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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 사랑방/김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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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1,023회 작성일 12-06-07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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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 사랑방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학철 ‘안골수필반’에 들어온 지도 어느덧 3개월이 가까워 온다. 이 수필반에 들어와 배운 것과 느낀 것도 많다. 그중 하나는 방과 후 수강생들과 어울려 가까운 동네식당에서 조촐한 저녁식사를 나누며 담소하는 자리다. 이를 일컬어 K문우님은 ‘제3강의 실’ 이라고 작명했다 한다. 과연 문우다운 기발한 명칭이 아닐 수 없다. 60세에서 80대 초반까지 노년들의 모임체인 이들은 이곳에서 그간 못 나눈 세상이야기, 제1강의실에서 듣지 못한 이야기도 듣는다. 한 잔 두 잔 술잔이 오가다 보면 수강생간에 소통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고, 어느새 마음은 하나가 된다. 나는 이 모임을 순수한 우리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을까 궁리 끝에 마침내 ‘글쟁이 사랑방’ 이라고 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글쟁이(文人)와 술! 술과 글쟁이의 관계는 어찌 보면 전혀 관계가 없거나 상호 상반되는 관계일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를 생각해 보니 왕년에 국문학자로 명성이 높았던 무애 양주동 박사(1903∼1977)의 자서전 겸 수필집인 ‘문주반생기文酒半生記’가 떠오른다. 양 박사는 불과 5세 때 한학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술을 조금씩 빨아먹는 것으로 배우기 시작하여, 10세 때부터는 정식으로 통음을 했다. 11세 때는 동네공부방인 숙장시절 같은 나이 또래거나 더 많은 아이들을 모아놓고 당시로서는 생소하고도 파격적이기도 한 영어, 수학 등을 가르치는 신동이 되었고 수강료대신 좋은 술 1병씩을 가져오게 하여 술을 즐겼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그는 국내 수학 후 일본으로 건너가 와세다대학 불문과를 거쳐 영문과를 다닐 때 같은 유학생인 도향 나빈, 횡보 염상섭, 노산 이은상, 호암 문일평, 춘해 방인근, 고월 이장희 등과 교류한다. 이들 중에는 동경에서 하숙할 때 한 방에서 숙식을 같이 하거나 기회가 나면 같이 어울려 술을 즐겼다. 특히 염상섭과 방인근, 문일평 등과는 쥐꼬리만한 원고료를 받을라치면 서로 상대방을 불러 밤새도록 두주불사, 호주머니가 바닥나 정작 하숙비 댈 돈이 없어 밥 굶기가 일쑤였고, 이은상과는 한 그릇의 밥을 둘이 나누어 먹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청년시절인 이들은 술을 마시며 낯선 이국땅 동경에서 나라를 빼앗긴 울분과 외 로움을 달래는 동시, 상호 위로하고 교류하며 우정어린 충언과 비판을 해줌으로써 각자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갔을 것이다. 마침내 학업을 마치고 귀국한 양주동은 국문학자로, 이은상과 이장희는 시인으로 나도향, 염상섭, 방인근 등은 소설가로 각각 이 나라 국문학과 현대문학 발전에 불후의 업적을 남기게 된다. 또 술을 좋아하는 문인 주당으로는 중국의 이태백 말고 우리나라에도 많았다. 시인인 수주 변영로와 조지훈, 방랑시인 김삿갓, 매월당 김시습, 소설가 김동리, 원효대사, 마해송, 월탄 박종화, 현진건 등이 있고 이에 질세라 여류문인주당들도 많았다. 그중 황진이, 모윤숙, 최정희 등이 손꼽힌다. 이밖에도 평소 술을 즐긴 문인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술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시각이 엇갈린다. 일반적으로 술을 많이 마시면 객기를 부려 소란스럽거나 마침내 폭력으로 이어져 싸우기도 하는 등 역기능이 많은 것으로 인식되어 왔고, 특히 기독교나 불교에서는 아예 술을 금기시까지 한다. 그러나 건강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적당량을 마시면 평소 별 말이 없던 사람조차도 입에서 노래가 흥얼거려지는가 하면 문인들은 시상(詩想)을 가다듬거나 작품을 구상하는 등 순기능도 많다. 적어도 이들 문인들에게는 술은 뗄래야 뗄 수 없는 벗이다. 우리 안골수필반 수강생들은 대체로 연령에 따라 주량에는 차이가 있어도 술을 전 혀 못 드시는 분은 몇 분 안 되는 듯하다. 이 분들 중에서도 먼저 열거한 문인들처럼 대가(大家)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이에 나는 먼저 가신님들의 뜻을 기리고 명복을 비는 동시 ‘안골 글쟁이 사랑방’회원들의 행운과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는 뜻에서 어설프나마 자작시 한 편을 써본다. 술 -부제: 글쟁이 사랑방- 오가는 술잔 속에 시가 있고 노래가 있네 누구였던가, 영원한 동반자라고 말한 사람은! 때 묻은 가식일랑 벗어 던지고 무릉도원, 무아지경 빠져볼거나 오가는 술잔 속에 꿈이 있고 낭만이 있네 누구였던가, 영원한 장자방이라고 말한 사람은! 지겨운 시름일랑 벗어던지고 글쟁이들 사랑방에 빠져볼거나 (2012.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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