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밀어/박병욱
페이지 정보

본문
꽃의 밀어(密語)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박 병 욱
모든 생물들은 같은 종류끼리 무리를 이루면서, 나름대로 독특한 생활방식으로 의사를 전달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인간은 말이나 행동을, 동물은 어떤 행동이나 특이한 소리를 낸다, 그러나 식물은 말이나 행동 등 아무 것도 흉내 내지 못하지만, 그래도 군락을 지어 살면서 의사표시는 분명히 한다. 어떻게 할까?
움직이지도 못하고 한 곳에만 정착하여 생명을 유지하고 사는 수많은 식물들. 이들은 씨앗이 내린 실뿌리로 수분을 흡수하고 잎과 줄기로 생장하면서 공기와 태양빛을 이용하여 양분을 만들며,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살아가고 있는 생물체다.
지난 30여 년간 나는 분재를 가꾸면서 식물과 숱한 대화를 나누며 함께 살아왔다.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얻는 교훈이, 인간세계와는 달리 순수한 생의 섭리를 상상외로 많이 깨우쳐 주었기에 유별난 관심을 가지고 정을 주며 살펴보았다.
식물은 성장과정에서 잎이나 줄기의 모양새로 자기의 의사를 표출하며 침묵의 소리로 말을 한다. 잎의 상태가 윤이 나고 싱싱한 것은 아무 탈 없이 건강상태가 좋다는 의미다. 반면 잎에 윤기가 없고 거친 것은 주위 환경이 식물의 성장 조건에 어딘지 모르게 알맞지 않다는 징표다.
가장 일반적인 경우로 잎이 아래로 처지거나 시드는 것은 수분이 부족하니 물을 달라는 의사표시다. 원산지가 사막인 선인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식물은 곧바로 물을 주지 않으면 잎이 검게 타면서 말라 죽게 된다.
또 식물체에 벌레가 붙어 다니거나 특히 잎에 반점이나 특정한 무늬가 생기고 색깔이 변하는 것은, 병이 들어 아프다는 증거이므로 뿌리를 확인하면서 반드시 병충해방제를 서둘러야 한다.
사람도 몸이 아프거나 허약할 때는 보약을 먹듯이, 이들에게도 영양제를 투여하는 것은 곧 식물과 가까이 하며 대화를 하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신생아는 말을 할 줄 모르지만 울음으로 의사를 표시한다. 그러기에 산모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배가 고픈지 아픈지 또는 기저귀를 갈아주어야 하는지를 구분하여 그에 알맞게 대처하면서 아기를 기른다.
하지만 식물은 사람처럼 소리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의 외모로 대화를 시도한다. 이것을 알아듣기 위해서는 많은 시각적 훈련이 필요하다. 모르긴 해도 평상시 식물에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자주 관찰하지 않는 한 이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요즘처럼 세상사에 바쁜 일반인들에게 식물들의 삶 자체는 거의 무관심할 뿐, 농사를 지어 본 사람이나 식물을 자주 접하며 사는 사람들 외에는 정성을 들인 만큼 식물도 사람에게 보답한다는‘결실의 대가’를 잘 모를 것이다.
지금까지 식물은 침묵의 대화를 한다고 말했지만, 식물은 결코 말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식물도 주위의 소리에 민감하다는 사실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소리인지 싫어하는 소리인지를 구분도 한다.
평소 음악을 좋아했던 나는 분재를 가꾸면서 온실에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어 놓고 자주 음악을 들었다. 내 경험상 음악을 들려주니, 음악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반응을 나타냈다. 음악을 듣지 않을 때보다는 들을 때 식물들은 더 생기가 돌았다.
같은 음악이라도 잔잔한 음악(클래식)을 들려준 결과는 꽃에서 들어났다. 꽃의 색상이나 모양이 훨씬 아름답고 예뻤다. 반대로 빠르고 거친 요란한 음악(팝)을 들려주었을 때는 색상이 화려하지 않고 모양도 조금 지저분하게 보였다.
뿐만이 아니었다. 생음악이나 LP 음악 등의 아날로그 음악을 듣고 자란 식물은 꽃도 많이 피면서 느낌이 부드럽고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CD와 같은 디지털 음악을 오래 들은 분재는 어딘가 모르게 뻣뻣하고 거친 느낌을 주면서 꽃의 품질과 양에서 현저히 달랐다. 이와 같은 사실들은 이미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바 있다.
예부터 꽃을 나쁘게 본 역사는 없다. 식물과의 조화로운 삶은 인간에게도 부드럽고 풍성한 삶을 이끌어준다. 흔히 남자들은 자기가 사모하는 여자를 만나고자 할 때 장미와 같은 아름다운 꽃을 선물한다. 왜 그럴까? 꽃을 통하여 인간의 심성을 아름답게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아름다운 꽃들은 인간이 자연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평범한 진리를 가르쳐 주는 가정교사다.
(2011. 08. 15.)
- 이전글부부가 참석하는 초등학교 동창회/윤재석 11.08.16
- 다음글강릉, 내 마음을 두고 온 명품도시/김학 11.08.1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