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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심부름/김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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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14회 작성일 11-09-0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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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심부름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 현 준 나는 7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둘째아우와는 다섯 살 차이다. 커가면서 어머니의 심부름을 전담하는 아이로 자리를 잡았다. 나만 시키느냐고 불평하기는 했지만 사실 대안이 없었다. 막내삼촌은 나보다 다섯 살 위였는데, 어머니가 막내시동생에게 심부름을 시키기는 어려웠다. 더구나 삼촌은 형수에게 고분고분하지도 않았다. 나는 떡 심부름을 종종 하였다. 우리 집에서는 음력 초하룻날과 보름날에 시루떡을 했다. 안방 윗목에 볏짚을 깔아놓고 그 위에 떡 시루와 찬물을 떠 놓았다. 할머니께서는 두 손을 모으고 중얼중얼 뭐라고 읊으셨다. 아마도 가정의 무사평안과 가족의 건강을 비셨을 것이다. 그 이후가 문제였다. 집집마다 떡을 돌려야 했다. 한 조각씩 떼어 이웃과 친척집에 돌렸다. 먼 곳의 심부름은 내 차지였다. 다 끝내고 돌아오면 떡은 다 먹고 없었다. 아침밥 한 술 떠먹고 등교하기에 바빴다. 어른들의 생신날에는 음식을 함께 먹었다. 동네어른들과 친척집을 찾아가서 오시도록 전했다. 닭 한 마리를 잡아 잔치를 치렀다. 전화가 없었지만 미리미리 연락을 하면 좋았는데 꼭 당일 아침에 내가 돌아다니며 말씀을 드려야 했다. 닷새 만에 서는 장날이 되면 외할아버지가 외출을 하셨다. 지인들을 만나 술 한 잔 드시며 근황을 주고 받으셨을 것이다. 이 사람 저 사람과 술이 거듭되면서 해질녘이 되면 거나해지신다. 어디서 이웃 아주머니가 알려주는지 어머니한테 소식이 제일 먼저 전해졌다. 나는 어머니의 은밀한 지시로 집 앞에서 기다렸다. 친정 일을 시가 식구들이 알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셨을 것이다. 외할아버지는 우리 동네 앞을 지나가셔야 했다. 외할아버지를 발견하고 나는 즉시 달려갔다. 그러고는 어려운 동행이 시작되었다. 외할아버지는 무엇이 그리 좋으신지 콧노래를 부르시고 이것저것 나에게 물으셨다. 한참을 가다보면 외가 동네로 꺾어 들어가는 곳에 낮으막한 동산이 있다. 그곳에는 공동묘지가 있고 상여를 넣어두는 상여집도 있었다. 그곳은 유령들의 집합소이자 귀신들의 놀이터였다. 낮에도 그곳을 지나치려면 뒤쪽이 으쓱으쓱 했다. 외할아버지는 무섭지도 않은 듯 아무렇지 않게 그곳을 지나다니셨다. 외가마을 앞에서는 허리가 구부정한 외할머니가 기다리고 계셨다. 그리고 인적을 느끼셨는지 내 이름을 부르셨다. 나는 큰 소리로 대답을 하고 외할아버지를 외할머니께 인계해 드렸다. 그리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발자국 소리를 따라 뒤를 쫒아오는 것만 같아 등줄기에 땀이 흥건하게 흘렀다. 불빛 하나 없는 호젓한 밤길을 뛰어가는 어린 소년의 정경이 애처로웠다. 어머니께 잘 다녀왔다고 퉁명스럽게 말씀 드렸다. 어머니는 수고했다고 어깨를 두드려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는 친정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얼마나 염려가 되셨을까, 이제는 이해가 간다. 조금 조신하게 마음을 써 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회한이 든다. 비가 내리는 출출한 날, 출가한 딸이 어린 손녀딸에게 보내준 삶은 옥수수를 맛보면서 나는 옛 생각을 회상하다 목이 메었다.  (2011.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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