弔蠅/정장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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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弔蠅)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장영
올 들어 처음으로 파리를 잡았다. 보이지 않던 파리였다. 봄이 돌아와 날씨가 풀렸어도 눈에 띄지 않던 불청객이 거실에 나타났던 것이다. 방충망을 어떻게 뚫고 들어왔을까? 출입문으로 드나들 때 들어왔을까? 하여튼 침입했으나 화학전을 벌이기엔 너무 아까웠다. 추적하여 유격전을 벌여야겠다. 즉시 비상사태를 선포하였다.
"유격대 출동!"
숨겨서 비장(備藏)했던 타격 총을 찾아 잰걸음으로 타격을 시작했다. 추격 끝에 성공적인 전과를 올렸다. 비록 한 마리를 잡았지만 통쾌한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타고난 운명! 세상에 살아 보려고 아방궁에 입궁하였다가 목숨을 잃게 된 것이다. 하지만 너와 나는 절대로 같이 살 수 없으니 어쩌겠느냐?
왜 너 한 마리를 죽이고서도 이렇게 통쾌하고 기분이 좋을까? 너는 예나 지금이나 불결의 상징이다. 세상 사람들이 왜 너를 싫어하는지 알겠니? 네가 알다시피 첫째는 못가는 곳이 없고, 차려놓은 음식을 제일 먼저 냠냠거리며, 둘째는 손발과 몸이 더럽기 때문이고, 셋째는 구더기가 될 알을 아무데나 까놓으며, 넷째로는 소리 없이 귀찮게 서성거리기 때문이지!
너희들은 예로부터 빈대, 벼룩, 이, 모기와 더불어 사람들을 가장 가까이서 괴롭혀온 벌레들이 아니냐? 과학문명의 발전에 주거환경의 개량과 생활개선으로 빈대, 벼룩, 이는 거의 멸종하다시피 사라졌지만 너희와 모기는 지금도 때만 되면 극성들이다.
너희 족속은 주로 집에 사는 집파리, 똥파리, 금파리, 쇠파리, 왕파리…… 등 다양하다. 모두 파리목(쌍시목: 雙翅目)으로 완전변태(알, 애벌레, 번데기,) 세 과정을 거처 모기와 같이 어른벌레가 되는 특징이 있다. 살기 좋은 환경을 찾아 적응을 잘하고 개별적으로도 끈질겨 강추위에도 아주 용하게 살아남는 재주가 있더라.
오늘 나는 온갖 시련을 겪으며 살아남은 너(승공蠅公:파리)를 죽였다. 사람들이 오죽하면 '파리 목숨 같다'고 하겠느냐? 목숨은 같지만 오늘의 네 죽음은 참으로 값진 죽음이었다. 계속 살았다면 앞으로 번식할 수 백 마리, 아니 수 천 만 마리를 죽인 셈이니 참으로 값진 목숨이라 하겠다. 싹싹 앞 뒷발 비벼대는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고 생생하여 안쓰럽지만 별수가 없었다.
“제발 너희들끼리만 모여 살았다면 이런 참사는 없었을 텐데!”
“오호, 애재라! 나미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극락왕생하소서!”
삼가 명복을 빌고 조의를 표한다.
앞으로도 침입하는 네 족속들을 용서할 수 없으니 그리 알라! 나의 건강을 위해 우리 가족의 위생과 안전을 위해 유격전과 화학전은 계속될 것이다. 부디 조심하고 명심하라! 너희 승공(蠅公:파리)들 세상에 널리 알렸으면 좋겠구나. 너희들이 잘 보고 놀라서 대오 각성하라고 시체를 너희들이 잘 모이는 지저분한 곳에 효시(梟示)하고자 하니 그리 알아라! 이는 너의 값진 죽음에 대한 유격대장으로서의 예우요 조사(弔辭)요 위로의 명령이다.
아! 다 같은 곤충인데 하필이면 파리로 태어나 사람들의 혐오를 받아가며 살아야하는지 동정심이 들기도 한다. 옛날에는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비록 불청객이지만 찾아온 너희들과 같이 먹었지만 이제는 그럴 뜻도 없다. 과학문명이 세상인심을 많이도 변하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살펴보면 개, 소, 고양이 등도 너희들이 서성거리면 바삐 꼬리로 춤을 추더라. 좋아서 그러겠느냐? 차라리 벌 나비로 태어났다면 꽃들의 환대는 물론 익충이 사라졌다고 아우성치는 인간들의 환영을 받았을 텐데! 유용하게 쓰이고 좋은 일을 할 기회는 없을까? 아무리 생각하고 둘러보아도 너희들은 쓸모가 없구나!
이미 태어난 삶을 어찌하랴? 어디로 가나 호감을 사지 못하고, 오늘 불청객의 몸으로 죽었으니 환대받지 못한 한이 많겠구나! 부디 다음 세상에서는 나와의 인연을 끊고 보다 좋은 세상, 새 삶으로 환생(還生)하기를 바란다.
(2011.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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