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참석하는 초등학교 동창회/윤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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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참석하는 초등학교 동창회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윤재석
우리 집 달력엔 빨간색 글씨 외에 동그라미가 듬성듬성 그려져 있다. 국경일이나 기념일은 빨간 글씨지만 우리 식구들이 기억해야 할 가족 행사 일엔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다. 새해 달력이 나오자마자 아내가 표시를 한다.
7월 24일, 오늘은 2011년도 진안 백운초등학교 동창회 날이다. 학교를 졸업한 지 참으로 많은 세월이 흘렀다. 반백년이 되었으니 말이다. 백운, 전주, 서울 등지에서 해마다 돌아가면서 동창회를 연다. 이곳에 주로 모여 살기 때문이다. 졸업 당시는 60명이 넘었는데 지금은 참석 학우들이 겨우 절반을 조금 웃돈다. 연락이 안 되는 학우도 있지만 벌써 유명을 달리한 학우들이 십여 명이나 된다.
올해는 서울서 개최한다. 장소는 도봉산 돌산집이란 음식점이다. 백운과 전주 학우들은 관광버스 편을 이용한다. 오늘도 아침 일찍 백운 학우들을 태우고 아침 7시 반경에 전주시청 민원실 앞에서 전주 학우들을 태우게 되었다. 도중에 정안휴게소에서 잠깐 쉬었다가 서울로 향했다. 고속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산야는 온통 초록빛 일색(一色)으로 물들었다. 가을이 되면 들판은 누런빛으로 산은 형형색색으로 변하겠지?
서울에 들어서니 도로가 정말 복잡했다. 내가 사는 곳이라면 길을 잘 알 테지만, 어쩌다 서울에 가니 동서남북 분간이 어려워, 한참을 헤매다가 목적지를 찾았다. 해마다 만나는 얼굴들이지만 만날 때마다 반갑다. 목적지인 도봉산에 도착하니 이곳의 경관이 천하절경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성싶었다. 골짜기의 맑은 물은 개천을 이루어 졸졸 흐르고 있어 더욱 청량감을 주었고, 나무로 우거진 숲의 그늘은 한 여름의 무더위를 싹 씻어주는 듯싶었다. 차안에 갇혀 있던 내 마음이 맑은 물소리에 탁 트였다. 주위에 사람만 없다면 큰소리를 한 번 내지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자그마한 운동장도 있어 벌써 족구를 즐기는 젊은이 들은 짝을 지어 등허리가 땀에 흠뻑 젖었다. 열심히 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건강미가 넘쳐 보기 좋았다. 서둘러 회의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였다. 우리 모두의 건강과 행운을 비는 힘찬 건배소리가 도봉산 골짝을 울렸다.
우리 동창회는 좀 남다르다. 모든 회원이 부부동반으로 참석한다. 이것이 우리 동창회의 특색이자 자랑이다. 어찌 보면 동창회에 부부동반을 하는가 하면서 웃을지 몰라도 우리는 오래전부터 그렇게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계면쩍은 점도 있었으나 지금은 부부가 같은 동창생이 되었다. 만나면 서로 악수를 할 정도로 친하게 지낸다. 동창회라 해서 혼자만 참석하는 것보다, 동창생 부부가 모이는 동창부부모임이 되어버렸다. 부부가 하루를 함께 보내니, 부부화목까지 다지는 일석이조가 되어 좋다.
모임의 회순(會順)에 아주 묵념순서를 두어 먼저 유명을 달리한 학우들의 명복(冥福)을 빌어주는 묵념을 올린다. 우리는 해마다 이 회순을 빼지 않고 엄숙히 진행한다. 이것이 우리의 자랑이다. 사람의 수명은 각자가 다르니 어쩔 수 없지만 어릴 적 같이 만났으니, 그래도 남들이 사는 만큼은 살았으면 좋을 걸 싶다. 함께 자리를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생각하면 철없던 시절 검정 고무신에 검정책보를 어깨에 둘러메고 운동장이나 귀갓길에 그렇게 잘 뛰 놀던 그 모습이 눈에 어린다. '먼저 간 학우들아, 부디 편안히 잘 쉬어라. 그리고 우리가 가거든 환히 웃으면서 반겨다오. 다만 먼저 가고 조금 늦을 따름이지 언젠가는 다 돌아갈 곳이 아니더냐? 오늘 이 자리에 모인 학우들이 지금 너희들의 명복을 빌어 주고 있다.'
오늘 만난 학우들이 무척 대견스러워 보였다. 서울 학우들은 시골 나기들이다. 서울이라는 낯선 땅에서 자기 분야에 최선을 다하고 불굴의 정신으로 자수성가하여 보란 듯이 잘살고 있는 모습이 정말 자랑스럽다. 만날 때마다 환한 웃음과 거칠 것 없고 밝은 모습이 정말 보기에도 좋다. 또 고향을 지키는 학우들도 훌륭하다. 시골이라서 특별히 할 일이 없으니 옛날 조상님들로부터 물려받은 농사뿐이 아닌가? 옛날에는 인력으로만 농사를 지었으나 이제는 기계화가 되었다. 영농도 과학적으로 한다. 비닐하우스를 통한 영농법, 고소득 작물인 인삼이며, 고추농사 등으로 다양해져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생활도 윤택해졌다. 어제의 말썽꾸러기 꼬마들이 이제는 귀밑머리가 하얀 빛깔로 변했다. 그러나 자랑스럽고 훌륭한 모습 들이다. 이들 고향지킴이가 없다면 고향을 찾아가도 반겨 줄 사람도 없을 게 아닌가? 고향 에서 동창회를 할 때는 이들이 반갑게 맞아주니 마음이 훈훈하고 흐뭇하다.
둘러앉아 서로를 웃으면서 술잔을 나누며, 옛 이야기로 꽃 피우는 사이 야속한 시계 바늘은 멈추지도 않고 우직스럽게 돌고 돌아,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섭섭하지만 또 내년을 기약하며 헤어져야 한다. 짧은 만남이 너무나 아쉽구나! 오늘 못다 한 이야기는 내년에 다시 만나 실컷 하기로 하고 서로 아쉬움을 안고 작별을 했다. "사랑스러운 학우들아, 우리는 항상 오늘처럼 환한 얼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꾸나.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 하렴. 웃는 얼굴로 다음에 또 만나자. 말썽꾸러기, 장난꾸러기 친구들아, 안녕!"
(2011. 0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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