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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한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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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16회 작성일 10-05-3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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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한일신 영화 관람권이 생겨 오랜만에 극장에 갔다. 제목이 '친정엄마'라서 그런지 관람석엔 대부분 여자들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무한한 사랑을 지닌 어머니에 대한 내용이라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왔나 보다. 나는 마치 소녀시절로 되돌아간 듯했다. 이 영화는 고혜정 작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유성엽 감독의 연출로 김해숙(친정엄마) 박진희(딸 지숙)가 주연으로 나왔다. 모녀간의 정을 진솔하고 돈독하게 담아내 시종일관 내가 마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엄마는 큰딸을 잃고 아들보다 딸에게 더 정성을 쏟는다. '내 새끼'를 입에 달고 사는 엄마는 술버릇이 나쁜 장애인 남편의 구타를 당하면서도 딸을 위해 꾹꾹 참고 견딘다. 자기 한 몸 희생해서 자식들이 성공할 수만 있다면 어떤 경우도 참아낼 준비가 된 우리네 엄마의 모습 그대로였다. 딸이 사춘기 때 학부모 참관수업이 있었다. 오이와 호박을 보자기에 싸들고 학교를 찾아온 엄마가 지지리도 궁상맞게 보이자 교문 밖으로 밀쳐내던 딸이었다. 폭력을 일삼는 아빠도 밉고 매를 맞고 사는 엄마도 미워, 지숙은 이곳을 탈출하는 것만이 사는 길로 알았다. 영화 속에서 지숙은 걸핏하면 “엄마 때문에 못살아!” 하며 투정해도 “난 너 때문에 사는디?” 하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 엄마의 애정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엄마의 희망인 딸은 서울 어느 전문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힘든 학교생활 속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애도 하는 꿈 많은 여자로 변했다. 어느 날 엄마는 이것저것 바리바리 싸서 큼지막한 보따리를 이고 가방을 들고 딸을 찾아갔다. 철없는 딸은 가방을 들고 가며 무거워 귀찮아하지만 오히려 엄마는 짐이 무거워 미안해하는데 그 무게만큼이나 엄마의 사랑이 느껴졌다. 딸의 상견례가 있던 날, 남자 집에서 반대한다는 소리를 듣자 자기 자식이 세상에서 최고인 엄마는 한 치도 밀리지 않고 결혼불가를 통보하고 나온다. 그러고 나서 내 자식이 사랑하는 사람인데 못난 부모 때문에 결혼이 깨질까 봐 엄마는 비가 내리는 밤에 남자 집을 찾아가 사돈 될 부인 앞에 무릎을 꿇고 결혼을 성사시켰다. 딸을 위하는 일이라면 못할 일이 없는 어머니다. 마침내 딸 지숙은 엄마의 사랑으로 결혼하여 딸을 낳아 한동안 행복하게 지냈다. 그러다 2박3일의 일정으로 친정에 갔다. 지숙은 엄마와 이별을 준비하러 간 것이다. 내장산 단풍구경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사진관에서 엄마와 둘이 사진을 찍었다. 엄마는 갑작스레 내려온 딸의 행동이 예전 같지 않은지라 걱정이 되어 사위에게 전화를 하다가 진실을 알게 된다. 딸이 췌장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음을……. 엄마는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을 안고 딸을 향해 “내가 세상 끝까지 가서라도 널 살릴 거야. 걱정 마. 네 뒤엔 엄마가 있어.” 하며 오열하지만 지숙은 이런 친정엄마를 뒤로한 채 자기 딸에게로 돌아갔다. 영화 종반에서 엄마는 먼저 하늘나라로 간 딸 지숙을 생각하며,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잘한 일은 너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일이고,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후회되는 일도 너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일이다.” 엄마의 슬픈 독백이 내 가슴에 깊은 아픔으로 남았다. 또한 “오늘 하루 이렇게 지냈으니 너한테 갈 날이 하루 빨라졌다.”라는 엄마의 말에서 딸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과 허탈감이 느껴졌다. 고향집 엄마 곁에는 노랑 은행잎이 다 떨어지고 흰 눈이 내리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하는 배우 김해숙씨가 엄마 역을 맡아 소소한 유머와 함께 눈물을 쏙 빼놓았다. 천안함침몰사고로 생떼 같은 자식을 잃은 실종자 유가족들의 모습이 겹쳐서 더 서러웠는지 모르겠다. 세상에 아무리 가슴이 아픈들 자식 잃은 부모마음에 비할 수 있을까. 이 영화를 보며 앞으로는 부모도 자식에게만 매달리지 말고 자신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마른 세상에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성찰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20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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