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경사났네/장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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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경사 났네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장지연
잔잔하던 연 밭에 갈대가 요동치고 있었다. 가던 발길을 멈추고 고개를 쑥 내미는 순간, 눈은 왕방울이 되고 입은 귀에 걸렸다. “어머, 이쁜 거” 갓 태어난 흰뺨검둥오리 9마리가, 어미의 날갯짓을 보며 작은 날개를 퍼덕이고 있었다. “와~경사 났네!” 살금살금 언덕배기로 내려가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나를 힐끗 쳐다보던 어미가 비상사태를 선포하였는지, 새끼들이 고개를 좌우로 저어대며 허둥지둥 어미 뒤를 따라 나섰다.
“야~미안해, 너희들 예뻐서 그래, 모델 좀 해주라, 응?”
그러나 어미는 새끼들을 데리고 동쪽으로 부지런히 물살을 헤치고 거슬러 올라갔다. 산책 나온 사람들은 우리 동네 경사 났다며 오리가족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흰뺨검둥오리는 암컷이 새끼를 키우며, 위험이 닥치면 새끼들이 안전하게 숨을 때까지, 어미가 이상한 행동으로 적을 유인하는 지혜를 발휘한다.
장맛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저녁 무렵, 꽥꽥꽥~엄마의 구령에 맞춰 아가들이 종종걸음으로 호수 가운데 인공섬에 나타났다. 뒤뚱뒤뚱 아장아장 앙증맞게 워킹연습을 하다, 물속으로 첨벙 뛰어들어 수중발레를 시작하였다. 노란 발을 세우고 엉덩이를 흔들다, 쑤욱 올라와 고개를 살랑대는 깜찍한 모습을 보니, 나도 오리가 되고 싶었다.
초록 연잎사이로 백련과 홍련이 꽃봉오리를 쑤욱 내밀었다. 먼발치서 보초만 서던 아빠오리가 공중을 몇 바퀴 선회하다 사푼히 내려앉았다. 장난꾸러기 새끼들의 재롱을 보러 왔나보다. 새끼들은 물속으로 고개를 처박고 먹이 사냥을 하다 개구리밥을 뒤집어쓰고 온몸을 흔들어댔다. 한 녀석은 펄쩍펄쩍 뛰면서 풀씨를 따먹기고 하고, 수시로 둑 위로 올라와 몸단장을 하며 포즈도 취해준다, 여름날 땡볕이 고소하게만 느껴지는 한낮이었다.
이곳은 전주시 평화 2동 아파트단지 내에 있는 지시제생태공원이다. 농업용수로 사용하던 저수지를 자연과 인간이 함께 숨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재창조되었다. 풀, 나무, 새들의 지저귐이 어우러진 산책로에 곤충·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자연생태가 생겨났다. 한여름 밤 기타연주에 황소개구리의 합창이 울려 퍼지는 그럴싸한 풍광이 펼쳐지는 수변무대, 정자와 간이의자가 마련돼 있어서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랑 받는 이곳이 새끼오리들의 고향이다.
우리는 흰뺨오리가족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게, 관심과 사랑으로 보호해 주어야 할 것이며, 더 많은 새들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게 노력해야 될 것이다. 꿈틀꿈틀 아침햇살이 번지는 호수에, 훌쩍 커버린 새끼들이 깨금발을 딛고 날갯짓을 하며 하늘을 바라본다.
“엄마! 엄마! 우린 언제 엄마처럼 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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