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양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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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 양희선
깊은 밤이었다. 새벽 3시쯤 이상한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었다. 야릇한 소리가 온 방안을 진동하고 있었다. 기계소리 같기도 하고 털털거리며 돌아가는 고장 난 냉장고 소리인 듯싶기도 했다. 남편은 먼저 일어나 아래층 가게 전화번호를 찾고 있었다. 채소 집 가게 아주머니가 놀라서 올라왔다. 아래층 피자가게에서 들리는 소리가 분명하여 전화를 했으나 핸드폰을 꺼놓았는지 불통이었다. 불안하고 겁이 났다. 과열되어 행여 불이라도 날까봐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30여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조용해져서 안도(安堵)의 한숨이 나왔다. 요란한 진동소리가 고요한 밤이라 더 크게 들려 마음을 불안하게 했던 것이다.
먼동이 트고 아침이 밝았다. 질주하는 자동차 소리, 아침운동 나가는 사람들의 기침소리, 그리고 새들은 ‘짹짹’ 거리며 아침인사를 건넸다. 등교하는 꿈나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 삶의 현장을 찾아가는 희망찬 발걸음소리가 오늘을 활기차게 열고 있었다.
나는 주방에 들어가면 먼저 라디오를 켜고 일하는 버릇이 있다. 흘러나오는 멜로디와 함께 뉴스와 정보, 세상사는 이야기 등을 들으면서 일하면 일손이 가볍고 지루하지 않아 일석 삼조가 된다.
사람들의 대화에도 즐거울 땐 기쁨이 충만한 소리로 들린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는 공기의 진동이 아름답게 전달되기 때문일 것이다. 슬프고 괴로울 때는 낮은 소리로 조율된 파장이 마음을 숙연케 하는 것이리라. 댓잎 스치는 산들바람의 속삭임은 상쾌하고, 몰아치는 강풍은 성난 파도소리 같다. 공장에서 돌아가는 기계소리를 듣고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규칙적으로 조용하면서 둔탁하지 않은 소리를 유지해야 고장이 없는 기계로 간주한다. 소녀시절 기차통근을 할 때 역무원들이 기차바퀴를 땅 땅 땅 두들기며 소리를 감지(感知)하는 모습을 가끔 보았었다.
소리는 고체, 액체, 기체에서 역학적인 진동에 의해서 소리가 난다. 들을 수 없는 고주파의 소리를 대개 초음파(超音波)라고 한다. 병원에서 임산부에게 초음파 검사를 할 때 우리가 들을 수 없는 움직임의 소리를 검진기를 통해서 진찰하는 것을 보았었다. 높은 산에 올라가 ‘야호!’ 하고 소리를 지르면 먼 산에서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사람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도 공기가 진동하여 전해지기 때문이다. 냇가에서 다슬기를 잡으려고 돌을 제치면 소리가 나고 다슬기가 까맣게 붙어있었다. 어렸을 때 기찻길에서 놀면서 먼 곳에서 오는 기차소리를 들으려고 레일에 귀를 대고 소리가 나면 즐거워하였다. 액체와 고체를 통해 전달되는 소리다. 소리의 높낮이는 진동수 또는 파장에 의해 결정된다. 진동수가 높으면 높은 소리, 낮으면 낮은 소리가 난다. 음악은 소리의 높낮이를 아름답게 꾸민 파장에 의해 만들어질 것이다. 소리의 멋진 가락은 우리생활의 활력소가 되어 흥겹게 하고 차분한 마음을 갖게 하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모든 생물은 소리로 존재여부를 알 수가 있다. 소리가 없다면 서로 의사소통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모든 동물들도 특유의 소리를 내면서 서로의 의사를 전달하고 또 알아들을 것이다. 비와 바람의 소리는 곡식의 결실을 맺게 하는 풍년가로 들린다. 가정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울음소리가 나야 사람 사는 맛도 나고 흥하는 집안이라고 하였다. 웃음소리는 건강을 말해주는 행복한 소리다. 올림픽경기장에서 태극기를 휘날리며 연주되는 애국가는 국력의 소리다. 우리는 소리와 더불어 살고 있다. 소리가 없는 곳은 죽음의 세계와도 같을 것이다.
(2010.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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