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잖은 두 손님/장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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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잖은 두 손님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장지연
어느 날 문득 깜박이라는 손님이 찾아왔다. 그날부터 깜박이는 시도 때도 없이 나를 혼란스럽게 하였다. 냉장고 문을 열고 뭘 가지러 왔지, 지금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친구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안타까움, 깜박 깜박하는 기억력 때문에 중심을 잃어가니 허무가 밀려왔다. 세월이기는 장사 없다더니, 어느덧 총기는 사라지고 깜박이 따라 호롱불이 되다보니 웃지 못 할 일들이 수두룩하다.
지난달 여성단체에서 임실치즈공장 견학을 갔다. 공장시설을 둘러볼 때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행주를 삶다 가스 불을 안 끄고 온 것 같았다. 순간 ‘앵~앵~’ 소방차소리가 귓속을 후벼 팠다. ‘나 어떡해!’ 주저앉는 나를 본 동료들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 친구가 휴대폰으로 아파트 경비실을 연결시켜주었다.
“저 0동 몇 호인데요, 우리 아파트 별 일 없어요?”
“무슨 일이요?”
“가스 불을 켜둔 채 왔어요.”
“아파트 전체 가스밸브를 잠글 테니 빨리 오세요.”
치즈시식도 못하고 허둥지둥 달려오니 밸브는 얌전히 잠겨 있었다.
며칠 전엔 수저통에 내 칫솔이 나란히 꽂혀 있었다. 이럴 수가! 오른손이 잽싸게 칫솔을 낚아채어 칫솔통에 꽂았다. 치즈 사건 이후 내 칫솔통은 가스밸브 밑에 자리를 잡았다. 양치질을 할 때나 끝났을 때 밸브를 확인하기 위해서 보초로 세운 것이다. 그런데 왜 칫솔이 수저통에 있을까? 깜박이의 교란으로 머릿속에 저장되어있는 기억 정보가 공황상태에 빠졌던 것 같다.
어느 날은 요실금이란 늙은이가 슬그머니 들이닥쳤다. 처음부터 못본 척하고 무시해버리는 나의 나쁜 습관이 늙은이를 화나게 했나보다. 밤낮없이 화장실을 들락거리다 조금만 소원하면 경고음도 없이 저려버리기 일쑤였다. 오늘도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다 또 실례를 해버렸다. 팬티가 축축하면 마음도 꿀꿀하다. 입을 쭉 내밀고 어그적거리며 현관을 들어서니 남편이 내 속을 아는지 넌지시 바라본다.
“오~오줌 쌌어요.”
“또 쌌어?”
“나도 모르게 저려버렸어요.”
날마다 쑥뜸을 떠주던 남편이 병원을 가보자며 비뇨기과로 데리고 갔다. 의사가 증세를 묻더니 평생기저귀를 차고 살아야 된다며 시기를 놓쳐 수술도 안 된다고 하였다. 혹시나 했던 검사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내 인생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다니, 멍하니 컴퓨터를 바라보다 스위치를 ‘쿡’ 눌렀다.
‘요실금’, 두드리니 정보가 쏟아졌다. 꼼꼼히 훑어보다 삼성의료원 여성비뇨기과에 특진을 의뢰했다. 어쩜 한 가닥 희망의 끈을 잡으려는 심정으로 병원을 찾았다. 의사의 상담과 검사, 그리고 배뇨일지를 작성하였다. 검사결과 ‘과민성 요실금’으로 나타나 약물치료와 행동치료에 들어갔다. 방광조절력과 골반근육을 강화시키는 케겔운동과 배뇨시간 늘리기 등 단계별로 프로그램을 설정하여 실시하였다.
은근슬쩍 들이닥친 반갑잖은 손님 때문에 자존감은 상실되고 좌절감에 사로잡혔지만, ‘정신 줄 놓지 말고 건강 챙기라고 찾아왔구나.’ 하고 생각을 바꾸니 마음이 편해졌다. 치료 받은 지 두어 달 만에 화장실 가는 빈도가 하루 16회에서 8회로 줄어들었다. 조금씩 증상이 호전되니 일상생활에 자신감이 생겼다. 이 기쁜 소식을 주치의선생님께 전해드려야지……. 배뇨일지를 챙겨 넣고 삼성병원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껑충껑충 줄넘기를 했다.
(2012.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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