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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선물/김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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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83회 작성일 10-03-24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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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선물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기순 살아있음을 확인시키는 봄꽃 잔치다. 먼 산에서 산수유가 아롱대며 눈을 뜨고, 산동네 언덕에는 늘어진 줄기마다 낭창대며 피어나는 개나리, 고아(古雅)하게 피어날 목련,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여 모조리 밖으로 불러낼 벚꽃 망울들의 허밍 코러스는 살아 일어서려고 제 속에서 거듭나기를 재촉하는 부활의 아침 시나위다. 때를 놓칠세라 지기지우(知己之友) 크리스티나(예수의 작은이)가 안양에서 오겠다고 한다. 그저 나는 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나의 작은 예수 친구가 도착 한다는 시각에 맞춰 전주역으로 나가 친구를 반겼다. 만나자마자 친구는 내 봄 잠바를 하나 사왔다며 쇼핑백을 보여 주었다. 점심을 밖에서 하자는 친구에게 점심은 집에 해놓고 왔으니 조금 멀기는 하지만 화사한 봄날 오랜 우정을 쏟아내며 걷자고 하여 우리는 수다를 떨며 걸었다. 집에 들어서자 친구는 잠바를 꺼내 내게 입혔다. 몸에 꼭 맞고 폼이 난다고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요새는 이렇게 꼭 맞는 옷을 선호한단다. 그녀가 입고 온 봄옷도 그러하였다. “하지만 나의 치수는 L이 아니고 LX야.” “누가 모르나?” 어쨌거나 고마웠다. 사실 지금 입고 있는 스웨터와 대부분의 겉옷이 친구의 선물들이다. 친구는 내 취향을 잘 안다. 20년이 넘어도 닳지 않으면 버리지 않고 입는 습관 때문에 친구는 좀 가격이 비싸도 품위와 실용성이 있으며 체구에 비해 좀 넉넉한 옷을 선물 했었는데 봄처녀의 유혹일까 알다가도 모르겠다. 친구를 보낸 뒤에 나는 즉시 큰 치수로 잠바를 바꿔왔다. 좋은 선물은 주는 사람의 입장보다는 받는 사람을 배려해야 고마운 선물이다. 나는 옷이 꼭 맞아 폼이 나는 것보다 활동하기에 편리한 넉넉한 옷이 좋다. 사람도 좀 부족한 듯 넉넉하고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나는 작열하는 태양을 이고 신록으로 꽉 찬 여름 산의 숲보다는 낙엽이 지는 헐렁헐렁한 가을 산을 좋아한다. 가을 산에 오르면 낙엽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과 산새들이 보이는 가을 산 숲 미물들과 나는 나의 하느님을 찬미한다. 곱게 물든 나뭇잎은 녹수청산 그리운 임 그리며 써내려 가는 연서 봉헌되는 내 삶의 노래 임의 부르심도 아닌데 연서를 뿌리는 낙엽의 축제 제 속으로 거듭나기를 하며 살아 일어서려고 하는 겨울나무 인고의 세월 흙으로 변색되어 흙으로 돌아가려는 낙엽의 소리 그 소리 듣고 서성이며 다가오는 봄, 봄 친구야, 나의 작은 예수 크리스티나 미안해. 나는 옷을 예쁘게 입고 세련된 사람보다는 네가 원하지 않는 촌스럽지만 넉넉한 옷이 좋고, 넉넉한 사람이 좋아. 네 뜻은 알지만 내가 입어야 할 옷은 내 맘에 들어야 편하고 자유로운 거야. 나는 이 말을 전하고 싶은데 아직까지 전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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