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황혼 여행/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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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황혼 여행
- 전주 안골복지관 수필창작반 소안(笑顔) 박 병 욱
인생의 황혼 길이 외롭지만은 않다. 우리 동네 서신노인복지관에 다닌 지 2년째다. 처음 들어섰을 때 서먹서먹했던 게 바로 엊그제 같다. 그동안 건강과 취미생활을 하려고 오가며 정이 들다보니 이제는 내 집 문턱을 넘나들듯 한다.
오늘은 느긋한 마음으로 집사람과 동행을 했다. 2호(2702번)차 버스를 배정받아 뒤편에 자리를 잡았다. 차도 깨끗하고 운전기사의 인상도 좋았다. 거기에 원만한 성격으로 어르신들을 잘 공경하는 우강숙 복지과장이 우리 차의 리더다. 차분한 인상이 우리 막내둥이 같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직원이다. 첫 출발부터 기분이 좋았다.
차가 시내를 벗어나 남원방면으로 국도를 달렸다. 중간에 기사가 어르신들의 흥을 돋우느라 음악을 틀어 주었다. 그런데 소리가 너무 크다보니 머릿골이 울려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대로 간다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아내에게 혼자 다녀오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나는 남원에서 내려 집으로 되돌아오려고 마음먹었다.
마침 버스가 오수휴게소에서 쉬었다. 여러분이 즐겨듣는 음악인데 내가 개인사정으로 못 듣는다고 하면 결례가 될 것이다. 우 과장에게 몸이 불편해서 못가겠으니 남원에서 내려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다른 어르신들도 음악소리가 너무 커서 불편하다고 했으니 작게 음악을 틀겠다고 했다.
다시 차가 남원 쪽으로 달렸다. 이번에는 아주 조그맣게 음악을 들려준다. 몸과 마음이 안정되고 한결 부드러웠다. 이대로 가면 될 것 같기에 함께 여행을 하기로 했다. 전남 곡성을 지나서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좀 한가하니 우 과장이 일어나 손뼉 치기(2, 5, 7번)를 했다. 산토끼 따라 박수 춤을 추고 분위기를 돋우다보니 벌써 송광사 경내였다.
하차하여 차번호를 확인하고 사진을 찍었다. 각자 편한 차림으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송광사 탐방 길에 올랐다. 마침 사찰 전체가 수리중이어서 제대로 구경도 하지 못하고 되돌아오고 말았다. 참 아쉬웠다.
일전에 문화탐방계획을 세울 때 어르신들에게 좋은 곳을 추천하라고 했었다. 그때 나는 순천 바로 옆에 있는‘선암사’를 추천했었다. 선암사는 전통과 역사를 간직한 아주 좋은 절이다. 그동안 내로라하는 많은 절들을 찾아보았지만 그만한 곳은 드물었다.
중식시간이다. 한꺼번에 많은 노인들이 밀려서 북새통이었지만 요원들의 헌신적인 안내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관장 이하 여러 직원들의 세심한 준비였으리라. 고마웠다.
이것저것 신경을 써준 덕에 송광사 금광식당의 식사는 아주 좋았다. 인기가 있었던 음식은 소고기전골과 가오리 회였다. 식후 커피도 잊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주었다.
한식경이 지나 다시 여행은 계속되었다. 오후 한 시 십분. 낙안읍성 민속마을로 이동했다. 여기는 가까운 곳이었다. 도중에 선암사를 눈앞에 두고도 그냥 못보고 지나치니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낙안읍성 민속마을 광장에 도착하여 기념촬영도 했다. 성내를 두루 살폈다. 여기는 성 내에 주민의 살면서 우리의 고유 전통생활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 특징이다. 전시장처럼 꾸며놓은 용인민속촌과는 비교 되지 않았다.
황전휴게소에서 벌어진 귀갓길의 불고기파티는 예상 밖의 잔치였다. 우리 민속주인 텁텁한 막걸리의 맛이 어설피 담근 술보다 훨씬 나았다. 몇 잔을 마시고 달리는 버스 속에서 즐기며 기쁜 마음으로 전주로 돌아왔다.
(2011. 0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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