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내야지/김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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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내야지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김길남
한참 점심을 먹고 있는데 벌써 밥값을 치렀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이번에는 전주팀이 내기로 했는데 선수를 친 것이다. 일어나 계산대로 갔다.
전주사범학교를 졸업한 우리 동기들은 매년 한 번씩 나들이를 한다. 전주에서 차를 몰고 중부지방을 향해 올라가서 서울 친구들과 합류하여 명승지를 돈다. 올해도 천안역에서 만나 독립기념관을 관람하고 유관순열사기념관과 생가를 둘러보았다. 전주에서 26명이 올라갔고 천안친구와 서울친구 7명이 참석했다.
점심은 천안에 사는 친구가 미리 식당예약을 해 놓았다. 유관순 열사 고향인 아우내를 찾아가 유명한 병천 순대를 먹었다. 남자와 여자, 서울과 전주 친구들이 섞여 앉아 옛 정을 나누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식당 안에 가득했다. 오랜만에 만난 회포를 마음껏 푸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술을 좋아하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너도 한 잔 나도 한 잔 그칠 줄 몰랐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서울회장이 가까이 오더니 천안친구가 점심값을 미리 계산했다고 알려 주었다. 서울팀이 점심값을 내려고 계산대로 가서 알아보니 벌써 치렀다는 것이었다. 천안친구는 몇 년 전에도 점심을 낸 일이 있어 이번에는 안 된다고 미리 이야기를 했었는데 또 선수를 쳤다. 자기 고장이라고 찾아가면 대접만 하려 하니 볼 낯이 없었다. 적은 돈도 아니고 몇 십만 원이나 되는데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싸우다시피 하여 전주팀이 부담하기는 했지만 그 마음이 고마웠다.
2년 전에 서울대공원에 갔을 때와 제부도에 갔을 때도 서울팀이 점심을 내고 조개구이를 미리 준비해 놓아 새로운 맛을 즐기기도 했었다. 광주 무등산에서는 광주회원이 별미인 보리밥을 내어 색다른 맛을 즐기기도 했다. 경남 거륜산성 구경을 마치고는 함양군 서상에 사는 친구가 멍멍이를 잡아 정자나무 그늘에서 즐겼었다. 가는 곳마다 대접하는 친구가 있으니 반갑기도 했다.
먼저 밥값을 내려는 그 마음이 아름답다. 내 돈 서푼 아끼려는 마음은 누구나 있는 것인데 죽마고우들이라고 아낌없이 부담하려하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나는 전주에 살면서 한 번도 서울친구들을 대접한 일이 없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좀스러워서 그러는가 보다. 동창회에 찬조금은 조금 냈지만 개인을 대접하지는 못했다.
서로 마음이 맞아 우리 동기들은 여러 가지 모임을 갖는다. 매월 한 번씩 만나 당구와 배구를 하고 등산도 즐긴다. 20여명 가까이 참석하여 웃음보를 터뜨리며 즐긴다. 이기고 지고는 생각지 않고 경기 자체를 즐긴다. 참석하는 친구들이 어느 누구 하나 어깃장을 놓는 사람이 없다. 하자는 대로 즐겁게 따라온다. 만나면 못하는 소리가 없고 무슨 말을 해도 오해하는 친구가 없으니 좋다. 그래서 많이 참석하는가 보다. 나는 여러 모임에 모두 기웃거린다. 무엇 하나 똑바로 하는 게 없지만 참여하는데 의미를 둔다. 그중에서 등산은 뒤지지 않는다고나 할까. 만나면 즐겁고 빠지면 서운하니 아니 갈 수가 없다.
3년간 같이 공부하며 사귀었다고 반백년을 만나 즐기니 이만한 인연이 또 어디 있을까. 어려운 시절에 공부하느라 같이 고생을 하여 더욱 정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그 정을 못 잊어 서로 먼저 점심값을 내려는 게 아닐까. 친구들이 모두 건강해서 오래오래 끈끈한 정을 누렸으면 좋겠다.
( 2011. 4.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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