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무엇을 품고 살까/김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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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무엇을 품고 살까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김길남
사람은 많은 것을 가지고 다닌다. 옷은 항상 입어야 하고, 모자를 쓰며, 신발도 신는다. 노인은 지팡이를, 여자는 가방을 든다. 물건은 필요해서 가지고 다니지만 마음속에는 무엇을 품고 다녀야할까. 만나는 사람마다 호감을 갖게 하려면 항상 좋은 마음을 품고 다녀야 하지 않을까.
어떤 가치를 품고 다녀야 할까? 우선 양보(讓步)가 떠오른다. 욕심 부리지 않고 양보를 한다면 나쁜 인상은 주지 않을 게 아닌가. 양보하는 마음이 몸에 밴다면 누구나 가까이하고 싶어 할 게다.
며칠 전, 신용협동조합 총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경품을 준다고 하니 천여 명이나 모였다. 경품권을 받으려고 2백m쯤 줄을 섰다. 밀고 밀리고 새치기하고 야단들이었다. 시작 시간이 지났는데도 들어가려면 아직도 멀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다 포기하고 강당으로 들어가 앉았다. 입장이 끝난 뒤에 나가 경품권을 받았다. 조금 뒤에 해도 결과는 같은데 그렇게 다툰 것이 부끄러웠다.
다음은 자비(慈悲)를 들고 싶다. 만나는 사람마다 자비를 베푼다면 부처님 같은 인상을 줄 것이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도 용서하고, 법을 어기는 이에게 너그러움을 보인다면 그들은 뉘우치고 행동을 바로잡을 게다.
수요일에는 풍물을 치러 다닌다. 내가 나이가 가장 많다. 들어가며 먼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악수를 청한다. 버릇없는 사람도, 행동이 거친 사람도 구분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그렇게 하다 보니 이제 내가 들어가면 모두 일어서서 맞는다. 베풀면 베푼 만큼 돌려받는다.
또 겸손(謙遜)한 마음을 품고 싶다. 겸손은 화목을 낳는다. 무엇이 잘났다고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다녀야 할까. 그런 사람에게는 속으로 욕하는 사람이 많다. 항상 나를 낮추고 살아야 존경을 받을 게다.
김제교육청 장학사로 있을 때였다. 우리나라의 민물고기를 지역별로 조사하여 보고서를 만드는 일을 맡았다. 유명한 어류학자 최기철 박사가 김제를 찾아왔다. 반갑게 맞아 대접하고 채집하는데 도와줄 과학 선생님을 소개하여 동행하도록 했다. 최 박사의 말이 나를 흐뭇하게 했다. 다른 곳에서는 장학사가 너무 도도하여 보기 싫었는데 나는 다르다고 해서다. 사례를 들다보니 내 자랑이 되었다. 그것이 아닌데 어찌할까…….
잘못된 마음을 품고 다니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거짓을 품고 다니면 거짓말쟁이가 되고, 게으름을 피우고 다니면 멸시와 천대를 받는다. 사리사욕을 챙기면 가까이 하려는 사람이 없고, 사람을 차별하면 불화를 자초한다. 그 사람의 마음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나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을 누가 가까이하려 하겠는가.
품고 다니는 마음에도 융통성이 필요하다. 준법과 정의만 부르짖다가 외톨이가 되기도 한다. 젊은 시절엔 옳은 길만 걸으며 직장에서 바른 소리를 잘했다. 부정을 보면 참지 못하고 들고 나섰다. 너무 지나쳤는지,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 수 없다는 말처럼, 가까이 하려는 사람이 적었다. 차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쳐졌지만 세상 살기가 그렇게 어려웠다.
그 밖에 참, 사랑, 정의, 진리, 진실, 성실, 정도(正道) 등 많다. 이런 마음을 품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면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게다. 그러나 이런 좋은 일만 있기는 어렵다. 가능하면 좋은 일은 찬양하여 북돋우고, 나쁜 일은 설득하여 고치도록 하고 모두 같이 즐기며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어떤 마음을 품고 다닐까. 되도록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사야겠고, 같이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성인처럼 모든 인류가 존경하는 사람이 될 수는 없더라도 손가락질만은 받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 2012. 2.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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