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에 대한 상념/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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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에 대한 상념(想念)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石河 이 신 구
우리는 일을 처리할 때마다 어떤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인가 고민한다. 그리고 그 일이 자신과 깊은 관계가 있을 때, 나 중심의 갈등에서 헤어나기위하여 고민하기도 한다. 때로는 ‘이것쯤이야’ 하면서 심리적 부담을 털어내면서 내 맘대로 처리하지만 마음이 개운치 않은 적도 있다.
우리는 항상 의식주에 대한 유혹, 권세와 명예에 대한 유혹, 신앙과 신념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고민하며 살고 있다. 항상 마음속으로는 굳은 신념을 지니고 살자고 다짐하면서도, 생각과 마음과 행동이 뒤따르지 않아 뉘우치고, 그리고도 잊고 지나는 세월이 후회스럽기도 하다. ‘유혹’은 ‘꾀어서 정신을 혼미하게 하거나 좋지 아니한 길로 인도한다.’는 뜻이다. 흔히들 유혹에 넘어가다, 빠지다, 벗어나다, 뿌리치다, 물리치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파스칼(佛)은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빈 구멍을 하나씩 가지고 태어난다고 말하고, 살아가면서 그 구멍을 권력과 부귀, 영화, 지식으로 메우려 하나 환락, 방탕, 쾌락, 영예의 유혹에 밀려 결국은 공허, 무상, 외로움 속에서 살다 간다고 하면서 빈자리 빈 구멍은 하느님만이 채울 수 있다고 했다. 동양에서는 옛날부터 사람의 됨됨이를 신언서판(身言書判)으로 가늠했었다.
먼저 나 자신의 편견부터 생각해 보았다. 낯선 사람을 소개 받으면 제일 먼저 얼굴과 체구부터 보기 마련이다. 그 다음 알고 싶은 것이 학벌, 집안, 직장과 월급 그리고 얼굴을 다시 보면서 궁금한 것을 묻기 마련이다. 그 사람의 언행, 취미와 특기, 습관, 인간미, 교우관계 등은 항상 뒷전이었다. 그렇게 물질에 대한 욕구와 유혹을 은연중 버리지 못하고 사람을 평가하고 만다.
"어허, 그 사람 참 훤칠하니 잘 생겼네, 그려. 더구나 명문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서 월급도 많이 받고, 좋은 아파트와 고급승용차도 있다며?" .
"아하, 그 사람 참 성실하여 봉사활동에 적극적이고 취미와 특기도 다양하며, 여러 사람들이 좋아하는 젊은이라데. 교우관계도 좋고 사람 됨됨이가 훌륭하여 직장에서도 촉망 받는다며?"
위 두 가지 평가를 한다면 과연 어떤 젊은이에게 마음이 더 쏠리는가? 그냥 넘기지 말고 솔직하게 곰곰 생각해 볼 일인 것 같다. 요즘에는 추구하는 것과 욕구, 유혹은 느는데 판단력과 열정은 식어가고, 인품은 왜소해지며, 여가시간은 늘었지만 마음의 평화는 줄어드는 세상이다.
살아가면서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하고 어떠한 마음으로 살아 왔던가? 한 때 나도 세파를 원망한 적이 있었다. 갑자기 정년단축에, 교장임기제로 바뀌었다. 가정은 안정되지 못했는데 퇴직해야 할 경우가 생겨 고민했던 것이다. 그때 나름으로는 모든 자격과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으로 현직 연장을 위한 전직을 희망했고, 그것도 아니 된다면 좀 더 여건이 좋은 임지를 바랐건만 상대적으로 대우받지 못해 속이 상했고, 상응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불만도 컸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하고, 그렇게 하면 인정받고 대우해 주겠지하는 나만의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항상 뜻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그저 불평과 불만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누구건, 탓할 대상을 찾기 마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저 내 생각과 기댈 상대의 생각이 같을 것이라고 속단하게 되고, 내가 노력한 만큼 그 대가를 꼭 받겠다는 경제논리로 사랑과 인정을 추구하고 산다는 것이 문제다. 어려운 문제해결을 위하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그리고 간절히 기도하면서 하느님까지도 내 논리대로 움직여 주기를 기대하면서, 인간이 조정할 수 있는 기계적인 하느님으로 평가절하한 적은 없었던가. 태초에 선악과(善惡果)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아담과 이브는 어떤 갈등과 고뇌를 겪었으며, 어떤 마음을 갖고 고민했을까, 후회, 뉘우침, 그리고 혹시 해방된 기분ㅇㄴ 아니었을까?
이것쯤이야 하고 자신도 모르게 작은 유혹을 범하면서 후회와 갈등을 느껴본 적은 없었던가,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물혹(物慾) 때문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아 왔다. 남이 많이 먹기 전에 내가 먹어줘서 내 몸을 망치게 해야겠다고 희생적(?)으로 식탐(食貪)하는 사람, 남들이 많이 가져가기 전에 내가 더 많이 가져가, 더 많은 쓰레기를 치워주겠다는 욕심 많은 사람, 요즘엔 세상 모든 것이 내 것인 양 남이야 무어라 하건 말건 못들은 척하면서 내 마음대로, 내가 생각한대로 다 하겠다는 욕심에 모든 것을 소유하겠다는 심보, 인간의 마지막 유혹인 권력을 탐하고, 이에 얽매어 몸부림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유혹은 언제, 어디에서나 부디치는 것이며 무서워하거나 피해야 할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를 대하는 마음이 문제인 것이다. 삶의 과정에서 많은 유혹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데, 사소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 다짐 자체가 유혹받지 않기를 또 다짐하면서, ‘유혹을 없애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해 달라’고 하셨으니, 나도 굳은 신념으로 유혹을 과감히 물리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명상하며 기도해야겠다. 내 마음속으로 항상 ‘이것쯤 이야’ 하지 말고…….
(2010. 0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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