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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59회 작성일 11-07-18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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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벤치 전주안골 ․ 꽃밭정이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김상권 도로변 인도(人道)에 놓여있는 빈 벤치에 걸터앉아 잠시 쉬었다. 오래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지만 필요를 느끼지 않아 거들떠보지 않았던 벤치다. 40분가량 걸었더니 힘이 빠져 더 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벤치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한 벤치는 공원이나 천변산책로에도 있다. 인도와 공원 그리고 천변산책로에 있는 벤치들은 아마 이용하는 사람들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공원의 벤치는 한가한 사람들의 휴식과 담소의 자리이고, 천변의 벤치는 걷거나 운동하다가 지치면 쉬는 자리가 아닐까. 그리고 인도의 벤치는 나들이를 다녀오다 힘이 부친 사람들의 쉼터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든 벤치는 서민들이 주로 활용하는 의자이다. 시내버스를 타지 앉는 사람이 버스요금과 노선(路線)을 모르듯, 자가용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인도에 놓인 벤치의 필요성을 모를 것이다. 더구나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돈이 많은 사람들은 아마 벤치에 앉아 본 적도 없으리라. 의자에도 격이 있지 않을까. 놓인 곳이나 앉는 사람에 따라 격이 달라진다. 엉덩이는 같은데 말이다. 가령 회전의자는 특별히 잘난 사람들이 앉고, 벤치는 서민들이 앉는다. 회전의자는 주인이 있지만 벤치는 주인이 없다. 서민 모두가 주인이다. 앉는다고 탓하거나 짜증내지도 않는다.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준다. 회전의자는 한 사람만을 위한 자리지만 벤치는 여럿을 위한 자리다. 회전의자는 곁에 사람이 없어 외롭지만 벤치는 모든 이의 자리여서 외롭지 않다. 회전의자는 서민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지만 벤치는 삶에 지친 서민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가령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를 보면서 분통을 터뜨린다든가, 반값 등록금문제라든가, 장마철인데 4대강이 걱정된다는 이야기들을 듣지 않을까? 인도의 벤치 그리고 공원이나 천변산책로의 벤치나 운동기구는 서민들의 필요에 따라 마련됐다. 그런데 그걸 활용하는 사람에겐 고마울 데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쳐버린다. 또 노인복지관이나 문화센터, 평생교육원, 미술관, 도서관, 박물관 등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등이 몹시 가려울 때 긁어주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그토록 고마울 데가 없을 것이다. 갈증이 날 때 냉수 한 사발 또는 찜통더위 때 한바탕 쏟아지는 소나기는 시원함의 극치일 것이다. 이처럼 내가 절실히 필요할 때 그 자리에 있어야 고마움과 소중함을 깨닫지 않을까. 무엇인가 필요로 할 때 그 욕구를 바로 충족시켜줘야 고마움과 소중함을 안다. 가령 부부간의 대화, 자녀와의 대화, 윗사람과 아랫사람과의 대화, 정부와 국민과의 대화가 그것이다. 때를 놓치면 불만의 씨앗이 되고 만다. 불만이 쌓이면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내가 쉬고 싶을 때 마침 그 자리에 벤치가 있듯 나도 나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 벤치를 떠났다. (2011.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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