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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마고우들의 수다/이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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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66회 작성일 12-03-12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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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마고우들의 수다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이 종 희 오랜만에 친구들과 3차에 걸쳐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했다. 막 옷을 갈아입으려는데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손도 술에 취했는지 주머니를 찾지 못해 헛손질만 하다가 겨우 휴대폰을 꺼냈다. “여보세요?” “응, 난데 토요일 11시 30분까지 익산에 가서 ᄀ과 ᄒ 두 친구들을 데리고 오게. 나는 공술 친구들을 태우고 갈 테니.” 하는 것이었다. 김제와 익산에 사는 초등학교 여자동창들의 모임이 있는 날이면, 가끔 초대받아 점심을 얻어먹었는데, 이날도 그런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지난 가을 화단에 묻었던 감자를 캤다. 그 혹독한 추위에서도 몇 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잘 저장되어 있었다. 땅속에서 싹이 자라고 메추리알만한 크기의 하얀 감자알들이 신비롭기까지 했다. 우리들의 먹을거리로 조리되었다면 생을 마감했을 터인데, 추웠던 땅속에서도 생명력을 발휘하여 대를 이어가려한 몸부림이라고 생각하니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나는 동산동 형님 댁에 맡겨두고 익산으로 향했다. 점심을 먹고 와서 형님과 감자 손질을 해 일요일 오후에 심을 요량이었다. 우선 친구들을 보고 싶은 마음에 다녀와서 하려고 했던 것이다. 아직 따뜻하지는 못하지만 살랑거리는 봄바람은 초목들에게 어서 기운을 차리라고 재촉하는 듯했다. 익산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전화를 했더니, 친구들은 이미 와 있었다. 어제는 두 사람이라고 했는데, 그간 만나지 못한 친구 하나가 더 합류했다. 내 차에 타자마자 세 친구들은 손을 불쑥 내밀어 악수를 청하며 “종희 씨, 오랜만이야!” 하는 것이었다. 예전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수줍어서 하고 싶은 말도 차마 꺼내지 못하고 돌아서기 일쑤였건만, 이순이 넘어 칠순에 가까우니 거침이 없었다. 바로 초등학교 6년 동안 함께한 추억에 젖은 죽마고우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차를 타고 가면서 수다는 시작되었다. “내가 말이야, ᄌ와 ᄋ이 오지 않아서 정말 좋아. 개들은 남자친구들 말만 꺼내면 왜 그렇게 질겁하는지 몰라. 우리가 늙어가면서 친구들과 얼굴 한 번씩 보고 살아가면 좋은데. 안 그래 종희 씨?” 전에도 들었던 이야기라 새삼스런 말은 아니지만 수다를 떠는 그 친구가 더 친근하게 느껴져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사람의 성격이나 생각도 가지각색이다. 친구의 수다를 듣는 동안 어느덧 목적지인 김제 관망대에 도착했다. 다른 친구의 차가 벌써 도착해 있었다. 현관에 들어서니 낯익은 얼굴들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내 차에 네 사람, 친구 차에 네 사람, 그리고 주인인 친구 등 아홉 명이 모였다. 내 차를 타고 오면서 수다를 떨던 그 친구의 수다는 계속되었다. 오늘 두 친구들이 참석하지 않아서 좋다는 이야기와 아울러 새로운 이야기로 친구들의 뱃살을 움켜잡게 하였다. “어제 ᄆ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뭐라고 하는 줄 알아? ‘우리 ᄇ씨는 나를 싣고 가고, 너희들은 종희 씨가 데리러 갈 거야.’ 하잖아?” 하면서 ‘우리 ᄇ씨’라는 말을 반복하며 깔깔대는 것이었다. 다른 친구들도 수다를 떠는 그 친구의 넉살에 방바닥을 치며 웃어댔다. 솜씨 좋은 주인 친구의 밥상이 차려지는데도 수다는 그칠 줄 몰랐다. 그러나 누구 하나 싫은 기색은커녕 계속하라는 표정들이었다. 밥상이 차려지자 수다를 떨던 친구는 내가 앉은 맞은 편 끝에 앉으면서 “나는 우리 종희 씨와 마주보고 앉아야지. 어때 싫어?” 하며 앉는 것이었다. 좌중은 또 한 번 폭소를 자아내고 말았다. 모래알처럼 수많은 사람들 중 죽마고우의 연을 맺은 친구들. 가는 세월 잡을 수 없어 피부는 탄력을 잃고, 주름만 더해 가는 모습들이 한탄스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고난과 시련을 사랑으로 이겨내며 금실 좋던 부부의 연을 버리고 훌쩍 떠나보낸 남편을 그리워하는 홀어미가 된 친구들이 이 날만 해도 세 명이나 되었다. 아까 수다를 떨던 친구가 또 농담을 건넨다. “나는 말이야, 밖에 나갔다가 집에 들어가면 언제나 남편에게 ‘잘 다녀왔어요.’하고 인사하고, 잘 때도 남편 사진을 보면서 잔단다.” 하면서 천연덕스럽게 웃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가슴은 얼마나 허전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의 정이 깊었음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이 세상을 먼저 하직하면 아내도 그럴까?’하면서 우리 부부관계를 생각해 보았다. 아직까지 혼자이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그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죽마고우들아! 우리 지금처럼 가끔 만나 수다도 떨고, 외로운 친구들도 보듬어주며 살아가자꾸나. 구름과 같은 것이 인생이란다. 서로 소식 주고받으며 늘 푸른 소나무처럼 한결같은 우정을 간직하며 살자. 내일도 너희들의 수다가 그리울 것이다.” (2012.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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