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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레오, 손자 레오/이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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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725회 작성일 12-06-0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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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레오, 손자 레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이 종 희 “세례명을 어떤 이름으로 정했어?” “레오예요.” “뭐라고?” “레오라고요.” 어제 초등학교 3학년인 손자가 유아세례를 받는다기에 서울 아들 집에 가서 주고받은 대화다. ‘할아버지인 내 세례명이 레오인데, 손자인 너도 같은 이름으로 정했느냐?’는 뜻에서 다시 물어 본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어서 자초지종을 물으니 손자의 생월인 4월의 성인을 검색해보니 레오 성인이 계셨다는 것이다. 다른 성인도 계셨을 텐데 하필 할아버지와 같은 세례명을 생각했을까? 며느리의 출산휴가를 마치고 백일이 지난 손자를 외가에서 데려다가 20개월쯤 우리 내외가 키웠다. 목을 가누지 못할 때는 행여 놓칠세라 한 손은 엉덩이를, 다른 손은 등과 목을 감싸 안으며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손자에게 재롱을 떨었던 기억이 스쳤다.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작취미상인 몽롱한 상태로 집에 들어가면 입에 넣고 깨물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눈웃음을 주었다. 할아버지는 왜 이제야 오느냐는 듯 무어라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보채면 등에 업고 동네 고샅을 돌며 자장가를 불러주곤 했었다. 잠이 빨리 들 때는 한 바퀴면 되는데, 선잠일 때는 서너 바퀴 돌아야 했다. 술이 덜 깬 다리를 이끌고 돌다보면 어느새 새근거리는 평화로운 소리가 들렸다. 매주 토요일만 되면 어김없이 제 어미와 아비가 자식을 보러 왔다가 돌아갈 때는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듯 자꾸만 뒤돌아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또다시 일주일을 보지 못할 제 자식을 생각하면 오죽했을까. 고개가 짱짱해지면서부터 가끔은 우리가 서울로 올라가 자식의 번거로움을 덜어주곤 했다. 돌이 지나고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아들 내외는 제 집으로 데려가겠다는 것이었다. 한 1년 더 키워주겠다고 했지만, 이미 어린이집에 예약을 했던 터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떠나보내는 우리 내외의 마음은 천길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지만, 제 부모가 키우겠다는데 어쩌겠는가. 한편으로는 손자 보기를 버거워하는 아내를 생각하면 다행이기도 했다. 손자를 보내고 몇 주 뒤, 서울에 갔다. 아들 내외와 손자가 고속터미널로 마중을 나왔다. 손자는 나를 보더니 왈칵 안기며 꼭 껴안고 부르르 떠는 것이었다. 손자의 행동에 내 온몸은 사랑의 전율이 퍼져 짜릿했다. 또 제 할머니에게 안기더니 같은 재롱이었다. 아내는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으려고 손수건을 찾았다. 기른 정이 이렇게 깊을 줄 미처 몰랐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로 알았던 손자에게 한 방 먹은 셈이다. 그러더니 제 어미에게 갈 생각을 하지 않고 내게 찰싹 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손자를 안고 ‘조상님에게 죄송함을 면했구나.’하는 생각을 하니 참 행복했다. 몇 년 전부터 우리 집에 오거나 우리가 제 집에 가면 으레 우리 내외의 가운데 끼어 자려고 한다. 처음에는 아들 내외가 섭섭한 눈치였다. 배신감을 느꼈을까? 어쩌다가 한 번쯤 그럴 줄 알았는데 우리와 만날 때마다 그러니까 한 번은 제 어미가 물어본 모양이었다. 아내와 며느리의 대화중에 “어머니, 상완이가 왜 할머니 할아버지와 자려고 하는 줄 아세요?” “글쎄다. 왜 그럴까?” “상완이가 하는 말이, 엄마 아빠는 날마다 저와 함께 자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는 만날 때만 잘 수 있잖아요?” 라고 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자야 되는 당위성을 말하더라는 것이다. 손자의 마음 씀에 또 한 번 내 가슴이 뭉클해오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어제도 자기 전에 제 부모에게 뽀뽀 세례를 주고 돌아오더니 나와 아내에게도 같은 사랑을 주었다. 10살이나 되어서인지 잠결에 킥을 당하면 약간의 통증이 오지만, 튼튼하게 자라는 손자가 든든해 엉덩이를 토닥거려 주었다. 아침에 등교를 하면서 할머니만 두고 내려온다는 내게 안녕히 가시라는 목소리가 힘이 없었다. 두 돌이 지난 손녀 수빈이의 안내를 받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발길이 무거웠다. 오후에 집에 돌아온 손녀가 할아버지와 놀려고 했는데, 내려갔다고 서운해 하더라고 아내가 전해주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짠했다. 또 손자에게 장손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죽으면 제사도 지내야 된다는 말을 해주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제사는 지내기 싫고, 현대의학이 날로 발전하니까 할머니 할아버지는 200세까지는 살 수 있으니 죽는다는 말씀은 하지 말라고 당부하더라는 말을 전해주는 아내의 목소리가 낭랑했다. 가톨릭의 많은 성인들 중 할아버지와 같은 세례명인 ‘레오’를 선택한 손자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며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낀다. 세례식을 마치고 성당 지하에서 축하연이 있었다. 며느리가 뒤편 게시판에 성경공부를 하고 개인별 소감과 팀별 작품을 전시했다고 알려주어 읽어보았다. 이상완 레오는 ‘저희 죄를 용서해주세요. 십계명을 잘 지키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레오가 약속한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인간에 대한 사랑의 계명을 잘 지키는 주님의 자녀로서 참된 삶이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2012.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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