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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속을 구경하던 날/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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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732회 작성일 12-06-0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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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속을 구경하던 날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이신구 내 몸이 발랄하여 향기가 날 때는 나를 집적대는 사람들도 제법 많았다. 그러나 내가 어느새 칠순이 되었는데 어찌 옛날 같겠는가? 그런데 오늘은 내 몸을 청소하고 내 속을 들여다 보기로 한 날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들여다보지 못한 내 몸속의 장기들을 여기저기 기웃거릴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설렌다. 장기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내 속을 들여다 보려고 나는 몸과 마음을 비우고, 4시간에 걸쳐 깨끗이 씻는 등 청소를 했다. 그 장기들이 처음 보는 나에게 대들지는 않을까? 또 불평불만을 하지나 않을지 다소 겁도 났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입조심해라." "그 주둥아리 안 닥쳐?" 하며 야단을 들었고, 험한 말과 추잡스런 욕설도 얼마나 많이 들었던가? "저 소갈머리 없는 놈, 창사구(창자)도 없는 놈! 허파에 바람 들었구나, 허파 빠지게 도망치구 있구나. 간덩이 큰놈, 간덩이 부었구나, 간에 기별도 안 간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간도 쓸개도 없는 놈, 간도 쓸개도 다 내 줄 것 같던 녀석이, 쓸개 빠진 놈." 내가 지금까지 수없이 들어왔던, 내 몸에 대한 험구와 스스로 한 말들을 한 번 되뇌어 볼 계기가 되었다. 대관절 그 말들이 어떤 깊은 뜻을 나에게 던져 주었던가? 새삼스레 되뇌어 보면서, 단단히 마음먹고 한 번 들여다 봐야겠다. 속없는 놈이라고 했으니 기왕 들여다 보려면 오장육부(간,담,심장,비장,위,폐,대장,소장,신장,방광,삼초)를 모두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먼저 눈, 귀, 체중, 흉부, 그리고 혈압을 잰 뒤, 먼저 입과 이빨/ 가슴 엑스레이/ 위 내시경/ 복부초음파/ 대장 내시경 그리고 혈액과 소변 검사를 했다. ‘항상 입조심 해라, 먹는 것 조심하라’ 욕깨나 얻어먹는 입을 떡 벌리고 들여다 보니, 평소 관리는 잘하지 않으면서, 있는 것 없는 것 몽땅 걸구 같이 주워 먹어서 그런지 여기 때우고 저기 끼워 넣은 이빨이 삐뚤삐뚤하고, 좋은 소리 나쁜 소리 지절대던 잇몸이 성할 리 없다. 더럽고 치사한 말을 많이 한 입이라 냄새가 난다하고, 치주가 엉망이라 잇몸은 붓고 이빨은 흔들렸다. 관심을 갖고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검진만 받았더라도 이 지경은 아닐 텐데……. X선으로 허파를 보았다. 허파에 바람 들었다니, 도대체 바람이 얼마나 들었나? 위와 대장 내시경으로 창자에 눈길을 주었다. 창사구 없는 짓을 한다고 혼났으니, 복부 초음파를 통하여 그 속을 좀 볼까? 소갈 머리 없는 행동을 하고 다녔다고 혼나고 살아 왔으니……. 간덩이가 부었다고 혼난 적이 있으니, 간을 살펴보고, 쓸개 빠진 놈이라고 잔소릴 들었으니 쓸개가 제자리 있는 지도 확인해야지. 그들이 나에게, 한 없이 불평만 해대고 있을 일을 생각하며, 나도 좀 벼르는 판이다. "너, 잘 만났다! 지난번 삼락회 여행 때 고속버스 속에서 설사를 쏟으려고 해서 얼마나 진땀을 빼던데 어디 네 속을 좀 보자." 그런데 막상 내시경을 시작하니 장기들이 투덜댔다. 수많은 속안 식구들이 제 말부터 들어달라고 해서 정신이 없고, 속을 뒤집어 놓아 아팠다. 그렇게 소리 치지 말고 편지로 해 달라고 해도 참지 않더니, 한참 후 의사 선생님께서 ‘이놈!’ 하고 나무라니 조용해졌다. 내 속엣것들은 역시 나보다 의사선생님이 무서운가 보다. 이번 내 속안을 들여다 보고 나서 아직은 괜찮다니, 내 장기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먹는 것, 입는 것, 그리고 적당한 운동까지 ‘자애자중(自愛自重)’하고 남은 세월 동안 나를 위해서든 아니면 내 장기들을 위해서든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해 보았다. 검진이 끝나고, 소갈머리도 없는 나는 한 잔 술이 생각나 ‘수필창작반 제3강의실’을 찾아갔다. 관심 많은 문우들이 반기면서 “속을 들여다 보니 어떠하더냐?” 고 물었다. 의사 선생님이 ‘그냥 술 몇 잔 마셔도 된다’ 고 하더라 했더니, 이구동성으로 고장난 내시경이 아니냐며 믿으러 들지 않았다. 어떻든 장기들의 투덜댐도 들었고, 의사 선생님의 당부도 있었으며, 고장난 고물 내시경이든 아니든 깨끗하다는데 어찌 불평을 하겠는가? 그저 마음이 개운하고 편안할 따름이다. (2012. 06. 04. 건강검진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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