 도를 넘으면 또 뇌의 명령을 거역하는 게 나의 술버릇이다.
내가 꼭 고쳐야할 술버릇이다. 앞으로는 과음을 하지 않고 뇌의 명령을 잘 따르며 황혼 길에 실수 없는 길을 걸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2010.6.12.)
- 이전글맞춤법 검사기 프로그램 10.07.18
- 다음글현대판 부곡/정장영 10.07.1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