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IS MOBILE PAGE (~767)
WEBIS TABLET PAGE (768~991)
WEBIS DESKTOP PAGE (992~1279)
WEBIS BIG DESKTOP PAGE (1280~)

꽃샘추위/한일신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서브비주얼

도전하는 노인, 함께하는 안골!

  • HOME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 HOME
  • 자유게시판

꽃샘추위/한일신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85회 작성일 10-03-31 06:23

본문

꽃샘추위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한일신 어제는 종일 봄비가 안개비처럼 내리더니 경칩인 오늘 아침엔 온 세상이 설원으로 변했다. 자연도 심통이 났는지 그 긴 겨울의 그림자를 감추지 못하고 봄을 질투하고 시샘하는가 보다. 도로는 꽁꽁 얼어붙어 자동차는 헛바퀴를 돌리고 봄비에 촉촉이 젖은 나무들은 가지마다 소복소복 쌓인 눈을 이고 힘겹게 서 있다. 우수경칩에는 얼었던 대동강물이 풀리고 동면에 들어갔던 동물들도 깨어난다고 한다. 특히 이 무렵이면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들이 고인 물에 알을 낳는데 이 알을 먹으면 몸을 보호한다 하여 경칩날 개구리 알을 먹는 풍습이 있다. 하지만, 오늘같이 추운 날 어떤 개구리가 눈더미를 뚫고 나와 알을 낳을 수 있단 말인가. 또 병아리 입같이 뾰족뾰족 나오던 개나리 꽃잎들은 어찌 살 수 있을까. 이제 막 파릇파릇 올라오는 연둣빛 새싹들은 또 어떻게 견디려나? 꽃샘추위치고는 지나치게 혹독하다. 나는 쌓인 눈에 발목이 푹푹 빠지며 한바탕 눈길을 걸었다. 그랬더니 눈바람이 살 속까지 파고들었는지 콧물이 쏟아졌다. 겨우내 맨몸으로 삭풍을 견뎌온 수목들은 이제 막 움츠렸던 몸을 풀려다가 간밤에 내린 폭설로 얼마나 놀랐을까. 오들오들 떨고 있을 그들에게 당장 달려가 눈을 털어주고 햇볕의 품에 안기게 해주고 싶지만 마음뿐이었다. 한나절이 되어도 나뭇가지에 얼어붙은 눈은 녹을 생각조차 않는다. 내일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다는데 과연 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경칩이 지난 지도 이틀이 되었다. 두꺼운 옷을 꺼내 입고 이제는 눈이 완전히 녹았을 성싶어 앞산에 올라갔다. 아직도 남아있는 눈 속에서 산수유와 개나리가 여전히 노란 꽃망울을 터뜨린 채 반갑게 맞아 주었다. 철쭉이며 이름 모를 풀들도 푸른 잎을 물고 더 싱싱해진 모습으로 나를 반겼다. 그래 장하다. 죽지 않고 살아있어서 반갑다. 세상에 아픔 없이 핀 꽃이 어디 있으며 진통 없이 태어난 생명이 어디 있겠는가? 온 숲이 작은 생명의 몸짓으로 소란스럽다. 바람이 눈을 녹여 개울물을 만들고, 자신보다 수백 배 무거운 흙더미를 뚫고 나온 생명이 눈 속에서도 끄떡없이 살아가는 걸 보면 자연은 참 신비롭다. 우리 인생도 굴곡 없이 편하게만 살았다면 어찌 참다운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굶어보아야 배고픔의 고통을 알고, 병들어 아파 보아야 건강의 소중함을 안다든가. 추운 겨울을 지내야 봄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고. 이렇듯 여러 모양의 고통과 시련을 겪으며 힘과 용기, 지혜로 역경을 이겨낸 사람만이 자기 안에서 잉태된 큰 힘이 자신 안에 새로운 생명을 잉태할 수 있으리라.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온 세상을 눈꽃으로 덮어버렸지만 봄을 향한 자연의 생명력 앞에 스스로 녹아버리지 않던가. 이처럼 심술쟁이 꽃샘추위도 결국 순리를 따라 봄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떠나듯, 고통이 결코 우리를 불행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2010.3.1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FLOAT LE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