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치/이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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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안골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이의민
내가 어릴 때는 세상을 왜 그렇게 살아야하는지 모르고 으레 그렇게 사는 게 올바로 사는 걸로 알았다. 깊은 산골에서 죽기 아니면 살기로 논밭 몇 마지기 농사를 지어봤자 가까스로 겨울을 나고 보면 쌀이 떨어졌다. 햇보리가 나올 때까지는 초근목피로 견디며 보릿고개를 넘겨야 했다. 그때는 세상을 그렇게 사는 걸로 알고 자랐다.
그런데 지금은 세상이 참으로 좋아졌다. 눈 속에서도 딸기와 참외 수박 등 과일은 물론, 상추와 쑥갓, 무, 배추, 취나물, 달래 등 나물도 먹고 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이제 흉년이란 말은 없어지고 쌀밥 못 먹는 사람도 없다. 아이들은 콜라와 햄버거, 라면, 튀김통닭 등만 찾는다. 이제 쌀밥보다 건강에 좋다하여 보리밥 등 잡곡밥을 선호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배추 한 포기에 만 오천 원이 넘었다. 내 생전에 처음 겪은 일이다. 문제는 그 비싼 배추값이 생산자인 농민한테 돌아간다면 그래도 이해하겠지만 그게 아니다. 농민들이 모종배추를 심어놓으면 중간상인들이 밭떼기로 한 포기에 오륙백 원씩에 입도선매하여 큰 배추로 키워서 넘겨주면 된다. 농민들은 미리 돈을 받고 팔지만 이 배추가 커서 수천 배의 값으로 팔려 나가는 걸 보면 어처구니가 없고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할 것이다. 물가란 수용자는 많고 물건의 공급이 달리면 값이 오르기 마련이다.
지금은 농사기술이 발전하여 쌀과 채소 농사를 잘 지어 많이 생산하므로써 쌀값은 몇 년이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재고량이 많아 애써 농사를 지은 농민들의 근심꺼리가 되고 있다. 배추도 생산지인 전남과 강원도 산지 배추밭에 봄눈이 많이 왔고,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배추농사를 망치자 배추값파동이 일어난 것이다. 없는사람들은 비싸면 안 사먹으면 된다지만 사람들은 귀해지면 더 먹고 싶어 많이들 찾는다. 그러자 정부는 중국산 배추를 세 포기씩 묶어 농협을 통해 공급한 일까지 있었다.
요즘은 쌀값도 들먹거린다. 먹을거리 생활물가가 오르면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고통이 더 커진다. 비싸다고 먹지 않으면 살 수 없으니 꼭 먹어야 한다. 먹을거리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 정부는 수입을 해서라도 먹을거리를 공급해야 할 것이다. 가난은 나라님도 어쩔 수 없다지만. 지금은 옛날과 다르다.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어 주면 잘 살 수 있는 게 우리 서민들이다.
우리 어머니 시대에는 가난해도 인정이 많고 나눌 줄 아는 아름다운 세상이었다. 우아랫집 담 너머로 음식이 넘나들고, 인정이 넘나들었다. 가난은 죄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 가진 사람이 더 많이 가지려 욕심을 부린다. 그래서 험한 세상이 된다. 나는 배추 한 포기에 만오천 원이 넘는 희한한 세상도 살아봤다. 그때는 '김치'가 아니라 '금치'였다. 앞으로는 그런 세상이 다시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201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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