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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꼴찌가 좋아/김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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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46회 작성일 11-12-1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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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꼴찌가 좋아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 현 준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뒤쪽에서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운전자를 볼 수 있다.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는 없지만 백미러를 자주 보게 된다. 1차선으로 갈 때는 슬며시 2차선이나 주행선으로 차를 비켜준다. 몇 번 그러다 보면 뒤에는 아무도 없다. 쉬운 말로 '뒤땅은 내 땅'인 것이다. 이때부터 안전속도를 지키며 유유자적한다. 이제는 이렇게 꼴찌로 달리는 것이 좋다. 또 한참 가다보면 뒤에 차가 밀려든다. 내가 속력을 내지 않으니 밀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주행선에서 제한속도를 위반하지 않으면서 달리니 잘못이 있을 리 없다. 한참 뒤에는 또 내가 꼴찌가 된다. 과속운전을 경계하는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는 표어가 마음에 와 닿는다. 예전에 80여km 떨어진 근무지까지 전주에서 통근을 하였다. 운전을 하다 보면 동료들의 차가 경적을 울리면서 지나갔다. 몇 대를 그렇게 보냈다. 막상 직장에 도착하여 사무실에 들어가면 그들은 겨우 차 한 잔을 들고 있을 뿐이다. 차 한 잔 마실 시간을 벌자고 그렇게 달린 꼴이다. 차량 주행속도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이 있다. 시속 70km의 제한속도는 70km 이상으로 달리라는 것이 아니라, 그 이하의 속도로 운전을 하라는 제한 기준이다. 그런데 70km 이하로 달리면 잘못된 것인 양 착각을 하는 것이다. 초보운전 시절, 진안 모래재 옛 도로를 내려오는 데 어찌나 경사가 심하고 커브길이 무서운지 땀을 뻘뻘 흘린 적이 있었다. 그 기억보다 더 씁쓸했던 것은 젊은이가 지나치면서 차문을 열고 욕설을 해대던 일이다. 고속도로에서는 서행하면 주행의 흐름에 방해를 줄 수 있어 최저속도가 정해져 있다. 그러나 일반도로나 시내에서는 그런 제한이 없다. 많은 운전자들이 속도위반 카메라를 피하여 최고속도를 초과하는 속력으로 운전을 해도 나와는 무관한 일이다. 제발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지 할 뿐이다. 나는 가족과 나의 안전을 위하여 교통법규와 제한속도를 확실하게 지킨다. 필요할 때는 방어운전에 힘쓴다. 자동차 운전을 할 때는 내가 꼴찌인 것이 자랑스럽다. 아내는 예전에 내가 운전을 하면 답답하다 하고, 아들이 운전하면 시원하여 좋다고 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천천히 안전하게 운전하는 나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해주는 것 같아 다행이다. 연전에 덕망 있는 P교장 선생님의 정년퇴임식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마침 내가 담임을 맡았던 제자가 있어 어쩐 일이냐고 물었더니, P교장 선생님이 장인이라고 하였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 제자는 내 기억으로 성적이 꼴찌에 가까운 아이였는데……. '사람은 열두 번 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은행원으로 취업을 하여 P교장의 맏사위가 되었다. 주말에 우리 부부는 모악산에 오른다. 아내의 무릎이 튼실하지 않아 대원사까지만 오른다. 그 대신 충분히 쉬고 숲의 정취를 즐긴다. 빨리 빨리 오르는 사람들이 부럽지 않다. 오를 때도 중간쯤에서 벤치에 앉아 옛 이야기를 나눈다. 이것도 꼴찌가 좋다. 한 가지 못 고치는 버릇이 있다. 음식을 먹는 속도는 너무 빠르다. 남자들이 핑계 대듯이 군대에서 생긴 습관이 여직 몸에 배어 그 모양이다. 모임이 있을 때 일찍 식사를 한 뒤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자면 여간 민망하지 않다. 예전에는 술을 즐겼기에 그런 걱정이 없었는데, 요즘엔 금주를 하여 신경을 쓰면서 식사를 해야 한다. 집에서부터 천천히 먹는 습관을 기르려고 한다. 올해 시작한 골프 실력은 친구들 중 꼴찌요, 내년에 시작할 생각인 요리공부도 꼴찌일 것이다. 수필은 올해 처음 늦깎이로 시작하였다. 그러나 나는 이 꼴찌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 그러다 늙는 것도 꼴찌요, 죽는 것도 꼴찌가 되면 오죽 좋겠는가. 다만 한 가지 수필 등단은 꼴찌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그것마저 꼴찌인들 어떠랴? (2011.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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