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손녀 하늬에게/김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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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손녀 하늬에게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김길남
하늬야! 여기는 싱가포르다. 할머니와 같이 왔다. 한국은 겨울이지만 이곳은 여름이라 얇고 짧은 옷을 입었단다. 적도 근처라 일 년 내내 여름뿐이다. 평균기온이 섭씨 27도에서 33도 사이이고 습도가 85%란다.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계속 덥기만 하니 4계절이 뚜렷한 대한민국이 참 좋은 나라라는 것을 느꼈다. 면적이 658㎢이며 인구가 450만인 조그마한 도시국가여서 통치하기가 좋을 것 같다. 아주 깨끗하고 잡초라고는 볼 수 없는 잘 가꾸어진 나라였다. 건물도 똑 같은 것은 하나도 없고 공원처럼 아름답다.
싱가포르는 관광의 도시이기도 하다. 연간 600만 명이 찾아온단다. 깨끗한 도시, 잘 가꾸어진 공원, 우수한 호텔, 훌륭한 음식 등이 관광객을 불러들인다더구나. 먹을거리를 자급자족할 수 없어 외국에서 모두 사온단다. 물도 말레이시아에서 사다가 먹는다. 그래도 쓰는 데는 불편이 없고, 어떤 물이나 먹을 수 있어 편리하다. 우리도 난공원과 새공원을 찾아 갔는데 너무도 볼 것이 많았다. 습도가 높아서 길가의 나무에도 난을 매달아 놓았고, 줄기에 붙여 기르는 난도 많이 보았다. 난을 포기 채 뽑아 나무줄기에 대고 끈으로 묶어 놓으면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단다. ‘배용준난이란 이름의 난도 있어 흥미롭게 보았다.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지었기 때문이란다. 새 공원에 가서는 말하는 앵무새도 보았다.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서 깜짝 놀랐다. 얼마나 훈련을 많이 시켰으면 새가 노래까지 부를까 신기했다.
첫날 오후에는 ‘싱가포르 플라이어’라는 기구를 타고 시내를 구경하기도 했다. 높이가 165m인 이 관람캡슐은 하나에 6명이 탔는데 제자리에서 30분간 아주 천천히 돌았다. 싱가포르에서 제일 높은 티마산과 높이가 같아 날씨가 좋은 날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까지 보인다는 관람 차다. 가장 높이 올라갔을 때는 모든 시내가 발아래로 보였다. 항구에 정박한 배들과 산같이 쌓인 컨테이너 박스, 수상 축구장, 쌍용의 수영장 건물, 멀리는 공항까지 모두 보였다. 싱가포르에 오면 이 관람캡슐을 꼭 타 보아야 하리라. 우리나라도 서울 남산에 하나 설치해 놓으면 서울은 물론 근처의 다른 도시들도 한눈에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제 인도네시아 바탐섬에 가면서 보니 항구에는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었다. 국제 무역항이라 그러는 것 같더구나. 말레이반도의 끝에 있어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요새지다운 모습이었다. 바다로 멀리 나가서도 많은 배를 보았다. 무척 큰 무역선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정박한 배인 줄 알았다. 자세히 보니 물결이 보여 천천히 움직인다는 것을 알았다. 모두 우리나라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마 한국과 일본, 중국으로 가는 배들이 아닌가싶다. 저 배들은 아랍지역에서 기름을 싣고 여러 날 걸려 왔을 게고, 유럽에서 유명 브랜드 상품을 싣고 왔을 것이다. 이 바다에서 큰 배들을 보고 세계는 저렇게 무역을 하며 살아가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반대 방향으로 가는 배들이 없어 왜 그러는지 알 수 없구나. 항로가 혹시 오는 길 가는 길이 다른 게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이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광경이라 너에게 전한다.
하늬야!
오늘 오후에는 반도 끝자락에 있는 머라이언⦍Mer lion⦎공원에 갔었다. 머라이언은 윗부분은 사자모양이고 아래쪽은 물고기 모양의 하얀 돌조각상이다. 높이가 8m인데 입에서는 계속 물을 바다로 내쏟고 있었다. 머라이언의 뜻은 ‘머’는 항구도시인 싱가포르를, ‘라이언’은 원주민의 말로 싱가포르를 이르는 ‘싱가’를 나타낸다고 한다. 바닷가에 있는 상징물을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조용한 바다가 깨끗하고 맑아 청정호수 같다. 맞은편에는 우리나라 쌍용건설이 지었다는 건물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밑에서는 3개의 건물이 올라가고 지붕에는 배 모양의 수영장이 세 건물에 걸쳐있어 특이하고 멋이 있었다. 우리나라 건축기술이 자랑스러웠다. 친절한 가이드가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어서 고마웠다.
저녁에는 세 바퀴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구경했다. 할머니와 나를 태우고 50세는 되어 보이는 남자가 페달을 밟았다. 8대가 줄을 맞추어 자동차 사이를 달렸다. 여기는 도서관, 이곳은 차이나타운, 저기는 인도의 거리 등을 설명하며 달렸다. 우리는 20분 동안 편안히 앉아 밤거리를 구경했지만 그 남자는 매우 힘들어 보였다. 아무리 돈을 벌려는 일이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냥 올 수 없어 내리며 팁을 주었다. 옛날에 상전을 태우고 다니는 가마꾼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오늘 상전이 된 셈이다. 그러나 그런 호강을 누려보지 못한 나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할머니도 똑 같은 마음이었단다.
하늬야!
싱가포르 여행에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나라를 다스리려면 앞날을 내다보고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눈앞에 닥친 일을 코앞만 생각하고 처리해서는 절대 안 되겠다는 생각도 했단다. 건물을 지을 때 똑 같은 건물은 허락하지 않고 모든 제도나 법은 앞날을 생각하여 철저히 연구하고 시행한단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싱가포르는 모든 상품에 세금이 없다. 그래야 자유무역항이 아니겠니? 단 인체에 해로울 것 같은 담배와 술에만 세금을 먹인단다. 그런 것은 없어도 되니 사용할 사람은 세금을 내고 쓰라는 정책이란다. 자동차도 세금이 비싼데 조그만 나라에서 걸어 다녀도 되고 주차장도 문제이니 없을수록 좋다는 뜻이지. 잘사는 사람만 세금 내고 타라는 거였다. 만약 마약을 들여오다 들키면 사형이고, 가짜 상품은 절대 들여올 수 없단다. 담배를 피워도 벌금을 내야하고, 침을 뱉거나 휴지를 버려도 벌을 받는다. 이런 법이 철저히 지켜지는 이 나라가 몹시 부러웠다. 정말 본받고 싶은 나라였다.
겨우 3일 되었는데 벌써 집에 가고 싶구나. 귀여운 하늬! 얼른 가서 보고 싶다. 오늘밤 좋은 꿈을 꾸며 잘 자거라.
싱가포르에서 할아버지가
( 2011. 11.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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