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봉사의 추억/한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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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봉사의 추억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한숙자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만 되면 30년 전 일이 생각난다. 내가 처음 위봉사에 갔을 때만 해도 어느 고장에 있는 지도 몰랐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우리나라 문화유산이란 것만 알고 물어서 하루 종일 걸어 찾아간 곳이 전북 완주군 소양면 위봉산성에 자리한 위봉사였다.
백제 무왕 5년(604년)에 축성했고, 임진왜란 때 5백 승군이 주둔하던 큰 가람이었던 위봉사는 조선 태조 영정을 경기전에서 옮겨 대중스님들이 성을 지키며 왜군을 막았다는 유명한 사찰이었다. 찬란했던 옛 모습은 어디로 가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폐허처럼 되었다.
나는 처음에 불교가 무엇인지, 부처가 어떠한 분이신지도 잘 모른 채 내 자신과 내 가정만을 위한 기도만 했었다. 잿빛이 된 부처님을 처음 뵙는 순간, 눈물이 나서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집에 돌아와 신도들을 만나 위봉사에 계신 부처님 말씀을 드렸더니 선뜻 함께 가서 기도를 하자고 하여 나는 뛸 듯이 기뻐 7월 칠석에 자식을 위하여 기도를 하자고 했다. 막상 가려니 위봉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서로 뜻을 모아 그릇도 사고 공양미와 향, 초, 과일 등을 사서 25인승 미니버스를 대절해 30명이 타고 갔었다. 위봉사를 다시 찾는 내 마음은 하늘에 붕 떠있는 기분이었다.
우리 일행이 일주문 앞에서 스님을 찾으니 혼자 계시던 스님이 깜짝 놀라셨다. 스님이 계시는 1년 동안에 처음으로 보살들이 찾아 왔단다. 우리는 서둘러 준비해온 공양을 부처님 앞에 올리고 기도를 했다. 그 사이 이미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다시 올 것을 기약하고 험한 산길을 내려오는 발길은 마치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의기양양했다. 그때부터 우리 신도들은 정성을 다해 기도를 했다.
절에 다녀온 날은 집안일을 더 열심히 했고, 매일같이 전화로 위봉사 이야기만 나오면 좋아서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곤 했었다. 몇 안 되는 신도지만 뜻을 모아 우리 부처님만 믿고 다니던 중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어느 날, 새벽에 절 도량을 돌며 일체 중생을 깨우치는 도량석이 무엇인지 잘 모른 채 새벽 3시에 나와 무슨 기도를 올려야 되는지도 몰랐다. 목탁을 치면서 절 둘레를 한 바퀴 돌고 법당에 들어가 예불을 드리려는 순간, 법당지붕 위에 붉은 달덩이 같은 둥근달이 방광을 비치고 있었다. 우리는 놀라서 예불을 끝내고 스님한테 달려가 말씀을 드렸더니 스님은 합장하시며 앞으로 위봉사에 좋은 일이 생길 거라 하셨다. 우리는 뜻도 모르면서 더 열심히 다니며 우리 절을 도와 달라고 기도를 했다. 그리던 중 서울에서 기도스님(도의 비구니 스님)이 오셔서 우리는 꾸중도 많이 들었다. 불교란 불자도 모르는 보살들이 법당 청소를 제대로 못한다고 스님한테 야단을 맞으면서도, 합장하고 밤새 기도를 했다. 그 정성이 닿았는지 4월 초파일이 지난 뒤 우연히 서울 보살님 한 분과 인연을 맺어 곧장 불사를 시작했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끝내 불사를 중단하는 위기에 몰린 채 스님들까지도 몇 분이 이동하는 바람에 자연히 불사는 지연되었다.
부처님 가피신지 법중 스님(현재 비구니 스님)이 우리 곁에 오셔서,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맙고 환희심이 생겼다. 스님이 오셔서 선방불사를(대중스님들이 선(禪)공부를 하는 곳) 하신다 하니, 우리는 그저 고맙고 좋아서 춤을 추고 싶은 심정이었다. 신도들은 스님이 마치 부처처럼 생각되었고, 오늘날까지 어려운 불사를 하느라 몇 번이나 쓰러지기도 하셨다. 불사가 계속되어 폐허가 된 위봉사를 완전히 바꿔 놓기에 이르렀으니 법중 스님이야말로 대단한 원력을 가진 스님이시다.
위봉사 신도들은 복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스님은 바쁘신 중에도 우리에게 선방 큰스님을 친견할 수 있도록 인도를 해 주셨다. 덕분에 참선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이제 위봉사가 긴 잠에서 깨어나 절 이름 그대로 봉황새가 날개를 펴기 위해 부처님께서 스님을 우리 곁에 보내시어 지금껏 아무 탈 없이 대중스님들과 보살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법등명, 자등명을 밝히며 오늘도 “이 무엇고?” 화두를 든 채 열심히 기도하는 소리가 내 귓전에 맴돈다.
(2012. 6. 10.)
*이 무엇고=일어나는 한 생각을 의심하며 마음을 단속하는 것(불교의 참선법)
*가피=부처나 보살의 자비를 베풀어 중생을 의롭게 하는 것(은총을 입는 것)
*법등명=부처님의진리를법으로삼는것(불교용어)
*자등명=자기자신을등불로삼고믿으며진리을깨달음(불교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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