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됫박 모자라는 삶의 넋두리/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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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됫박 모자라는 삶의 넋두리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박 병 욱
그림에서 깨끗한 종이에 칠해진 물감은 색상이 뚜렷하지만 혼탁한 바탕에 착색된 물감의 색깔은 흐릿하다. 선명도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타난다.
글도 마찬가지다. 순수한 마음이나 동심의 세계가 밑바탕이 된 글은 소박하면서 청초한 멋을 풍긴다. 이러한 글들은 꾸밈새가 다양한 여타 글과는 차원이 다르다.
나는 순진한 마음을 갖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생활 자체를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면서 그저 평범하게 산다. 평범 속에 비범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에게는 유일한 낙이다. 심지어 TV프로그램도 복잡하고 골머리가 아픈 내용은 가급적 보지 않는다. 내 심사를 어지럽게 하는 것들은 나의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피한다. 그러다보니 글 쓰는 일 역시 그런 방향으로 흘러간다.
머릿속에서 각색한 미사여구의 나열. 이런 것들로 꾸며진 꼭두각시놀음의 글을 나는 사절한다. 이것이 글 씀씀이에 대한 나의 자화상이다. 그러기에 내 글은 어떤 장르이건 간에 비교적 삶의 체험이 담겨지고 생의 고뇌가 솔직담백하게 표현되어야 한다.
똑똑한 사람들 눈에는 이러한 내가 어리숙하게 보일 것이다. 그래도 나는 개의치 않는다. 내 생활 그대로이니 묵묵히 받아들일 뿐이다. 지금까지도 나는 무엇인가 약간 모자라게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눈치 빠르고 약삭빠르게 살아본 기억이 별로 없다. 내가 조금 밑진다 하게, 남보다 못난 듯이 살아왔다.
그 약간의 모자란 삶이 나의 스승이다. 각박한 세상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본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한 발 뒤처지는 발자국의 공간을 음미하고 배운다. 그 한 치 터울에서 나는 창작의 여유를 즐긴다. 상상속의 자유로움을 글로 메운다. 제대로 잘 메워질지는 모르지만 한가한 시간에다 대상도 무수히 널려 있다. 문제는 나의 의욕으로 얼마나 해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잘 안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야겠다.
어찌 보면 어린애 같은 순진한 동심의 세계. 여기에 비춰지는 글은 맑고 깨끗하여 물들지 않은 투명한 세상을 넘볼 수 있다. 그 맑음 속에는 삼라만상의 모든 것들이 있는 그대로 보인다. 이것을 글로 쓰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 순간에도 여러 개의 글 소재가 수시로 떠올라 여기저기에 메모하느라 여념이 없다. 남들 다 자는 이 시각. 한밤중에 쓰는 이 글도 떠오르는 상념들이 오락가락하며 두 편의 글을 동시에 쓰고 있다.
좀 모자라는 삶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어렵고 수준 높은 글은 사양한다. 어떤 이들처럼 뼈를 깎는 고통 속에서 글을 쓰지도 않는다. 누구 보라고 쓰는 글도 아니요, 스스로 좋아서 써보는 것이다.
그저 고상한 취미요, 풍류의 예술품으로 즐기고 싶을 뿐이다. 그렇지만 나만의 글이라고 해서 남들의 글에 뒤지는 것은 결코 용납하지 못한다. 글 씀씀이에서 그들과 비교해도 대등해야 한다. 스스로 평가해서‘이만하면 됐다’는 결과가 나오면 내 카테고리에 담아 놓는다. 그리고 가끔씩 꺼내 퇴고를 한다. 더 이상은 바라지도 않으며 이쯤으로 족하다. 나중에 이것들을 모아 책이나 한 권 엮어볼까 구상 중이다.
수시로 책을 읽으면서 좋은 문구나 바람직한 내용을 정리하여 그 책의 요약본을 만든다. 이 속에는 순수하고 고유한 우리말과 멋스런 시어들도 많다.
또한 상식이 된 각종 외래어나 고사성어 그리고 속담과 비유어 이외에 인용어 등이 담겨있다. 장르별로 구분하여 저장해 놓은 이 자료들을 통해서 어휘력과 표현력도 기른다. 이 모두가 창작의 지름길이요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삶이 모자라다 보니 하루를 토막 내어 두세 번씩 잠을 잔다. 초저녁에 책을 보거나 글을 쓰다 정신이 아물거리면 무조건 침대에 의지한다. 한 소금 자고나면 적막이 드리운 25시. 눈가만 슬쩍 슬쩍 씻는 고양이 세수를 한다. 맑은 정신으로 써진 글은 유난히 생생하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하여 대략 서너 시간정도면 끝난다. 두 쪽 분량의 산문 한 편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면 대충 한 번 읽어본다. 그리고는 옅게 깔린 어스름 속에서 또 잠깐 눈을 붙인다.
밝아오는 아침 햇살이 내 방 창문을 노크한다. 어서 일어나 하루 일과를 챙기라며 조른다.
(2011. 04. 18. 0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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