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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 보고 뽕도 따고/이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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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82회 작성일 12-02-2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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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 보고, 뽕도 따고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이 종 희 “····87번 이종희 조합원님, 축하합니다.” 나는 내 귀를 의심하려는데 뒷자리에 앉아 있던 지인 한 분이 “축하해. 막걸리 값은 되는구먼.” 하는 것이었다. 사실, 회의장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숨을 죽이며 경품 추첨 번호를 부르는 진행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 나는 비몽사몽이었다. 들어봤자 내게는 그런 행운이 따른 적이 없기 때문에 관심 밖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내게 별 일이 생겼다. 어제 전주중앙신협 정기총회가 있어서 가입 후 처음으로 참석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이 금융가를 요동치면서 전주전일저축은행 예금자들도 화를 당하는 것을 들은 터라 재무구조나 경영 상태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었다. 오후 2시부터 시작인데 나는 15분 전에 도착했다. 중앙성당마당에는 먼저 온 조합원들로 붐비고 있었다. 안내직원이 이름을 묻기에 대답했더니 3번 줄로 가라고 알려주었다. 표지판을 보니 ‘ㅇ’으로 시작하는 성씨들의 줄이었다. 이날따라 살을 에는 듯 매서운 추위와 세찬 바람은 겨울이 다시 시작되려나 싶을 정도였다. 초등학교 입학생처럼 줄의 맨 끝에 서서 접수증을 받으려고 차례를 기다리는데, 다른 사람들 손에는 조합원 통장이 들려있는 것이었다. 그때서야 안내장을 자세히 보지 않고 그냥 온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나는 접수직원에게 사정을 이야기해 보고 안 된다면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며 한 발 한 발 줄을 따라갔다. 한참을 지나 내 앞사람의 차례가 되었다. 접수증을 쓰고 있는 직원에게 “조합원 통장을 가지고 오지 않았는데 안 되나요?” 하고 물어 보았다. 안 된다면 그냥 돌아갈 생각이었다. 직원은 내 얼굴을 보지도 않고 해드려야지요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차례가 되자 환한 미소로 쳐다보면서 “퇴직하셨다면서요? 엊그제 사모님을 뵌 적이 있어 여쭙고 소식을 알게 되었어요. 고생 많으셨어요.” 하면서 내 일상까지 챙기고 접수증을 주는 것이었다. 5,6년 전, 내가 금암성당 사목회 일을 볼 때, 일요일마다 성당에 나와 교우들을 맞아주고, 봉헌금을 수금하면서 친절하게 대해준 직원이었는데, 잊지 않고 기억해 준 것이다. 정말 따뜻한 사람이었다. 조합의 전무, 상무, 총무부장과도 인사를 주고받지만, 이런 직원들이 있어 경영을 잘하리라는 생각이 들면서 고맙고 믿음직스러웠다. 접수증서에 표시된 행운권 추첨권을 절취하여 추첨함에 넣고 지인과 함께 회의장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 들어서니 좌석이 거의 차 있었다.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마침 빈자리가 보여 그곳에 가 앉았다. 회의는 지난해 결산보고, 6억여 원의 경영흑자에 따른 조합원들에 대한 이익금 배분, 이사장 임금 동결, 임원 선거 등으로 진행되었다. 빈틈없는 결산보고와 조합원들에 대한 이익금 배분의 건이 이의 없이 통과되었다. 다음 안건인 이사장 임금 동결의 건인데 반대할 조합원이 어디 있겠는가. 특히 이사장을 비롯한 임원선거는 임시의장의 명쾌한 진행으로 참석한 조합원들에게 신뢰를 주었다. 옆자리에 있던 조합원도 지금까지 보았던 회의 중에서 가장 잘되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도 이런 회의에 참석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행 하나하나가 깔끔하고, 회의를 돕는 직원들로부터 생동감을 느끼기도 했다. 마지막 순서로 경품추첨이 시작되었다. 먼저 6등 40명을 추첨했다. 장내는 숨을 죽이고 진행자의 마이크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역시 내 추첨권은 그들의 손에서 멀었나보다. 다음은 5등, 20명 추첨이었다. 10여명을 부르는 동안 나도 모르게 잠이 스르르 왔다. 그 순간 조합원 번호는 못 들었는데 내 이름 부르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는 것 같았다. ‘혹시?’하고 있는 순간, 뒤에 앉아있던 지인이 똑똑히 들었는지 축하한다며 악수를 청하였다. 얼떨결에 손을 내밀기는 했지만, 어안이 벙벙했다. 주변에 앉아 있던 조합원들도 부러운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비록 1등 LED 32인치 텔레비전이 아닌, 5만원짜리 전통시장 상품권 이지만, 일생에 처음 얻은 행운이었다. 임진년 흑룡의 기운이 내게도 오는 것인가? 개구쟁이 시절 학교 앞 가게에서 '또'뽑기, 새집을 장만할 꿈을 가졌던 ‘주택복권’, 자식들에게 줄 한몫의 희망을 안고 산 ‘로또복권’ 등은 모두 나를 외면했었는데……. 추첨제도는 고대 그리스의 일부 도시국가에서 공직자를 선출하기 위해 행해졌으며, 성경에도 제비를 뽑아 하느님의 뜻을 구하는데 쓰인 대목이 70여 번 나온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행사장에서 어김없는 단골메뉴가 되었다. 아마 과열된 선거전을 피하고 힘의 균형을 유지하여 조직의 안정을 꾀하기 위한 것이리라. 이날 추첨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었다. 제비뽑기에서 발전한 경품제도는 모든 사람들에게 핑크빛 희망을 준다. 추첨권을 갖고 있는 동안은 행운을 잡을 기대로 엔도르핀이 상승되어 생활에 활력을 주기 때문이다. 내가 소속한 조합의 정기총회에 나가서 얻은 소득은 기대 이상이었다. 임직원들의 친절과 신뢰할 수 있는 조합의 재무구조와 알뜰한 경영, 이날 참석한 전체 조합원의 3분의 1쯤 되는 400여 명의 관심이 이를 증명해주었다. 덧붙여 직원들의 일사 분란한 행사진행은 나를 중앙신협 조합원으로 꽁꽁 묶어 놓기에 충분했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경품권 추첨 이야기를 했더니 웬일이냐며 반겼다. 더구나 전통시장 상품권이라고 하니까 더 좋아하였다. 며칠 뒤 아내 손을 잡고 시장에 가야겠다. 어제는 임도 보고 뽕도 딴 즐거운 날이었다. (2012.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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