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우리 집 10대 뉴스/이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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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우리 집 10대 뉴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전부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이 종 희
신묘년이 시작된 1월 초 올해에 맞는 화두가 무엇일까 인터넷을 검색해 본 일이 있다. 그랬는데 벌써 ‘유수 같은 세월’이라는 말이 실감나게 지금 신묘년의 마지막달 끝장에 와 있다. 내 인생의 가을을 시작하게 된 신묘년을 ‘우遇 문問 동動’ 이 세 글자의 의미를 새겨가며 살아왔다. 우遇자는 ‘조우하다’는 뜻이다. 그 글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오래된 사람을 더 가까이하며, 꾸준히 세상의 지식을 습득하라’고 이른다. 나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사람들과 만나며 1년을 보냈다. 안골노인복지관에서 만난 수필 문우와 서예, 컴퓨터 프로젝트 동호인, 그리고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또 다른 수필 문우들과 어울려 새로운 삶을 열어왔다. 또 자식들이 일일창성日日昌盛하기를 바라고, 손자들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부모님의 체취가 남은 고향에서 농사도 짓고…….
그러면서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달려가 묻고, 지치도록 찾아다녔다. 그래서 그랬는지 올 한 해에 풍성한 열매들을 얻을 수 있어 보람된 한 해였다.,
1. 아산 스파비스에서 신묘년 가족 단합대회를 갖다
1월 8일 충남 아산스파비스 온천에서 온 가족이 모여 새해의 각오를 다졌다. 아들의 주선으로 개장한지 얼마 되지 않은 깨끗하고 시설 좋은 곳을 이용할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먹을 것도 뒤로 한 채 온천에서 놀이시설을 이용하는 자식들과 손자들을 보노라니 만감이 교차하는 하루였다. 각자 한두 가지씩 먹을거리를 장만해 와서 방바닥에 늘어놓으니 진수성찬이었다. 그리고 노래방으로 가서 손자들과 함께 놀고……. 건강하고 지혜롭게, 그리고 하는 일들이 잘되기를 바라면서 단합대회를 마무리했다.
2. 내 인생의 가을을 ‘안골노인복지관’에서 시작하다
1월 24일 원하는 프로그램을 신청하려면 새벽에 줄을 서야 된다는 정보를 듣고 새벽 4시에 일어났다. 눈이 내려 도로가 하얗게 덮여 있었다. 가속페달에 힘을 빼고 조심스럽게 운전하여 복지관에 도착하니 벌써 여러분이 현관에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현관에 올라서면서 “내가 몇 번째요?”하고 물었더니 열세 번째라는 것이었다. 8시에 직원이 나와 신청을 받는다는데 노인들이 감기라도 들면 어쩌랴 싶어 번호표를 만들어 나누어 주며 자유롭게 해 주었다. 직원이 도착하여 우리들의 번호표와 복지관 번호표를 교환해 주었다. 원하는 대로 서예(해서 예서)와 수필을 신청하여 공부하다가 지인의 도움으로 한글서예와 컴퓨터 프로젝트도 배우게 되었다.
3. 둘째딸 은정이 미용샵 오픈
지난 2월 두 살과 네 살짜리 어린 자식들 키우기도 버거운데 살림에 보탬이 될까 해서 집에서 미용샵을 오픈했다. 제 동서에게 기술을 배우게 된 딸이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남편에게만 의지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무엇인가 해보려고 하는 정신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우리 가족 모두 모여 또 한 번 전쟁을 치렀다. 그러다가 12월 3일 경기도 구리시에 가게를 얻어 새롭게 단장하여 오픈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가보지 못했는데 오는 16일에 가서 축하해 주려고 한다. 부디 그들이 노력하는 만큼 행복하게 해달라고 주님께 기도하고 있다.
4. 하나뿐인 아들 디스크 수술
4월 5일 아침. 며느리한데 아들이 디스크 수술을 한다는 전화를 받고 까무러칠 뻔했다. 오래전부터 허리가 좋지 않아 걸을 때면 손으로 받치고 삐뚤어지게 걸으며, 앉으면 곧장 누워 버리곤 하여 병원에 가기를 재촉했었다. 그랬는데 그놈의 직장 일 때문에 소홀히 하더니 디스크가 터지면 하반신 마비가 올 수도 있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고서야 수술을 결정한 것이다. 부리나케 달려가니 아들의 눈빛이 편안해지는 것을 직감했다. 전문병원에서 좋은 의사와 친절한 직원들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고 나온 아들을 부축하여 운동을 시키면서 나는 생각했다. 나도 외아들, 저도 외아들인데……. 주님, 감사합니다.
5. 종합문예지 계간「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가로 등단
지난 2월 2일부터 안골복지관에서 김학 교수로부터 수필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전북대 평생교육원에도 나가 글쓰기를 배우고 있다. 김길남 은사님처럼 매주 한 편씩 써보자고 내 자신과 약속했다. 그 약속을 어기지 않으려고 스스로 채찍을 가하고 있다. 바빠서 거르게 되면 다음 주에 두 편을 써 왔다. 작품평가 시간에 선배문우들로부터 호된 질책도 받고, 자존심 상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인고의 보람인지 등단의 영광을 안았다. 11월 19일에는 서울에서 열린 <대한문학제>에 참석하여 신인상 상패도 받았다. 내 자신에게 채찍을 더 가해야지 싶다.
6. 막내딸 첫아들 순산
제 형제들보다 4년이나 늦은 서른두 살에야 며느리의 소개로 마음씨 착한 신랑을 만나 결혼을 했다. 결혼한 지 몇 달이 되어도 소식이 없어 며느리에게 해주었던 약재를 달여 보냈더니 몇 봉 먹지 않았는데 임신소식이 들렸다. 출산 한 달 전부터 집에 와서 준비를 하다 제가 근무했던 예수병원에서 8월 5일 출산했다. 첫아이인데도 소리 한 번 지르지 않은 막내딸이 대견스러웠다. 돼지족발을 고아 주어 모유가 풍부해지고 하루빨리 건강이 회복되기를 빌었다. 떡두꺼비 같은 손자를 낳았으니 나에겐 일곱 번째 선물이다. 아기 이름을 성일이라 지었다. 성일이가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란다.
7. 내 첫손자 동준이 반장에 당선
반장 선거 날 아침 자신 없이 현관을 나가는 동준이에게 용기를 내라며 어깨를 토닥여 주는 큰딸을 보고 왔는데 오후에 반장으로 당선되었다는 반가운 낭보가 들렸다. 할애비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을 하게 된 손자 때문에 행복했다. 반 친구들을 도와주고 궂은일에 솔선하는 역할을 말해주며, 으스대는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당선된 동준이를 격려해주면서 반장의 역할을 수행하며 시야를 넓혀 발전하는 계기로 삼으라고 타일러 주었다.
8. 아들 며느리의 빈번한 해외 출장
아들과 며느리가 회사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지 출장이 짖은 한 해였다. 가까운 중국,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를 비롯하여 미국, 영국, 독일 등 먼 나라까지 다녀왔다. 나는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묻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의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해나가는 자립심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항상 믿음직하며 일처리가 매끄러운 아들 내외가 있어 든든하다. 나는 뒤에서 지켜볼 따름이다.
9. 고향땅에서 농사짓기
부모님이 물려주신 소중한 땅, 내 생전 지키다가 손자에게 물려주고 싶다. 농사경험이 없지만 입이 있고, 귀가 있고, 사지가 있으니 못할 게 무엇이랴. 벼농사에서는 우렁이와의 전쟁, 밭농사에서는 땅파기가 제일 힘들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보여주신 새벽별 보기는 하루 일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친환경으로 지은 벼농사, 고추, 채소 등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다만 콩, 생강, 대파, 고구마 등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지금 밭에서는 마늘과 양파가 잘 자라고 있어 내년 6월이면 풍성한 수확이 예상된다.
10. 「전라심포니 섹소폰 오케스트라 연주회」 협연
매일의 ‘소일거리’로 선택했던 섹소폰 배우기가 대 반란을 일으켰다. 1년도 되지 않은 주제에 전주삼성문화회관 무대에 선 것이다. 지휘자를 포함한 76명의 단원 그리고 관중의 열광을 내 눈으로 확인한 연주회였다. 내 인생 가을마당에도 피울 꽃은 얼마든지 있음을 알게 해준 사건이었다. 아마도 내 역사의 한 페이지에 진한 고딕체 글씨로 남지 않을까? 아내와 자식들, 그리고 지인들의 격려에 힘입어 삶의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
다가오는 2012 임진년에는 ‘밀운불우’密雲不雨하지 않고, 모든 일에 ‘반구제기’反求諸己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 우리는 원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하늘이나 사람을 원망하기도 한다. ‘맹자’가 가르쳐준 대로 모든 잘못의 원인을 자신에게 묻고 자신에게서 찾아보라는 ‘반구제기’反求諸己의 정신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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